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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주향

제 목

푸르니에와 굴다,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모음

지난 가을 현우에게서 빌려듣고 너무 좋은 나머지 내 돈 주고 사서,
작년 말 올초 서울시향 말러 사이클에 집중하는 가운데
사이사이 휴식 삼아 들었던.. 피에르 푸르니에와 프리드리히 굴다의
베토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작품 모음

이 음반은 DG에서 1959년 녹음된 아래 음반을 재발매한 것으로서

두 개의 시디에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다섯 작품을 비롯해
마카배우스 유다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 포함 3개의 변주곡이 들어있다.

20세기 첼로 명인들 중 푸르니에는
깊이(카잘스)나 기교(로스트로포비치) 이상의 가치, 즉
곡 자체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 주는 연주자였다고 한다.
정말 그의 연주를 듣다보면 베토벤의 곡이
이리 아름다웠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음반의 진짜 주인공은 굴다일 지도 모른다..
통상 이런 악곡에서 피아노는 독주악기를 뒷받침하는
2인자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서 독주악기를 돋보이게 할 임무가 있다.
그런데 이 연주에선 첼로보다 피아노가 튀는 경향이 있다.
바로 이 점이 이 연주를 역사적인 명연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한다.
뿔테안경을 쓴, 어쩐지 너드 필이 충만했던,
음반 속지 에피소드에도 나와 있듯 당시 이미 재즈로 '크로스오버'하여
클래식계의 기피인물로 찍혀 있었던 듯한
젊은 시절 굴다의 명징하고 개성적인 피아노 자아를
아름답고 기품있으면서 겸허한 푸르니에의 첼로가 부드럽게 흡수하는 구조.
그 결과 사이좋은 친구가, 또는 사이좋은 부자가
밤새 무슨 이야기를 지치지도 않고 조곤조곤 주고받는 듯
이 중주는 기쁨과 행복감이 흘러넘친다.
몇 달 간 시디플레이어에 무수히 넣었다 뺐다 한 음반으로
모처럼 비가 내리는 오늘같은 휴일 오전의 배경음악으로도
어쩜 이토록 안성맞춤인지.. 아는 이들에게 추천하여 같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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