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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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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학기중 오페라 여행 중간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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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왜 이리 크냐, 최근 발매된 따끈따끈한
메트 오페라 공연 실황,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
오페라는 역시 극장적 관람이 정답이구나..
이렇듯 화면으로 보니 단순한 줄거리인 것을,
음반으로 들으며 주구장창 가사집을 들여다 보고 있었으니
참 난해하고 답답한 시절이었다.
스위스 산골 배경의 소품을 현대물로 번안한 이 메트 공연은
왜 굳이 무대를 현대로 바꿨을까 의문이 들만큼 아이디어가 평면적이긴 하나
플로레즈와 드세의 명인기를 패키지로 누릴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나탈리 드세는 그 자신 너무나 강렬하고 활력이 넘치는 배우다 보니
(훌륭한 가수라기보다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된다)
극단적인 캐릭터보다 차라리 이렇듯 청순가련 캐릭터가
감상자를 더 편안하게 해 주는 것 같다.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는.. 말해 뭐하랴, 벨리니의 이 작품에서
그가 맡은 남자주인공, 질투심에 변덕이 죽 끓듯하는 천하에 쪼잔맨이건만
이 사람의 노래와 연기만큼은 또다시 할 말을 잃게 한다.
어쩜 그렇게 힘차고 사랑스럽게, 그토록 건강한 고음을 뽑아낼 수 있는지..
하여튼 두 분 모두 대단하도다..
사이먼 킨리사이드가 나오는 최근 발매된 돈 조반니 영상물.
이 공연에서 킨리사이드의 돈 조반니는 너무 늙었고 또 느끼하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오히려 지옥불에 떨어지는 최후에 합당하게
충분히 흉하고 야비해 보인다는 점에서 드라마 포인트가 적중했다고도 생각된다.
그동안 이 오페라를 볼 때마다 지옥의 징벌이라는 결말에 합당할 만큼
돈 조반니 캐릭터가 충분히 사악했던 적이 별로 없었기에 이 점 만족스럽.. 지만서도
사악하고 야비하면서 도통 죄의식이라곤 없는 (것까지는 대개들 잘 그려낸다)
좀더 심오하고 파괴적인 매력적 악당으로서의 돈 조반니는 어디 없는 걸까..
젊었을 때 킨리사이드의 돈 조반니라면 아바도와 함께 했던 이런 음반이 있다.
오래 전 표지에 혹해 샀던 것으로 몇 개의 돈 조반니 중 그나마 손이 간다.
이 공연의 영상물이 나와 있으면 좋을 텐데..
언젠가 이비에스던가 티비에서 방영해 주었던지
희고 미니멀하고 산뜻한 무대였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아르농쿠르 연주의 이 영상물에서 로드니 길프리는
이제껏 본 가장 매력적이고 흠 잡을 데 없는 돈 조반니였다.
그런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이 오페라는, 작품 자체가,
그 어떤 버전을 접하든 배고프달까, 늘 사람을 허전하게 한다.
두 개의 저 유명한 감미로운 유혹의 세레나데를 빼곤
애당초 돈 조반니에게 할애된 아리아가 변변치 못해서가 아닐까..
돈 조반니 캐릭터 자체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오락가락하며
돈나 안나와 돈나 엘비라, 체를리나라는
돈 조반니에게 유린당한 세 여인의 복잡한 감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투사되는 캐릭터여서일까..
참고로 이 공연에서 길프리와 함께 스타시스템을 대표하고 있는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엘비라는 끔찍했다.
폰넬 연출의 영화로 만들어진 코지 판 투테.
시각적으로 80년대 지중해 배경의 이태리산 소프트에로물을 연상시키는,
파스텔톤의 샤방샤방한 의상과 미술이 먼저 돋보이는 작품.
어수선한 공연실황물과 달리 연기지도도 섬세할 뿐더러
립싱크? 로 녹음된 사운드 역시 삑사리스러운 데가 있을 수 없게
매끄럽게 콘트롤된 가창의 향연.
말로만 듣던 에디타 그루베로바의 얼굴이 나처럼 생겨 놀랐으며..
다양한 형태의 중창 가운데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가 부르는
여성 듀엣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이 소리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만나가 아닌가..
길프리가 귈리엘모로 나온 가디너의 90년대초 코지 판 투테 공연물이 나와있다고 한다, 이렇게.
이 영상물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와 거의 똑같은 캐스팅으로 비슷한 시기 페라라에서 있었던,
표지 사진조차 저것과 똑같은 손때 묻은 실황 음반을 갖고 있는지라 이미지를 가져왔다.
칼 뵘의 피가로의 결혼과 더불어 처음으로 모차르트 오페라의 매력에,
특히 코지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해 준, 또 길프리를 알게 된 음반이다.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길프리의 색다른 매력을 선사해 주리라 믿고 질러 본 모험적 선택.
바그너의 음악처럼 드뷔시의 음악도
들으면서 혹은 듣고 나서 또렷이 기억되는 선율이 없는 반면
그저 하염없이 이어지는 선율의 ‘흐름’만이 있을 뿐이다.
어려서 메테를링크 원작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라는
이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랄까 동경이 있었는데
과연 차갑고 로맨틱하며 심각한, 신화적인 서사이면서
마치 큐브릭의 [샤이닝]의 비주얼을 연상케 하는
한 편의 가족간 사이코드라마였다.
여기서 우리는 북구의 왕자같은 길프리의 연기와
노래(랄지 읊조림이랄지)를 원없이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보고 나니 왠지 이 작품의 타 프로덕션 공연도
접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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