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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와 <막간>을 읽은 후
이제 <파도>를 읽고 있다
비록 번역일망정 문장 하나하나,
그 표면의 아름다움, 마치 단어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캔버스에 붓질하는 듯한 회화의 문체에 매료되어 있다
울프 작품에서 정원은 바다와 더불어
중요한 이미지 세계를 이루는 자연 모티브인 것 같은데
먼저 정원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계기는 <등대로>에 나타난 정원 식물 묘사 중
화가인 릴리의 시선에 포착된
잭매나/잭마나의 보랏빛에 꽂히면서부터다
잭마나는.. 잭마니의 단수형일까
클레마티스 잭마니라고 알려진 덩굴 화초였다
퍼플 바이올렛 모브.. 컬러명이 무엇이든
보라색 꽃만 보면 정신을 잃는지라
구글 핀터레스트 등등 한참 검색 후 선별한 이미지를
저작권 허용 범위 내에서 가져오려고 애썼다
마침 장미와 비슷하게 초여름, 6월이 제철인 모양이다

잭마나에 한동안 미쳐 있다가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이라는 책이 있음을 알았다
영국 서섹스 지방 로드멜 마을에 위치한
울프 부부의 주말 별장 몽크스 하우스의 정원에 대한 책이었다
이 책을 쓴 캐롤라인 줍은 울프 부부 사후
내셔널트러스트 관리 하에 들어간 몽크스 하우스의
세입자로 살며 직접 정원을 가꾼 사람으로서
집과 정원에 진심이었던 울프 부부의 이야기를
그들이 남긴 일기와 편지, 지인들의 증언을 통해
세심히 구성하며 줄곧 정서적 연결감을 견지하는,
알렉산드라 해리스만큼이나 뛰어난 울프 전도사였다
버지니아 울프와 문화유산으로서의 정원을 대하는
사려 깊고 건강하며 균형 잡힌 시각에 구구절절 공감하며 읽었다
몽크스 하우스 인근에는 버지니아가 제 발로 걸어들어가 익사한
우즈강이 위치해 있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버지니아 울프의 그 죽음을 우리가 불필요하게 자주
복기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과 함께 레너드와의 결혼 생활은
선입견과는 달리 충분히 행복했다고 생각된다
이름만으로도 싱그러운 다채로운 식물명과
삽화로 들어간 식재도가 읽고 보는 맛을 더하며
풍부하고 아름다운 사진 자료에 눈이 황홀하다
책에 담긴 아래 이미지들은 물론 잘 가꾸어진 정원의 현재 모습이다
책을 덮고 나면 근사한 방문객 투어를 마친 기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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