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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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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배수아 작별들 순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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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
이렇게 매력 있는 작가였구나
이런 세계, 이런 정신 속에 사는 사람이었구나
<에세이스트의 책상>과 더불어
작가의 최신작을 접하고 싶어 세트로 산 <작별들 순간들>은
평소 문학 작품에서 내가 기대하는 최상의 가치인,
고품격 여행서였다 잡다한 게 없이 오직 ‘네이처 라이팅’과
장소 감수성, 예술에 대한 열광만으로 이루어져
지리적인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언어문화적인 의미에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망라하는 독일어권 중심 여행의
믿을 만한 플랫폼이 되어주는 그런 책
<에세이스트의 책상>은 소설로, <작별들 순간들>은
산문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장르 분류가 무의미할 만큼
두 작품의 문체는 톤이 같다
<에세이스트의 책상>에서 음악 모티프가 눈에 띄었다면
이 책에는 수많은 책들, 작가들이 나온다
읽기를 쉬지 않는 작가와 그의 경이로운 반려자인,
마치 <에세이스트의 책상>에 나온 m의 재림인 듯한,
혹은 상상의 캐릭터일 수도 있을 베를린 서가의 주인..
이 두 사람은 버지니아 울프가 그랬던 것처럼
말러의 여름 오두막과도 같은 베를린 근교 시골 오두막에서
정원을 돌보며 은둔자의 삶을 산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 묘사가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들은 읽고 있는 책 속에 등장하는 예술가와 책, 장소들에 환장한다
특히 베를린 서가의 주인은 자연의 주관적 관찰과
시적 묘사를 중시하는 네이처 라이팅nature writing 장르를 사랑한다
이것은 나 또한 사랑해마지 않는 것일지니
둘의 열광이 스며있는 그 낯선 이름들의 향연에 매혹당해
신바람이 나서 그 이름들을 찾아다녔다
알아도 다시 알고 싶어지는 책들, 작가들..
대부분 번역되어 있지 않은, 우리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그런데 너무나 궁금해지는 책들, 작가들..
그 이름들을 구글링하고 예스24 알라딘에서 시작해
아마존, 아마존영국, 아마존독일까지 미친 듯이 좇았다
아래는 이 책을 통해 갈망하게 된 이름들
먼저 뒤라스
첫 장 소제목이기도 한 <연인>
장 자크 아노의 영화에서 원작의 언어와 시가 빠졌을 때
남은 것은 포르노였다는 문장이 있었다
<연인>을, 이제서야 읽어보기로 했다
책에서 내내 언급되는 FM은
오스트리아 시인 프리데리케 마이뢰커로 추정된다
책 제목인 <작별들 순간들>의 ‘작별들’은 그의 작품명일 수도
<작별들>
<내가 아침에 이끼의 녹색으로. 창가로 다가갈 때>
한국어 제목의 그 책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도서 이미지 속 독일어를 복사해 파파고에 넣어봐야 했다
현재로서는 독일어를 모르면 이 작품들에 접근할 수 없다
배수아씨가 번역해 주겠지
꼭 번역해 주기 바란다
FM 이상으로 책에서 많이 다루어진 게르하르트 마이어
<작별들 순간들>의 서두부터 그의 인용이다
허공에 대하여.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그가 허공을 그리고 있을 때면
특히 그 어떤 대화도 참기 힘들어했다고 전해진다.
-게르하르트 마이어, <곧게 뻗은 운하>
아, 마이어는 Maier나 Mayer가 아니라 Meier임에 유의해야 한다
작가가 이들의 이름을 속 시원히 알려주지 않는 바람에
FM이 무엇의 약자인지 게르하르트 마이어의 정확한 독일어 표기가
무엇인지 수수께끼 풀듯 한참을 수색해야 했다
<눈의 발라드>
p.88을 보면 이 책의 남아있는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슬픔이 베를린 서가의 주인을 채웠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책의 마지막 장에 도달하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이라고..
그래, 이것도 배수아씨가 번역해 주겠지
<죽음의 섬>
영문판이 있다!
<곧게 뻗은 운하>
로베르 팽제의 <파사칼리아>
첫 문장은
고요. 회색.
책 어느 장의 소제목이었다
<파사칼리아>가 포함된 팽제의 작품집
영문판!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
내가 갖고 있고 아는 작품이다
<3기니>를 읽은 후 울프의 책을 멈출 수가 없었다는 작가의 친구는
남부이탈리아에서 이 책을 읽은 것을 잊을 수 없었다고 하며
베를린 서가의 주인 역시 이 작품을 읽기 시작한 후
너무도 벅찬 마음에 커다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노라고 했다
울프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한다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
배수아씨 번역이 나와 있다
크누트 함순의 <가을별 아래서>
영문판
북독일 히스 황무지의 작은 마을 바르그펠트 37번지에
꿈에 그리던 정원 딸린 집을 구해 생의 마지막을 보냈다는
아르노 슈미트
<체텔스 트라움>
그는 히스를 섬기는 자였다
해발 백 미터가 넘지 않는 구릉들, 평원,
모래땅에 흩어진 소나무숲,
초록과 보랏빛 모랫빛이 혼재하는 히스 들판과 습지,
글쓰기 이외에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고독,
아르노 슈미트가 원한 것들이다 -p.161
한편 베를린 서가의 주인에 따르면
히스 황무지의 아름다움을 최초로 발견한 것은
19세기 낭만주의자들이며
그중에서도 헤르만 뢴스가 유명하다
북독일 황무지 풍경과 니더작센의
뤼네부르크 히스를 찬미한 시와 소설들을 썼다
아마도 이런 책들이 아닐까
덧붙여
이 책엔 도서명 작가명만큼 장소명도 천지다 이를테면
-전통적인 커피하우스인 서베를린의 카페 하르덴베르크
-독일 남부 프랑켄 지방의 소도시 딩켈스뷜
베르너 헤어초크가 카스파 하우저에 대한 영화를 찍은 장소
FM의 <작별들>을 발견한 그곳의 인상적인 서점 묘사
-작가가 기억하는 또다른 서점은 웰니스호텔인 엘마우성의
구내 서점 그곳 진열대 한가운데 왕좌처럼 높은 자리엔
묵직한 장정의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하지 즈음 튀링겐 바흐 음악연주를 들으러
이웃마을 교회까지 걸어가는 동안 음습한 숲을 넘어 만난
백색에 가까운 황금빛으로 넘실대는 끝없이 드넓고 우묵한 밀밭
-9월에 방문한 실스마리아, 그리고 본도 마을
-기프호른 히스, 바르그펠트의 아르노 슈미트 하우스, 소나기들판
-모두가 모두를 최소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도시인 듯한 취리히
그곳에서 브루노 간츠와 스쳐지나간 적도 있었다고
-봉쇄된 모로코의 라바트에 갇힌 시간
-베를린 시내 국제공항 공포체험, 양양 국제공항 에피소드
박물지처럼 읽다 보니
책에 나온 식물명에도 눈이 갔다
투야나무
자작나무
너도밤나무
단풍나무
보리수나무
참나무
버드나무
사과나무
자두나무
떡갈나무
로더덴드런
엘더베리꽃
야생산딸기
안개모자버섯
자우어암퍼
마가목
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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