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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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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황폐한 집Bleak Hou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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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1812~1870)
1852~1853 연재물로 발표
삽화가와 공조
비꽃 번역으로 읽었다
디킨스는 12월에 읽어야 할 작가라는 느낌이 늘 있었다
<황폐한 집>을 택한 것은
제목이 불러일으키는 인상도 그렇거니와
내가 사랑하는 알렉산드라 해리스의 독창적인 영문학사
<예술가들이 사랑한 날씨>에서 이 책의
음산한 도입부와 삽화를 보고 매혹되었기 때문이다
해리스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문학인으로
시에서는 테니슨을, 소설에선 디킨스를 힘주어 다루고 있다
12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소화하기 위해
인내심과 내적 추진력이 요구되었다
주요 세팅은 19세기 중반
데들록 가문이 사는 귀족 영지 체스니 올드
미들클래스인 잔다이스의 블리크 하우스
런던의 챈서리 법정 구역과 슬럼인 톰올얼론스
귀족주의와 상류사회의 속물근성 비꼬기,
어릴적 동화판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접한 바 있는
실감나는 극빈층 묘사, 특히 부녀자와 아동에 대한 연민,
여기에 이 작품의 백미인 법제도와 법정문화 고발까지
1인칭 주인공 시점과 전지적 시점을 오가며
세익스피어에 필적할 입담과 연극적 본능으로 엮어가는
장대하고 화려한 세태풍자, 가히 바로크적이라고 할
그 풍자의 기술에 그저 경탄하며 읽었다
유산 분쟁에서 시작된 소송이 대법원과
거기에 기생하는 법조 생태계를 먹여 살리는 메카니즘,
그 과정에서 소송당사자들의 인격이 대를 이어 파괴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한편 천민자본주의가 생산한
갖가지 기형적인 인간유형이 등장하는데
가장 기가막힌 캐릭터는 해롤드 스킴폴이었다
어린아이같은 순진함으로 가장한 최고의 악질이고
모든 등장인물 가운데 비르투오소이다
교묘하게 타인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그가
자기는 오로지 자연과 예술을 사랑할 뿐 돈을 모른다면서
줄줄이 늘어놓는 인생관이랄지 행복 논리 속의
극단적 이기주의와 역겨운 사고회로를 들여다보며
울화통이 치밀지 않을 자 누굴까..
소설의 압도적인 배경이자 강력한 메타포인
안개와 진흙탕 속에서 대충 호흡 곤란을 겪다가
'동풍이 불어오는' 스트레스와 우울의 소유자인 동시에
드물게 훌륭한 품성의 소유자인 존 잔다이스와
상식과 판단력, 도덕적 선함의 화신인 에스더가 나올 때
잠깐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소설 후반은 에스더의 출생의 비밀과 관련한
레이디 데들록의 운명, 살인과 죽음, 수색과 수사가 펼쳐지는
탐정물, 또는 추리물의 성격도 띠고 있는데
레이디 데들록의 아름답고 비밀스러운 이미지와
뱀같은 캐릭터 터킹혼 변호사와의 대결 구도,
체스니 올드 저택과 유령길이 자아내는 고딕적 분위기 등에
초점을 둔 듯한, 2005년 BBC 미니시리즈가 있다니
궁금해지긴 하나.. 일단은 좀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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