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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Soph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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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전에 즈음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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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부터 11월 9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위대한 회화의 시대: 렘브란트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전]이 열린다고 합니다.
http://www.moca.go.kr/Modern/modern1/exhibition/exhibition2_body_rembrandt.html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둘러보니 정작 보고싶었던 그림들이 많이 오지 않은 듯 하지만
(쳇, 베르메르의 그림은 한점도 안 왔나 보더군요)
그래도 원화의 질감을 육안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에서, 가볼만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 학기에 인상주의까지의 미술사를 겉핥기로 지나가면서,
은근히 마음속으로 애정을 기울였던 부분이 이, 바로크시대의 네덜란드 회화였습니다.
(물론 준비하다보면 모든 시대에 애정이 깃듭니다. 이번 기회에
재발견-네, 지리상의 발견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할 수 있었던 그리이스, 터어키지역, 켈트족의
미술에 대해서도 언젠가 얘기할 수 있었으면 하지만... 내공이 부족해서리)
아마 학생들도 눈치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에서 유난히 설명이 길었고
제 눈빛이 감동으로 빛났으며 갑자기 어디서 인용문까지 준비해서 읊어대고
전에 EBS에서 본 흑백영화 '렘브란트'의 한장면까지 묘사해댔으니 말입니다.
그때 거의 제 감흥에 혼자 겨워서 애들에게 읽어주었던,
(글쓴이 반룬이 네덜란드계여서였을까요? 이부분의 묘사가
유난히 생생하고 진실해서, 요약하거나 정리해서 설명하기보다는
이 부분을 또박또박 읽어주는 것으로 대신했지요. )
이 시기 네덜란드 미술에 대한 설명 한 부분을 소개할게요.
들녘 출판사에서 나온 [반룬의 예술사 이야기, 2권]에서 옮겼습니다.
(http://www.aladdin.co.kr/catalog/book.asp?ISBN=8975272168&UID=122632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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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풍경'이라는 말로 산이나 졸졸 흐르는 시내를 생각한다면 네덜란드에는 '풍경'이 없다. 이 나라는 북해의 바다위에 조용히 떠 있는 진흙으로 만든 커다란 케이크다. 그러나 거기에는 하늘이 있고 물이 있다. 이런 것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면 이 두 가지로 온갖 풍경을 짜맞출 수 있다. 사실 이 세상에 저지대 여러나라처럼 모든 창문이 그림 그리기에 꼭 맞는 선명한 풍경의 구도 역할을 하고, 비 온 뒤의 갠 하늘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신비한 빛이 투명하고 영롱한 광채를 자랑하며 양철, 놋쇠, 정어리, 마룻바닥, 맥주 깡똥 따위의 일상적인 것까지도 예사롭지 않게 바꾸어 무지갯빛으로 반짝이게 만드는 곳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는 까닭은 모른다. 내가 사는 코네티컷에도 바다와 하늘이 있다. 그러나 오렌지는 그저 오렌지이고 양철쟁반 역시 그대로 얇은 쟁반일 뿐이다. 그러나 같은 오렌지나 양철을 네덜란드의 옛집 부엌으로 갖고 가면 갑자기 생생하게 살아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이 나라를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물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가장 더운 여름날에도 쟁반이나 냄비나 사람이나 짐승에게 달라붙어 이 축축한 나라의 풍토병 류머티즘을 유발시키는 엷은 수증기층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런 것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이 본 것을 영원히 남을 만한 것으로 만들어놓은 것에 대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사람도 많았으므로 참된 회화열기가 일어날 만도 했다.
실제로 회화열기가 일어났다. 탁월한 화가의 이름을 모두 거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17세기 내내 네덜란드 사람들은 매우 많은 그림들을 그렸다. 마치 19세기에 미국인이 발명에 열중한 것과 같았다. 그 시대의 미국인이 모두 에디슨이나 헨리 포드였다는 뜻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17세기의 네덜란드 사람이 모두 렘브란트나 프란스 할스였던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분위기였다. 스스로 가는 마차나 하늘을 나는 기계를 만들 날만을 꿈꾸는 천재 기계공이 19세기의 미국 도시 어디에나 있었던 것 처럼 당시 네덜란드에는 어느 마을에나 화가가 있었다.
