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트
- 영화로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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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신형철씨의 [설국열차]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4241


<글에 대하여>

이 사람이 [설국열차]에 대해 쓰고 있지 않아서 답답했다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어 이렇게 재미난 글을 읽게 된다



일찍이 정성일씨가

영화 읽기의 미시적 층위와 거시적 층위를 종횡무진해 가며

영화 텍스트를 숏바이숏 분석하는 장문의 영화글을 쓰곤 할 적에

그 안에, 번뜩이는 영화적 통찰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현학적이고 장황한 문체는 또 얼마나 한 시대를 미혹했던가

이제 우리가 그런 허세스러운 문장과 그런 문장에 들어있는

석연치 않은 식견 내지 사유의 미성숙함을 걱정하며, 또는

비난하지 않으며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제대로 된 텍스트 전문가의 글이 나타났다



신형철씨의 글은 가독성이 매우 뛰어난데

한 편의 비평이 마치 단편 추리소설과 같은

찰지고 완결적인 미스테리 구조를 갖고 있어 그런 듯하다

거기다 근래 어디서 보기 드문, 텍스트에 대한 훌륭한 매너에

발효음식같이 곰삭은 풍미를 내는 대중적 화술까지..

그런 솜씨를 가지고 이 사람은 매번

우리가 역부족으로 가 닿지 못한 해석의 ‘정확한’ 지점에

제일 먼저 도달하고 있어 얄밉다

내가 의심이 많고 그럴 만한 동기도 없는지라

영화가 아닌 화제를 다룬 신형철씨의 저서를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여하튼 독창적이라고 해야할지.. 독보적인 인물이 하나 나셨다



<영화에 대하여>

“이렇게 결론을 맺자. 이 영화에서 마르크스의 기차는 이상한 곳에 정확하게 도착했고, 프로이트의 기차는 정확한 곳에 은밀하게 도착했다고.”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과 비슷하게

나는 [설국열차]를 결말이 열린 후일담으로 받아들였다

좀더 총체적이고 좀더 알레고리화된 후일담으로서

20세기 후반부터 오늘날까지

우리 사회의 주요 고비를 살아내고 주의깊게 지켜보며 다듬어 온

역사와 사회와 문명에 관한 철학적 인식, 즉 감독의 세계관이 집결된,

피땀흘려 완성한 박사학위논문같은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수많은 담론에 휩쓸리는 와중에도

잃어버릴까 애지중지하며 내가 간직해 온 장면은 딱 세 개이다

첫째,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반란군이 횃불 들고 달려오던 장면

스크린에 성냥을 그어 화악 불을 붙이는 것 같던..

그것은 불꽃같은 역사의 한 순간

둘째, 팔다리 멀쩡한 내가 어찌 지도자가 되겠느냐던 커티스의 대사

셋째, 큐브릭 영화같은 밑그림 위에 기계장치의 신처럼 나타난 윌포드가

커티스를 돌려세워 아비규환인 열차 객실을 바라보게 하던 장면

역사는 이미 교착상태에 빠지고 주인공 멘탈은 붕괴 직전,

이때쯤 한참 늘어져 있던 영화의 속도감



[설국열차]의 여운과 파장은 꽤 커서

개봉 후 나는 많은 사람들의 감상과 견해를 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 영화의 해석과 관련하여 알 수 없는 갈증에 계속 시달렸다

이제 한 박자 늦게 온 신형철씨의 감상문으로 갈증은 일단락 해소되었지만

아직도 이 영화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특히 나와 같은 세대로 교육에 종사해 온 사람들, 친구들,

지적인 글쓰기에 종사해 온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들은 그동안 어찌 살아왔으며 지금 세상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쩐지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은 반응자의 많은 것을 드러내 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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