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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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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버지니아 울프의 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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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9권의
출판 순서는 아래와 같다
1. 출항 1915
2. 밤과 낮 1918
3. 제이콥의 방 1922
4. 댈러웨이 부인 1925
5. 등대로 1927
6. 올랜도 1928
7. 파도 1931
8. 세월 1937
9. 막간 1941
이중 6권을 끌리는 대로
내키는 대로 골라 읽었다
울프의 작품엔
늘 대기와 하늘이 있고
글쓰기 오두막의 열린 창문 너머로
정원과 때로는 바다가 펼쳐진다
사람들이 나오지만 그들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
계단참에서 바라보는 벽에 걸린 초상화,
식탁 위의 빵 반죽,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꽃들 같은 자연,
해변에서 주운 화석 같은 사물 들과
등가의 오브제로 다루어진다
비관습적인 작법의 소설들이지만
그러한 통풍성 때문에 지치지 않고 읽게 된다
서사와 플롯에서 놓여난 문장들, 조각난 단어들,
그 해체성에 매료되기 시작해
언어 표면의 아름다움에 일차적으로 감각이 깨어나고
다음 단계에 그 표면 아래로 드리우는 그림자, 그리고
심연에 쌓이는 묵직한 덩어리로 인해
생각에 잠기게 되지만 울프의 소설은 또한
시간(의 흐름)을 늘 의식하게 하기에
우리 독서는 돛을 내리지 않고 계속 순항하게 된다
읽은 순서에 따라
등대로
1부 창
2부 시간이 흐르다
3부 등대
전지적 시점으로 여러 인물들이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다면관찰 다면평가의 구조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화가인 릴리의 시선으로 보는 인물과 풍경들,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릴리가 주도하는
과거와 현재 잇기이다 소설의 분량은 대부분,
날씨 때문에 등대행을 미루는 1부에 할애되어 있지만
갑작스러운 시간 경과와 더불어
알레그로 몰토 비바체와 프레스토의 속도감으로 치닫는
2부와 3부의 박력이 대단하다 마침내 등대로 이동하는
바다 장면은 3부에 가서야 이루어진다
단어에 대한 믿음을 잃고 차라리 캔버스에 붓질하듯
회화적으로 빚어지는 문체에 반해
어서 다음 책으로 가고 싶어졌다
막간
막간은 울프의 마지막 소설이니
꽤 일찍 읽은 셈이다 액자 소설의 형태로
포인츠홀이라는 영국 시골 저택에서 이루어지는
야외극 무대를 풍부한 사이트 앤 사운드의 언어로
재현하는 동시에 그 야외극을 보러 모여든 군상들의
반응과 움직임을 쫓는다 언어는 눈에 띄게 해체되어
파편화, 부스러기화되어 있지만 위치 선정이 좋고
그 자체로 현장감을 생생히 드러내는 구성물로서
이미지 생성보다는 음성상징어, 반복, 대칭에 의한
리듬감이 우세하다 그래서 책 전체가 최면을 거는 듯한
음악성으로 흘러넘친다 마치 재즈처럼..
포인츠홀 주변의 목가적인 자연과 계절감은
컨스터블의 풍경화를 연상시키고
마을사람들이 직접 출연해 선사시대부터
1939년 현재에 이르는 영국 역사를
에피소드식으로 재현하는 야외극은 세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꿈이나 헛소동 좋으실대로와 같은
낭만적인 소동극을 연상시키며 연출자 라 클롭 양은
울프 자신의 분신일 수 있겠다
파도
실로 창조적인 이미지 폭격으로 가득한 이 책이
울프의 최고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평선에 태양이 떠오르는 시점부터 해가 지는 시점까지
바다의 정경과 대기의 변화, 파도의 움직임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에세이가
각 장 사이에 간주곡처럼 들어가 있다
벤자민 브리튼의 네 개의 바다 간주곡 느낌이다
본문은 버나드 루이스 네빌 지니 수잔 로우다,
6명의 동창생에게 돌아가며 할당된 끊임없는 혼잣말,
혹은 대화인 듯 대화 아닌 무대적 방백의 순환이다
그래서 장르는 소설과 희곡의 근사한 혼종이다
6명 각각에 부여된 고정 이미지는 마치 바그너 악극의
라이트모티프와 같고 각각의 독백과 방백은 무한선율을 방불케 한다
나는 특히, 내게는 얼굴이 없어, 라는 독백 테마와
거울과 물웅덩이 이미지를 소유한 동요와 불안의 화신
