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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세잔을 마감하며

세잔 부인의 초상화들을 살펴보다 생각이 났다
오래 전 이경*님이 내 모습과 닮았다고 하신
그림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것
세잔 부인 오르탕스 피케의 초상화 가운데 하나로
이제 보니 역시나 멜랑콜리 포즈

이 그림을 안 지 이십 년이 지났지만
날이 갈수록 나는 이 그림의 모델이 나같이 여겨진다
단순히 생김새라든가 젊음이나 늙음과 무관하게
본질이, 캐릭터가 그렇게 느껴진다

한편 경기고에서 고3담임을 하던 해
미대입시 준비하던 우리반 성주* 학생이..
아마도 교지에 실을 담임샘 캐리커처 담당이었을 텐데
영어교과서인가 어딘가에 선생님 닮은 그림 있어요
하더니 살짝 내 눈치를 보며 (예의바르게도)
괜찮으실까요 하는 표정으로 알려준 그림이 있다
프랑스 7월 혁명을 기념하여 그렸다는
들라크루아의 유명한,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이게 나라고? 정녕 내가 이렇다고?
앞의 세잔 그림과 어쩜 이렇게 다를 수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아무튼
이 또한 남이 보는 나의 한 단면이었을 것이다
내 삶에서 수업과 학급담임으로 학생들과
대면할 때 나는 가장 열정적이었으며
경험치가 쌓인 교직 말기 세 차례 고3담임을 할 때
사나운 갱년기를 겪으면서도 텐션은 최고조였다
반듯한 예절 뒤에 남학생집단 특유의
담임에 대한 풍자가 분명 거기 있었지만 어쨌거나
학생들에게 저렇듯 용맹한 모습으로 비쳤다는 것이
나로서는 기분 나쁘지 않았다

살면서 위대한 화가의 그림 속 인물에 비유될
영광스러운 기회가 몇 번이나 있을까
전자는 울증 후자는 조증
그 현기증 나는 낙차.. 둘 사이의 신명나는 널뛰기..
어우 딱 나잖아.. 생각할수록 절묘한 두 그림이다
게다가 하나는 미인, 하나는 심지어 여신이니
그저 황송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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