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azafran...그러니까 샤프란, 님이 쓰신 글을 제가 옮겨온 것이구요
(이분이 바로, "울 아가씨"라는 표현을 사용하시는, 제가 만난 첫번째 분입니다)
여기에 올려도 좋다는 허락은 받았습니다.
중간중간에 사진이 나오는데,
본인이 스스로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도 있고 대부분은 얼굴을 알아 보기 힘든 것인데다
별로 상관하지 않으시는 것 같지만서도... 부분적으로 인물이 크게 나온 것은 제가 임의적으로 뺐습니다.
글 자체는 덧붙이거나 빼는 부분 없이 그대로 올립니다.
아참 그런데 주향님... 출발은 언제쯤이신지요?
글이 꽤 길거든요... 11편까지 갑니다. (까딸루냐 기행문은 별도로 현재진행중..)
날짜가 얼마 안남았다면 한꺼번에 올려야겠지만
여유가 좀 있으시면, 글이 워낙 기니 나눠서 올릴까 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첫번째 글은 서론이라 부연설명이 좀 많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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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그 문화에 대한 치열한 탐구를 종용받는 이곳 자유게시판에서
이런 만행을 저질러도 용서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러가지 질문을
퍼붓는 외에는 영양가 있는 이야기라곤 해드릴 수 없는 저이기에...
자꾸 분실하는 필름과 사진 때문에(귀찮은 건 질색이라 앨범 같은 걸 사서
사진을 정리할 생각도 하지 못합니다.) 충격을 받아(한달 전에 다녀온 터키
에서의 필름도 어느새 실종. 2년이 넘은 사진과 필름들은 절반 이상이 종적
도 없는 상태입니다.) 왠만한 사진들은 아가씨게 스캔을 부탁하기로 했습니다.
(이게 다 예전에 번개방에서 웹상에 앨범 만드는 법을 알려주신 고마우신 분들
덕분.)
정리하는 김에... 아주 우연히(정말 우연히) 찍힌 음식 관련(그래야 식재료겠
지만) 사진들이라도 사진게시판에 올려볼까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기왕 올리면
제가 받아들인 그 나라 음식에 대한 이미지라도 곁들여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너무 두서없게 말하지 않으려면 제 여정을 따라서 이야기하는 것도 낫지
않으려나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시간별로 서술하자면 스페인-과테말라-멕시코-아일랜드-까딸루냐-프랑스-쿠바
-이탈리아-터키 의 순이 되겠지만.. 제 기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서.. 완주할
자신은 없군요. 음식에 대해서 할 말이 그리 많이 않은 나라도 있고..
음식 동호회에 왠 기행문이 올라오는 일이 없도록 가능하면 음식 이외의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만.. 워낙 엉뚱한 곳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 ^^ 써보고 엉뚱한 이야기가 더 많으면 가차없이 번개방으로 옮기거나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짧은 이야기는 될 것 같지 않아서.. ^^ 이것도 오늘 올리지는 아마 못할 것
같네요. 점심시간이나 틈나서 심심할 때 쉬엄쉬엄 이야기하지요. 오늘은 저희
팀장님께서 동생분이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놀라서 달려나가셨고, 과장님은
연수원에 모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러 가신 덕분에 제 위로는 1년 먼저 들어오신
선배님뿐. 정말 바쁜 시즌인데도 뭔가 일을 시켜줄 사람이 현재 아무도 없는
상태라.. ^^ 일단 시작만 합니다.