미국의 기계공과 마찬가지로 이들 화가들은 언젠가 그 일로 벌게될 돈 보다도 일 자체에 더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물론 크게 인기를 얻어 부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본전 건질 기회가 백만 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계속 해나갔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만큼은 행복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백 명이나 되는 화가들을 특정 유파로 분류하거나 특징에 따라 구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어떤 사람은 재능도 많이 가졋고 노력도 많이 했다. 어떤 사람은 재능은 있었지만 노력을 하지 않았다. 또 어떤 사람은 재능이 없는데도 노력은 많이 했다. 그러나 그들 모두에게는, 심지어 2류 화가까지도 공통점이 있었다. 미술을 배웠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였다는 점이다. 상상력이나 이탈리아 화파의 영원한 특징이던 고상함에의 피상적 접근 따위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그들이 선택한 주제는 대개 고상함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장인으로서의 솜씨는 완벽했다. 네덜란드 화가들은 매우 독특한 시장을 위해서 일했으므로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고객은 궁전을 장식하고 싶어하는 귀족도 아니고 교회에 값비싼 것을 기증하고 싶어하는 왕족도 아니었다. 돈 많은 포목상, 부유한 포도주 장수, 목재상, 일년 열두 달 정향이나 육두구나 후추같은 상품 견본과 함께 사는 대규모 무역회사의 지배인 등이 그들의 고객이었다. 그들은 제 초상화를 갖고 싶거나 넓은 거실 벽면을 장식하고 싶을 때 탁자나 옷장이나 부엌용품을 사듯 그림을 샀다. 그들은 질 높은 그림, 자신이 지불하는 돈에 상당하는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았다. 고객이 이런 실용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으므로 네덜란드 대가들의 사회적 지위는 대개 정물화를 그릴 때 필요했던 꽃이나 양배추나 생선을 파는 채소 장수나 생선 장수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이들 인색한 부자들은 어쩌다가 렘브란트(평범한 제분업자의 아들이었지만 인생을 대하는 정신자세에 있었서는 대귀족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던 화가)같은 사람과 거래를 해야 할 때에도 전혀 상대를 배려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런 화가를 돕기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고 파산할 때까지 잠자코 보기만 했다. 그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처분은 예술가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웠을지 모르지만 예술 전체로 봐서는 그리 나빴다고 할 수 없다.
그런 태도에 적어도 한 가지 좋은 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2.3류의 화가들을 단념시겼다는 것이다. 그림을 잘 그리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물론 사정이 심각해지면 호베마나 할스처럼 꽤 재능이 있는 사람도 더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다른 길로 들어서야 했다. 할스처럼 양로원에 들어가기도 하고 호베마처럼 고향 세무서의 서기가 되기도 하고 렘브란트의 사위처럼 화가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바타비아의 시립 감옥 간수로 취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화가들은 대개 예술에 너무나도 깊이 빠져있어 팔레트나 동판을 버리지 못했다. 그들 대부분은 가난을 거들떠보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렸으며 빚과 술 속에서 허우적 거리다가 마침내, 동료들이 비용을 대서 엄숙하게 마지막 안식처로 인도되었다.
- 2권 「네덜란드파의 그림」, pp.217~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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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는 이제 그의 생애에서 아주 중요한 인생의 제3장에 도달했다. 이 장은 불행을 극복할 만큼 강인하기만 하다면 거의 모든 대예술가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이다.
제1장에서는 자신을 발견한다. 세상에는 온갖 것이 있고 이루지 못할 것이 없을 것 같다. 제2장에서는 최고의 명성을 얻는다. "운명아 내가 간다! 어디, 할 수 있으면 네 맘대로 해봐라." 운명에게는 우쭐대는 사람만큼 좋은 먹이가 없다. 끊임없이 조심하지 않으면 운명은 상상할 수도 없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덮친다. 그래서 어느 맑은 날, 느닷없이 날벼락이 들이치면 그 생각하지도 못한 폭력에 녹초가 되고 어쩔 줄 몰라 대개는 재기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기만 하면 그런 시련은 둘도 없이 좋은 교훈이 된다. 허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참된 성공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때부터 모든 자존심과 가식을 벗어던지고 생애 최고의 일을 하게 된다. 그가 기쁘게 해줄 상대는 오직 하나,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렘브란트 생애의 제3장이자 마지막 장은 물론 훌륭하게 끝을 맺는다. 그 마지막 12년동안 그린 그림과 거의 마지막 시간까지 제작한 동판화에는 그전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정신적 기품이 담겨있다. 16세기 기준으로 보면 렘브란트는 신앙심깊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어느 교파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 파문당한 사람, 불구자와 장님들, 80년에 걸친 끊임없는 전쟁으로 이 나라에 널려 있었던 그런 사람들이 그의 연필과 붓의 동반자가 되었다. 렘브란트는 그들에게 적당한 배경을 주고 당시의 사회 틀에 맞추기 위해 성서의 옷을 입히고 레이덴의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신.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 같은 위엄을 주었다.
- 2권 「네덜란드파의 그림」, pp.231~2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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