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음악
- 음악 취향의 압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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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주향
제 목    슈만 음악에 대한 생각

아래 게시물에서 슈만 음악의 아름다움을 말했지만
그 곡에서 3악장 아닌 다른 악장들은 얘기가 좀 다르다.
그 악장들은 기분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는
몇 년 전 아래 글에서 말한 그런 특성을 갖고 있다.
어쨌든 슈만의 음악을 나는 단념할 수 없는 모양인지
이렇게 슈만 음악을 계속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슈만
-2006. 2. 1

오늘 <명연주 명음반> 시간은
무슨 날인지 선곡이 죄다 슈만의 곡들이었다.
우리에게 이름이 알려진 음악가 중에서 오래 전부터 나는
이 슈만의 곡을 좋아하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려웠는데
지금도 별로 나아진 건 없는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시인의 사랑>, <여인의 생애와 사랑> 같은
그의 가곡 작품들과는 친밀해졌지만
라인이라든가 봄, 같이 근사한 제목을 달고 있는 그의 교향곡이나,
오늘 선곡같은 피아노 소나타, 피아노 협주곡, 이런 기악곡들은 정말 힘들다.
응집력이 없이 주구장창 유동하는 액체성 악상으로서
듣다 보면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오로지 앙상하고 래디컬한 열정만으로
밀어부치기 때문에 놀랍게도 때로는, 이 아니라 거의 예외없이
견딜 수 없는 노이즈가 돼 버린다. 그리고 그 불편함의 정도는
바그너나 리하르트 쉬트라우스보다도, 전위적인 현대음악보다 더 심하다.
브람스만 돼도 좋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다면 결국 슈만은 어릴 적 피아노 소곡집 메뉴인 즐거운 농부랄지
트로이메라이, 아니면 합창대회 단골 메뉴인 유랑의 무리의 슈만일 뿐인가.
그럴 수 없기에 이 메모를 남기고 있는 중이다.
슈만을 단념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저 '견딜 수 없는 노이즈' 이다.
나는 저 노이즈가, 우리가 정신을 놓았을 때(놓을 수 있다면, 이왕이면 오래, 영원히)
그 정신이 가 닿을 수 있는 극한의 예술적 표출과 관련되는 것 같다.
이것은 아마도 살아생전 라인강 투신 및 정신병원 출입, 클라라에 대한 열애 등으로
총체적 광인의 잔상을 남긴 슈만의 멘탈리티와도 관련되겠지만 무엇보다도
슈만이 대표하는 시대정신인 '낭만'의 개념에 다가가는 열쇠가 아닐까 싶다.

낭만.
우리에게 이 단어는, 중역 수입되면서 주로
대상에 대한 필링의 개념으로 늘 받아들여져 온 감이 있다.
그러나 슈만의 악상이 가진 특질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낭만이란 실은
아이디얼한 것을 향한 끊임없는 움직임, 변화를 향한 열정,
현재 부정의 에네르기를 의미했던 것이 아닐까.
우리가 음악에서 바라는 것이 대개 형식의 추구, 형식의 완성에서 오는
평화와 안정과 정화감인 한.. 그러니 닻도 잃고 용총도 잃고
매듭도 휴지도 없이 내달리는 저 비타협적 열정의 세계는 거북하고 피곤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래디컬한 열정의 세계를
이해하고 소화해 내기엔 지나치게 드라이하고 냉소적이다.
우리는 낭만(이든 로맨티시즘이든)의 진실과 파워를 감당할 용량이 못 된다.
요컨대 슈만이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한,
슈만 곡들이 가진 낭만적 퓨어리티 지수가 최고인 한,
(내가) 슈만의 음악을 즐기지 못하고 편히 듣지 못하는 것은
꽤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겠나, 하고 이로서 위안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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