로우다의 시적 방백이 너무 좋아 로우다 부분을 필사하고 싶어졌다
어쩌면 파도 전체를 필사하게 될지도
올랜도
파도를 읽을 땐 파도가 최고인 듯했는데
파도에 이어 올랜도 1장을 읽자마자 또 흥미진진해졌다
파도만큼이나 폭포수같은 이미지의 연속이며
파도가 우울하고 심각했다면 올랜도는 명랑하고 세련되었다
올랜도라는 인물의 일대기, 일종의 평전 형식인데
무엇보다 내용이 전복적이다 주인공 성별이 중간에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어 무려 300년 이상을 산다
그 과정이 서술자의 천연덕스러운 능수능란함으로
어찌나 스마트하게 전개되는지 입이 따악 벌어진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성별의 차이는 의외로
올랜도의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오히려 두 성별의 경험적 축적에 의해 올랜도는
더욱 풍부한 인간, 전인적 인간으로 변해가는 듯했다
올랜도가 바뀐 시대의 소위 ‘시대정신’을
새롭게 인식하고 자의반타의반 흡수해 가는 과정은
코믹하고 풍자적이며 큰 그림으로 배치된
엘리자베스 시대부터 빅토리아 시대 그리고
20세기까지의 영국 역사 기술도 매우 독창적이다
90년대에 본 샐리 포터의 동명 영화는 소설을
시네마틱하게 압축하면서 작품의 정수를 정확히 살린 것이었다
그러나 소설만의 디테일과 묘미를 영화에서 기대하기는 어렵다
책의 어디를 펼쳐도 아름답고 시적인 문장을 마주하게 된다
댈러웨이 부인
막간을 거쳐 파도와 올랜도에서 고양되었던 마음이
댈러웨이 부인에 와서 다소 진정되었다
1차세계대전 직후 유월의 런던
파티를 준비하는 중상류층 여인 클라리사의 하루와,
전쟁후유증으로 부적응과 광기에 시달리고 있는
퇴역군인 셉티머스 워렌의 하루가 평행선을 달리다가
소설 마지막에 이르러 살짝, 희미한 교집합을 이룬다
클라리사의 하루는 특별한 사건도 위기 상황도 없어 보인다
그녀의 평범한 일상이, 수시로 컬러가 바뀌는 기분,
주변과 이웃에 대한 상념, 문득 끼어드는 과거 회상 등
의식의 흐름대로 서술된다 그러다가 전혀 알지 못했던
한 남자의 자살 소식을 파티 속에서 가십으로 접했을 때
그녀는 잠시 흔들린다 그 ‘잠시’ 동안 클라리사는
그 남자에게 연결감을 느낀다 자신의 삶 속에서 매일 손상되고
부패해 가는 것을 그 남자는 용기 있게 보존하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셉티머스의 충격적인
자살 장면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전조는 충분했지만
그토록 아무렇지 않은 태연자약한 실행이라니
햇빛 찬란한 한낮 난간에 놓아둔 물컵이
한 번의 바람 터치에 창밖으로 떨어지듯
그렇게 그 남자는 자기 몸을 이동시킨다
그 순간 나는 영화 [디 아워스]의 에드 해리스가
이 셉티머스의 재현이었음을 기억했다
제이콥의 방
초기작으로
정돈되지 않은 실험적 성격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 점이 이 작품을 더욱 신선하게 만든다
소설은 주인공 제이콥에 대한 이야기이긴 한데
제이콥에 대해 알려주는 게 거의 없다
영국의 교육 받은 엘리트 남성이고
그런 대로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소설이 마무리될 때까지도 오리무중인, 텅 빈 캐릭터이다
제이콥은 제이콥의 엄마, 연인, 하다못해 제이콥과
오다가다 스친 인물 등 제이콥 주변의 수많은 여자들의
시선으로 구성되는 대상이다 그런데 그 여자들 각각이 아는
제이콥은 제이콥의 일부일 뿐이다 실제로 우리가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은 겨우 이 정도가 아닐까
한 사람의 절대적 정체성이란 허상이 아닐까
제이콥을 바라보는 시선의 압권은 편지의 시선이었다
어머니의 편지가 무관심 속에 탁자 위에 놓인 채
침대 위 제이콥의 정사를 물끄러미 지켜보는 장면
해리스의 통찰력 있는 멘트에 따르면 이 작품의 전략은
강력한 남성에 대항하기 위해 여성 병력을 결집시키는 전략이었다!
살다살다 이렇게 크레이지하고 참신하고 통쾌한 건 처음 본다
장소의 거장 울프답게 이 작품은 또한 몇몇 장소에 대한,
내가 좋아하는 섬세한 로컬 터치를 보여주는데
제이콥의 거주지 런던을 비롯해 어머니가 있는 제이콥의 고향인
북해 연안 스카버러, 제이콥이 케임브리지 친구와
요트로 여행하는 콘월바다, 여행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주변 묘사가 아름답게 기억에 남는다
여기까지 주요작을 대충 마무리한 듯하나
마저 읽지 않을 수 없어 사다놓은 남은 세 작품
출항
밤과 낮
세월
언젠가 올랜도와 파도 막간을 필사하리라 결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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