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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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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006_헤레베헤_바흐 B단조 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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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헤레베헤의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 바흐의 B단조 미사
- 2006. 6.12(월) 저녁 8시 LG아트센터
고전음악을 들으면서
내가 가장 고양된 경지에 도달했던 것은
미사곡을 찾아 듣던 시기였다.
그때 키리에 글로리아 크레도 상투스 베네딕투스
아뉴스데이 같은 전례문의 명칭들을 알았다.
미사곡은 무엇보다도 교회음악이고 전례음악이다.
이것이 바로크 시대 때부터 오케스트라가 동원되고
독창 중창 합창이 곁들여지면서 다변화, 대형화되었다고 한다.
공연으로 미사곡을 접하기는
큰 교회의 성가대 연주 말고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에 내한한 연주단체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는
필립 헤레베헤라는 사람이 이끄는
벨기에에 기반을 둔 고음악 전문 악단이다.
이들은 소위 정격연주니 원전연주니 하는 것을
지향하는 악단인 모양인데 내가 이해하기로 이것은
작곡가 당대의 악기를 복원하여 사용한다거나
그 시대 연주 관행을 재현해 내는 연주 스타일이다.
한 십여 년전쯤 이 계통 연주의 대표선수인
존 엘리엇 가디너와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니콜라스 아르농쿠르의 이름이 막 귀에 익으려 할 무렵
나는 고전음악에서 멀어져 가는 중이었다.
필립 헤레베헤라는 인물은
다시 고전음악을 듣기 시작한 최근에 알게 된 이름이다.
좋은 연주를 하는 악단이라는 소문을 듣고,
또 바흐의 B단조 미사곡을 연주한다길래 공연에 갔다.
지휘자는 서양 동화책 속에서 불쑥 튀어나온
깐깐한 구두수선공 할아버지같이 생겼고
낡은 성경책같은 악보를 들고 있는 합창단원들은
퀘이커 교도들 같았다.
마치 추상미술의 효능처럼 고음악은
기름기 빠진 간명하고 조촐한 스타일로 인해
현대인에게 평화와 안식을 안겨주는 것 같다.
고도로 훈련된 사람들의 음정과 딕션은 얼마나 곧고 아름다운지.
그들이 이루어내는 화음은 얼마나 숭고한지.
인간의 목청이 서로 다른 성부로 음계라는 기호의 지도를 달려갈 때
레고로 성을 쌓아나가는 것 같던 그 느낌.
화성의 진행이 곧 화성의 건축인 바흐 시대 대형 합창곡의 속성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음악적 쾌감이 젖과 꿀처럼 흐르는 시간이었다.
연주는 어여쁘고 정결했으며
심장을 압박하는 감동의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소프라노의 독창은..
고전적인 영시에 등장하는 종다리의 지저귐이랄지
한 떨기 장미꽃 위에 앉았다 하늘로 포롱포롱 날아오르는
굴뚝지빠귀나 울새의 노래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런가 하면 희고 병약하고 여리기 짝이 없어
말 그대로 신의 어린양처럼 생긴 카운터 테너의 노래는
오래 전에 산 존 다울랜드 음반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물푸레나무에 한가하게 기대선 기사의 어수룩한 종자.
그가 내는 휘파람 소리 같았다.
오보에와 어우러지던 그의 찬양은 특히 구슬펐다.
이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노래라는 것은 굳이 크게 부르지 않아도, 울부짖지 않아도
충분히, 완전하게 노래구나, 정말이지 그렇구나 싶었다.
일찍이 시편 기자가 고백하였듯이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겐 정녕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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