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게시물 수 : 347, 5 / 24 페이지

이 름

김주향

제 목

요양(療養)과 탕치(湯治) 모티프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를 읽었다

화공인 나는 속세와 단절된 ‘비인정(非人情)’의
산 속 온천여관에 투숙해 봄을 보낸다

하루키 단편집에 있는
유사한 설정의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이 떠올랐다

낡고 허름한 여관의 온천탕에서 화자는
인간의 말을 하며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좋아하는 원숭이를 만난다

실로 온천여행은 문학인들의 영감의 샘인가보다 하며
잡다한 이유를 끌어모아 떠난 덕구온천호텔

탕에서, 객실에서 문득 문득
가보지 못한 봄 교토의 온천을 상상했다

‘탕치(湯治)’라는 말을 처음 접한 것은
헤르만 헤세가 쓴 <탕치객>이라는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부터였다 온천에서 목욕하여 병을 고친다는 뜻인데
근래 번역된 작품 제목은 <요양객>이다

1920년 전후 육체적 정신적 위기를 맞아
류머티스 관절통과 좌골 신경통을 앓게 된 헤세는
의사들의 권고로 취리히 근방 바덴 요양소에서
온천 열 치료를 받게 되고 여기서 체험한 인상을 써내려간
자전적 에세이가 이 <요양객>이라고 하니
대충 요양=탕치라고 봐도 되겠다
스위스를 비롯해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의
온천 명소들은 베토벤 브람스 슈만 쇼팽 말러 등
음악인들의 전기에도 숱하게 나온다
바덴바덴 비스바덴 바트이슐 마리엔바트 칼스바트 등등
이유가 타고난 병약함이든 발병이든 노쇠함이든 간에
그들은 꾸준히 온천요법과 휴식의 시간을 찾았고
이러한 체험이 일시적으로나마 건강은 물론
창조력을 회복시켜 주기도 했던 모양이다

아마도
문학에 반영된 요양과 탕치 모티프의 정수는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일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인 고산 지대 요양시설은
토마스 만이 폐렴으로 요양 중이던 아내를 문병하러 가서
몇 주를 보냈다고 하는 스위스 다보스 요양원이 모델이라고 한다
말이 요양시설이지 수려한 산악 경관 속에 자리잡은
오늘날의 고급 스파 앤 리조트가 아닐까 싶다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같은 느낌?

또는
명탐정 포와로 시즌13의 한 에피소드인
<헤라클레스의 모험>의 배경이던,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는
알프스 설산 위의 미스테리한 호텔 이미지?

독서생활의 흐름이 급하게 좁혀지며
아지타토로 소용돌이치는 여울 구간이 있는데
<마의 산>이 읽고 싶어지는 지금이 바로 그 구간이다

키르히너의 그림, 다보스 풍경

출처 http://blog.naver.com/artephile/222827746537


287	물감 수채화 준비	김주향	2023/07/07	55

286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김주향	2023/07/01	42

285	풍월당 식물들	김주향	2023/06/25	42

284	6월 꽃그림	김주향	2023/06/18	52

283	꽃의 위로	김주향	2023/06/18	54

282	라벤나의 모자이크	김주향	2023/06/18	49

281	초여름 그림	김주향	2023/06/09	47

280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읽고	김주향	2023/05/25	85

279	5월 그림들	김주향	2023/05/12	66

278	미술관들	김주향	2023/05/03	66

277	올해의 등나무 등꽃	김주향	2023/04/30	62

276	4월 그림들	김주향	2023/04/21	76

275	서산 개심사 겹벚꽃과 청벚꽃	김주향	2023/04/21	68

274	4월이 달콤한 소나기로	김주향	2023/04/16	48

273	벚나무와 벚꽃을 그리다	김주향	2023/04/06	72


[1][2][3][4] 5 [6][7][8][9][10]..[24]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