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상의 발견
- 여행의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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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축구와 맞바꾼 (음악)여행
1.
지난해 12월 라페니체 정샘 말9를 보러가는
베니스행을 취소했었다
연일 들려오는 아쿠아알타 소식에 심란해서였다
몇 차례의 겨울 베니스 경험으로
강행해도 큰 문제 없으리라 생각은 되었지만
마침 이즈음 생활의 0순위인 손흥민 경기도 잡혀 있어
고민고민하다 취소했다
덕분에 손흥민 선수가 어마어마한 70미터 질주골을 넣은
번리전 토트넘 경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여행을 포기한 후 밀려오는 허전함을
보상해 주고도 남는 믿기지 않는 플레이였다
이 경기 이 장면을 놓쳤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같은 유럽권이니 여행지에서 경기를 챙겨보는 방법은 없었을까?
내 연구해 보지 않았을 리가!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차라리 직관이면 모를까 결론은 한국에서
내집 안방 티비로 현지생중계 시청이 최고라는..
혹시나하고 페니체극장에 이메일을 보냈더니
공연티켓값을 환불해 주어 기분도 더 살아났다


2.
반 년 전 예약해 둔
이번주 RCO 정샘 말9를 보러가는
암스테르담행을 취소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또 심란해지는 가운데
실은 토트넘의 FA컵 사우스햄튼전 재경기가
하필 이 시기에 잡히면서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흥민이 경기를 봐야 할 텐데..
누군가는 녹화중계나 하이라이트 보면 되잖아,
할지도 모르겠다..만 이 세계를 잘 모르는 소리다
스포츠는 실시간관전, 생중계시청이 생명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왕이면 백수로 살 필요가 있다 훨씬 유리하다..
결국 공연과 여행을 취소했고.. 덕분에 이번에도
내내 처맞다가 뒤늦게 꾸역꾸역 결과를 가져오는
피치 위 무링뇨 감독의 매저키스트적인 경기 운영 스타일과
토트넘의 끈적끈적한 경기력에 더해
흥민 선수의 희귀한 PK결승골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함께하며 기쁨의 순간을 누릴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여행과 공연을 취소한 나와 달리 어제오늘
콘서트헤보의 정샘 말러 연주에 간 이들의 후기가
음악 커뮤니티에 올라오니 속이 쓰리다
다음주 정샘의 RCO 말9 함부르크 투어 공연이
유튜브 생중계될 예정이라 하니 조금 위안이 된다
또한 이번에도 콘서트헤보측에 이메일을 보내
티켓값을 환불 받게 되어 그나마 덜 억울하다
항공편 위약금을 물어야 했으나
지난 반 년간 여행과 공연을 기다리며
행복했던 시간에 대한 지불이라 생각하련다
그나저나 습관적인 예약-취소, 구매-취소..
온라인 소비생활의 한 행태가 되어가는 듯


3.
평소 국대 경기와 박항서의 베트남 축구만 보던 남편도
요사이 내가 하도 설쳐대는 바람에
흥민 선수를 아들같이 응원하며 실시간으로
토트넘 경기를 함께 보고 있다
축구팬으로 국대 경기 몰입
박항서의 베트남 축구 몰입
손흥민의 토트넘 경기 몰입
모두가 국뽕의 다른 형태들이고 국민마약이다
한밤중 새벽 경기를 챙겨볼 정도가 된
우리 부부의 현재 잉여력은 더이상 출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임박한 은퇴와 관련이 있다
요컨대 둘 다 한가해지고 있다


4.
두 개의 취소한 여행 사이에..
넷플릭스에서 [죽어도 선덜랜드]를 인상 깊게 보았다
한때 기성용과 지동원 선수가 몸담은 바 있는
영국 북동부의 쇠락한 중소도시 선덜랜드의 축구팀이
프리미어리그에서 2부리그로 강등한 이후
2017-2018 시즌을 지켜보며 촬영한 축구 다큐멘터리인데
승격을 목표로 사투를 벌이던 이 명문팀은
충격적이게도 프리미어리그로의 승격은커녕
시즌 내내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다 처참한 성적을 내며
3부리그로 또다시 강등하고 만다
제작진이 이러한 몰락의 드라마를 예상한 것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이 점이 역설적으로
이 다큐멘터리를 더 감동적이게끔 한다
구단주와 고용사장, 구단직원들, 스카우터,
떠나는 선수와 남는 선수,
오고가는 감독, 지역사회와 서포터들..
축구와 축구팀, 축구문화, 스포츠와 산업 등등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생태계에서 빅클럽 위주로 봐 오던
우승이나 챔스권, 유로파권 진입 못지 않게 치열한 것이
하위권에서 벌어지는 잔류냐 강등이냐의 싸움이었던 것 같다
하부리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누가 일등을 차지하느냐보다
누가 꼴찌를 면하느냐가 더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전자는 돈과 명예의 문제이지만
후자는 돈과 생존의 문제일 테니까
일단 강등된 팀은 다음 시즌 승격에 도전하게 되는데
일종의 패자부활전의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하지만 알다시피 축구는 희망과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축구는 축구 이상의 무엇이다.. 이 작품의 결말은
축구계 역시 적절한 투자와 쇄신과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승격은 고사하고 언제든 하부리그라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즉 계속 약자로 남을 수 있다는,
비정한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반영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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