시작부터 변명을 해야겠습니다. 제 사진 중 몇 장 있는 사진 올리려다 지루하게
긴 이야기를 해야할 판인데.. 제 첫 여행이었던 스페인에선 사진조차 없습니다.-.-;
아직 어렸던 터라.. 좀 유치한 얘기지만.. "여행은 마음에 담는 것. 카메라가 왜
필요해."라고 외치고 나갔기에.. -.-;; 물론 두달뒤 어쩌다 1회용 카메라가 생겨서
마지막 세달째.. 는 사진이 몇장 있습니다만..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
그래서 이 첫 이야기는 아주 지루하게 생겼습니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인터넷
에서 다운받은 사진이나 그림을 사용할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뭐라고 나무라지
말아주세요. ^^
아, 그리고 지금도 여러분의 십만분의 일만큼의 식문화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이고 관심조차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당시 전 갓제대한 제대군인이라
사제음식이라면 교내식당 음식조차도 감미로울 지경이라.. 감히 여러분들에게
뭔가 정보를 전달해 드릴 엄두도 내지 못하겠습니다. 세월도 흐르니 기억마저
정확하지 못하고.. 또 환율이나 가격도 변했을테고.. 단지 정보야 웹이나 책 하
나만 찾아도 엄청나게 쏟아지는 세상이니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건 너무 힐난하
지 마시고 정정만 해주시면 무척이나 감사하게 생각하겠습니다. ^^
그냥 평생 외래문화에 관심도 없던 촌놈이(햄버거를 고 1때 처음 먹어보고
피자는 대학교 1학년 11월에야 처음 먹었던 지방애가) 외국 음식을 접하면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구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심심거리로만 읽어주시면
되겠네요.(근데 이런걸 정말 누가 알고 싶어할까? -.-;; 그냥 제 개인적으로
추억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사이트를 이용한다고 치면.. 그건 더 욕먹을 일이
겠군요.) 정말 주관적인.. 지극히 주관적인.. 관찰이며.. 내친 김에 정확한 정보
를 더해주시면 제게도 큰 도움이 되겠네요.
소심해서.. 사설이 너무 길군요. ^^ 이제 정말 시작하겠습니다.(너무 길면
나중에 잘라서 올려야겠네요.)
제가 대학 1학년이던 94년에 대학에선 소위 '배낭여행'이란게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지금도 엄두도 못내는.. 한달이면 거의 십여개국을 질주하는
고행에 가까운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와중에도 귀찮은 걸 싫어하는 전
병무청 허가를 위한 여러 수속이 너무 귀찮아서 그런 건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답니다.
좀 더 부지런한 학생들은 열심히 토플을 준비하며 교환학생을 노렸지만..
역시 게으런데다가.. 당시까지도 영어를 열심히 한다는 것이.. 왠지 앞서간
열사에 대한 배신감.. 같은 걸로도 약간 느껴져.. 하여간 '들어라, 양키야'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토플책을 끼고 다니기도 어색했고.. ^^ 어쩌면 제가
원초적으로 미국문화..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 (비자까지 떨어져서 더 그럴지도. 울 아가씨도 미국비자 떨어
졌어요.)
그리하여.. 그냥 일반적이고 평범한 학생으로.. 1학년을 마치고.. 집안에
급한 일이 생기면서.. 갑자기 입대해버리게 되었습니다. 군대에서의 사소한
인연으로.. 아니 군대가 아니라도 아주 사소한 사건들에 의해서.. 향후 몇년
혹은 평생의 괘도를 바꾸어버리는 아니면 중요한 영향이라도 미치는 사건이
종종 일어나는데.. 제 경우도 그랬답니다.
일병 시절 후식을 먹으러 들어간 소대 화장실에(아시다시피 이병, 일병
시절에는 고참들 앞에서 후식 먹기 그러니까 주로 화장실에 들어가서 먹게
됩니다. 그날은 감이었지, 아마.) 우연히 한참 지난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있었습니다. 그 바로 옆칸 화장실로 들어갔더라면 전 지금 여기에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
화장실에서 감을 먹으며 주부습진 걸린 손으로 펴든 장에 우연히 있었던
기사가.. 바로 스페인의 "El camino de Santiago"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게 되겠지만 직역하면 'Santiago 즉 성 야고보의
길'이라는 뜻입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그냥 'El camino'라고만 해도 이걸 뜻하는데
피레네 산맥부터 스페인 갈리시아의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에 이르는 800Km
가량의 순례로를 뜻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12사도중 하나인 성야고보가 로마에서 순교한 후 그의 제자들이
그의 시체를 배에 싣고 도망쳐 스페인에 묻었다고 합니다. 8세기경, 한 수도사가
별의 안내를 받아 우연히 사도의 무덤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그곳은 현재도
'Santiago de Compostela'라고 불리웁니다 Compostela는 별의 들판이란 뜻이죠.
중세인들은 이곳에 한 번 순례를 마치면.. 모든 죄를 용서받고 사후의 위안을
약속받는다고 믿었기에.. 이곳은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3대 순례로 중 하나였답
니다.
