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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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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4월이 달콤한 소나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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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달콤한 소나기로
-제프리 초서
4월이 달콤한 소나기로
3월의 가뭄을 뿌리까지 꿰뚫고
꽃을 피워낼 힘을 지닌 물로
물관 하나하나 다 적실 때,
서풍 또한 향긋한 숨결로
곳곳의 작은 숲과 들판에서
여린 햇가지에 생기를 불어넣고
젊은 해가 양자리의 절반 정도 달리고
작은 새들이 노래하며
밤새 뜬눈으로 지새울 때
(그렇게 자연은 그들의 가슴을 부추긴다),
그때 사람들은 순례길에 나서고 싶어 하고,
14세기에 초서가 쓴
<캔터베리 이야기>의 서시 도입부
작년에도 이맘때 곡우를 기다리며 읽었다
이번에 읽은 위 번역은 실천문학사에서 나온
<영국대표시선집>(윤준 엮고 옮김)의 번역
이 책을 구하게 된 계기는
김혜리씨 팟캐스트에 나온
문학평론가 신형철씨 인터뷰였다
영시를 원어로 읽을 수 없다면
불가피하게 번역에 의존해야 하는데
의외로 괜찮은 번역물들이 있다는 얘기였고
우선 영국대표시선집으로 이 책을 추천한 것이었다
적잖은 비용을 주고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신속 구매했는데 엮은이가 영국시의 특징을
영국 특유의 ‘날씨’와 ‘바다’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는 데서 즉각적인 매력을 느꼈다
이것은 1년 전 영문학자 알렉산드라 해리스가 쓴
아래 두 책에 심취했던 기억의 연장선에서,
마침 초서의 저 봄시를 처음 접한 것도
해리스의 책에서였기에.. 흥미로웠다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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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위 시의 원문과 번역 2종을 포함한
작년 이맘때 게시물
오늘 올린 번역까지 총 3종의 번역을
낭송하며 즐거워진다
2022.4.9
초서의 봄노래
절기로 곡우(穀雨)를 기다리며 읽고 싶은,
알렉산드라 해리스의 <예술가들이 사랑한 날씨> 중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서문
올드 잉글리시 알파벳들이 처음 만나는 문자처럼
낯설고 신선해 보인다
Whan that April with his shoures soote
The droghte of March hath perced to the roote,
And bathed every veyne in swich licour
Of which vertu engendred is the flour;
Whan Zephirus eek with his sweete breeth
Inspired hath in every holt and heath
The tender croppes, and the yonge sonne
Hath in the Ram his half cours yronne,
And smale foweles maken melodye,
That slepen al the nyght with open ye
(so priketh hem nature in hir corages),
Thanne longen fork to goon on pilgrimages[…]
감미로운 4월의 소나기가
가물었던 3월의 땅속 깊숙이 스며들 때
모든 나뭇가지의 잎맥을 촉촉이 적셔
꽃을 피우기에 모자람이 없을 때,
서풍이 감미로운 입김을 불어
모든 산과 황무지의
부드러운 싹과 새순들에 생기를 불어넣을 때,
밤새 뜬눈으로 지새운 작은 새들이 노래하면
(자연이 그들의 본능을 일깨웠으니),
그러면 사람들은 순례를 갈망하게 된다네[…]
초서가 <캔터베리 이야기>라는 글쓰기 여정을 시작하면서
부드러운 봄 공기를 드러내 줄 매개물로 선택한 것은
첫째 소나기였다 해리스의 설명에 따르면
‘감미로운 소나기’는 (1307년 런던 근처에 지어진,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순례자들이 모여드는 곳인)
타바드 여인숙의 맥주처럼 시인과 순례자들이
흥겹게 노래 부르게 한다 해리스는 초서가
4월의 소나기를 하나의 현상으로 만들었다면서
영국인들의 일상생활을 잘 표현한
최초의 문학 서시시 <캔터베리 이야기>가
비로 시작하는 것은 적절해 보인다고 한다
한 해 중 처음으로 세상을 흠뻑 적시는 이 비는
우리의 감각을 매혹시킨다 또한 비는 땅으로 스며들거나
모든 ‘나뭇가지’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는다
또 하나의 매개물은 서풍, 제피르이다
서풍은 맛좋은 곡식들에 숨결을 불어넣고
초서에게도 영감을 불어넣었던 것이다
위 번역에서 살짝 빠진 부분이 있는 듯해
다른 번역으로도 읽어 본다
4월이 감미로운 소나기로
3월 가뭄을 뿌리까지 꿰뚫고
생명을 피워내는 그 힘으로 모든 줄기 적셔
꽃을 피우게 할 때,
서풍 또한 감미로운 숨결로,
모든 관목과 들판,
부드러운 가지에 생기를 불어넣고, 젊은 태양이
백양궁 자리 반을 달릴 때,
그리고 자연이 너무도 그들을 격렬하게 흥분시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어린 새들이 노래 부를 때,
그때 사람들은 순례를 떠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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