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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정지돈 작가

오디오매거진 김혜리의 <조용한 생활>에서
정지돈 작가의 책 추천 인터뷰를 듣고 반했다
고다르 관련 서적을 추천하고 있던데
영화에 대한 소양이 대단했고 지식이 많으며
언변도 좋고 한마디로 엄청 똑똑했다
고다르 사망 직후 총정리한답시고 모아놓은 영화들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봐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는 한편,

정지돈이라는 이 작가가 궁금해졌다
나이 마흔 살 언저리니 찬호 경준이 또래인데
등단한 지 벌써 10년.. 그 사이 꾸준히 작품을 써낸 모양이다
데뷔작과 최신작을 주문해 읽었다

이 첫 소설집의 첫 작품이 <눈먼 부엉이>이어서 먼저 놀랐다
저 아래 게시물로 소개한 사데크 헤다야트의 바로 그 문제작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작품이었다 예감과 복선이 작동하는 독서 플로우인가
모든 작품이 새롭고 재미있었으며 속도감이 예사롭지 않았다
끝 작품 <만나는 장소는 변하지 않는다>가 제일 맘에 들었다
러시아 모스필름 시절 영화들도 떠오르고
<매드맥스2_로드워리어>풍의 광활한 벌판에서 펼쳐지는
한바탕 소동이랄지 미친 탈것들의 향연을 보는 듯했으며
기호와 이미지의 잡탕 혹은 폭포수 속에 냉전 시대 스파이물의 주인공
조지 스마일리가 게리 올드만의 얼굴을 하고서 눈앞에 어른거렸다
어이가 없고 웃긴데 시적 정취가 있었다

이어서 읽은 최신작
전위적이면서 더욱 질주하는 작품들의 모음이었다

중독되는 기분으로 다음 책들도 읽어나갔다
하나는 소설집 하나는 산문집
장르 구분의 의미는 없었다

이 작가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징징대지 않는다(징징댐<--내가 싫어한다)
자기 연민과 상처 핥기, 비대한 자아 들여다보기가 없다
대신 지식에, 더 많은 지식에 집중한다
그래서 문장이 정체되어 있지 않고 나아가기 바쁘다
그 자신 걸어다니는 나무위키나 서프라이즈라도 되듯
영화 미술 건축 도시 지리 패션 모빌리티 사이버네틱스 등
광범위한 관심사에 20세기 중심과 변방을 아우르는 세계사와
화제의, 또는 숨겨진 인물사, 가십과 루머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정보량이 어마어마하여 심심할 겨를이 없고
그렇다고 통찰력이 없는 것도 아니며 당연하게도
작품 세팅이 한국에 갇힐 수 없어 전 지구를 상상적으로 누빈다
문서 뒤지기에 능하고 그것들의 인용과 편집을 통해
자기 방식의 스토리텔링으로 가는데 인과율이나 서사논리에 무심하여
최종적으로 배를 산으로 보내버리는 솜씨마저 유쾌 통쾌 상쾌
보르헤스가 인터넷과 유튜브와 SNS 시대에 살았다면 이러했을까
중요한 것은 독자를 더 큰 넓은 세상으로 데려가 준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배수아 작가의 어떤 특성과도 통하는 것 같다
둘 다 쓰기만큼이나 읽기에 미친, 즉 작가이자 왕성한 독서가이고
문학하겠다 예술하겠다는 자의식 이전에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전달하고 나눠주고자 하는 데 열정적인 큐레이터들이랄까
배수아 작가의 작품들이 정경 위주의 플랫폼이라면
속도를 탑재한 정지돈 작가 작품들은 아예 탈것, 비히클,
즉 이동수단 그 자체라고 할까
막 레일 위에 도착한 스테디캠이거나 필요시 이탈해서
두 발로 뛸 준비가 돼 있는 핸드헬드캠이거나 아무튼..
작품을 몇 개 더 주문했다
참, 정지돈 작가는 대구 출신이다
대구 출신 남성 지식 엘리트들에 대해 평소 주제넘게도
심술과 집착에 가까운 스테레오타입 및 의구심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이를테면 결혼 후 아들을 낳고
조선대에서 서울대로 들어온 신형철도 못 믿어)
번득이는 또라이 정신의 소유자인 이 작가가 매우 참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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