중세가 지나고 르네상스와 근대의 물결이 밀어닥치면서 순례로는 잊혀졌고
길들은 관목과 잡초에 덮여 사라져버렸지만 1970년대에 한 수도사가 이 전통을
되살리기로 결심하고 고증에 입각해 그 길들을 복구해 내었답니다. 현재도 나
있는 도로와 산길, 다리, 마을의 작은 골목을 통해 길들을 복원해내고 노란
화살표로 표시해 두었습니다. 점차 사람들이 순례에 나섰고 현재는 1년에 1
만명 이상이 이길을 걷습니다.
이삼십 킬로미터마다 순례자 숙소나 수도원이 있어 순례자를 무료로 재워줍니다.
게다가 걸어가는 거니 정말 밥값 빼고는 돈이 안들죠. ^^ 유럽인들은 자기 집 앞에서
즉,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부터 걸어서 오지만(이,삼천 킬로미터를 걷는 경우
가 많습니다.) 전 스페인 국경이 피레네 산맥의 론세스바예스 부터 시작했고 이 경
우는 26일 걸렸습니다.
종교적인 이유만으로 순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이 길을 걷는 사람의 반 이상은
기독교도도 아닙니다. 그냥 자기 자신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도, 아니면
스페인을 횡단하며 그 풍습과 자연을 관찰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도, 혹은
단지 훌륭한 트레킹 코스가 필요한 사람에게도 두개의 산맥을 넘고 메세타
고원을 가로질러 라 리오하의 포도밭과 송어가 넘치는 나바라의 강들, 수많은
역사적 도시와 작은 마을들을 가로질러 갈리시아의 대서양변으로 뻗어 있는
까미노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한답니다.
그 기사는 까미노를 걸은 어떤 북미인의 5페이지짜리 작은 기행문이었고
한국에는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까미노를 알게 되었던 것은 제게는
무척이나 행운이었던 것 같군요.(완주한 사람에겐 증명서를 주고 기록을
남겨두는데 전 한국인 가운데는 4번째로 이름을 남겼답니다. ^^)
어쨌거나 암울한 군생활을 남겨둔 제겐 어떤 희망이든지 필요했던 모양으로
그 추운 겨울에 스페인의 뜨거운 햇살은 제게 구원처럼 느껴졌답니다.
그 기사는 소중하게 오려서 관물함에 넣어두고 매일 읽으며 건조한 공기와
뜨거운 햇살을 상상했답니다.
일병 5호봉을 달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책과 테이프
를 사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답니다. 혼자서 공부한 스페인어가
처음 스페인에 도착했을 때도 불규칙 과거형을 자유롭게 변화시키지 못할
정도로 썩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남은 군생활 동안 희망과
활력을 주었고.. 그리고 이후 5년 정도는 제 인생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쓸 일 없이 잊어가는 중이지만.. 앞으로는 또 모르죠? ^^
먹는 얘기. 곧 나옵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 T.T
어쨌거나.. 세월은 흐르고.. 4백일 전부터 하루하루 새던 제게 어느새.. 제대
가 살포시 찾아왔습니다. 그 사이 있었던 일은 1학년때 과외해서 모은 돈을
코스닥 관련 신탁 상품에 맞겨 두었더니 아이엠에프 이전 거품 때 코스닥 지
수가 거의 240까지 올라서.. 거의 세배를 남겨먹는 바람에.. ^^ 스페인 여행
경비를 고스란히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그러고도 남아 그 다음에 멕시코도
갈 수 있었답니다.)
제대하고 12일후 전 싱가폴 에어라인 편으로 스페인으로 떠났습니다.
도보여행을 위해서 떠났기에 가방은 1.5킬로그램 물통을 합해서도 육킬로그램.
카메라도 그래서 빠졌죠. 이건 지금은 좀 후회되지만. ^^ 하지만 사십도의 작열
하는 스페인의 고원을 걸을 때는 정말 매일매일 그날 걸었던 곳의 가이드북도
다 찢어버릴 정도라서... 하여간 그 때부터 짐은 최소로만 싸는 버릇이 들어서
이번처럼 일주일 터키갈 땐 매일 회사다닐때 매는 색에다가도 짐이 다 들어갈
정도였죠.(전 학생때 매는 그 가방 매고 회사 출근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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