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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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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페터 한트케의 세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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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커다란 아치
색채의 언덕
철학자의 고원
늑대의 점프
뽕나무 길
그림들의 그림
차가운 들판
팽이의 언덕
커다란 숲
세잔의 그림들과
특히 세잔이 집착한 대상인
생트빅투아르 산에 영감을 받아 쓴
페터 한트케의 1980년작
그림에 대한 묘사와 실제 해당 장소 체험이
서술되어 있지만 본격 여행기나
미술비평이라기보다 1인칭 시점의
픽션에 가까운 책이었다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세잔, 엑상프로방스와 생트빅투아르산,
그리고 그림과 글쓰기에 대한 상념을 담은
평범한 에세이처럼 진행되던 글에
제목 그대로 영화의 점프컷처럼 난데없이 끼어든
<늑대의 점프> 부분이다
생트빅투아르산에 올랐다가 하산하던 저자가
퓔루비에 마을의 외인부대 병영 철조망 앞에서
흉악하고 불쾌한 검은 마스티프 개 한 마리와 마주한
경험이 오싹하게 그려진다 손에 만져질 듯한 적대감,
거대한 증오의 문학적 형상화
또 하나는 저자가 야코프 판 라위스달의 그림
‘커다란 숲’을 보며 떠올린,
잘츠부르크 인근 모르츠크 숲의 묘사로만
100프로 채워진 마지막 장 <커다란 숲>이다
마치 프로페셔널한 지질학자나 생태학자의 시선처럼
숲의 디테일과 전모를 오가는 극도로 드라이한 접근은
대상의 ‘사과성’, 즉 대상의 근본적 신체성에 도달하려 했던
세잔의 회화 철학을 자신의 글로 실현해 보려는
일종의 오마주로 보였다
이 책에 나온 생트빅투아르산 묘사 일부를
이미 오래 전에 어디선가 읽었었다
1999년 나의 엑스 여행기에 인용되어 있다
그즈음 내 감수성을 지배하던 김화영님의
프로방스 에세이류에서 본 것일까
당시 여행 준비로 열심히 읽었으나 지금은 서가에서 없어진
아래 책에서 발췌한 것일지도
1999년 여름 프랑스 여행을 앞두고 쓴
다른 곳에 가서 살리라 5편 중에서
그렇다면 생트빅투아르는 대체 어떤 산인가?
페터 한트케는 다음과 같은 생트빅투아르 유람기를 통해
이 산을 묘사하였다. 이 글 속에서 한트케는
훗날 이 길을 걷게 될 내 마음을 일찌감치 표절하고 있다.
프로방스에서 가장 높지는 않지만 가장 험준한 산으로 알려져
있는 생트빅투아르는 봉우리 하나가 홀로 서 있는 산이 아니
라, 1,000미터 정도의 높이를 가진 연봉(連峯)들이 거의 일직
선을 그으며 펼쳐져 있는 산이다. 그런데 정상 부분은 이 산
에서 서쪽으로 반나절 걸으면 나오는 엑스 분지에서 볼 때에
만 가파르게 보인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상처럼 보이는 부분
은 시작지점에 불과하고 진짜 정상은 동쪽을 반나절 가면 이
르는 곳에 솟아 있다.
북쪽으로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다가 고원에서 남쪽으로 급격
하게 수직으로 강하하는 이 연봉은 그 산마루가 세로축을 형
성하는 웅장한 석회질 습곡을 이룬다.
서쪽에서 볼 때, 이 세 특성은 극적인 외양을 드러낸다. 왜냐
하면 그들은 이 산괴와 습곡의 단면을 구성하게 되어, 이 산
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산의 근원을 짐
작하게 하고, 무언가 굉장한 것을 갈구하게 만들기 때문이
다.....
생트빅투아르산이 지닌 놀라운 점은, 등산객을 위한 안내서에
도 나와 있듯이,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는 석회암이 뿜어대는
광채이다. 산에는 길이 없다. 산 전체, 아니 기울기가 완만한
북쪽 등성이에서도 찻길이나 사람 사는 집을 찾아볼 수 없다
(산정에는 17세기에 지어졌으나 지금은 버려진 수도원이 있
다). 가파른 절벽은 전문 산악인만 접근할 수 있지만, 다른 등
성이로는 일반인일지라도 별 어려움 없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등반을 시작해도 정상까지는 하
루가 좋이 걸린다.
나는 그 7월의 어느 날 폴 세잔로를 따라 동쪽으로 걸어가면
서, 엑스를 금방 떠나왔으면서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여행안내
를 하고 싶은 엉뚱한 충동을 느꼈다(금세기 초부터 이 길을
따라 등반한 사람은 무수히 많았고 나는 그 중의 한 사람일
뿐이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이 산을 직접 보고 싶었다. 세잔이라는 대
화가가 즐겨 그린 이 산은 나에게 하나의 고정관념이 되어버
렸다. 그러던 중 생트빅투아르를 실제로 보겠다는 생각이 어
느 날 갑자기 나의 상상을 온통 사로잡았고, 나는 즉석에서
떠나기로 결심했다.(강렬한 쾌감이 수반되었음은 물론이다) 그
래, 생트빅투아르를 눈으로 확인하자! 그리고 난 여행길에 나
섰다
나는, 세잔이 바라본, 세잔이 재현한 생트빅투아르를 찾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나는 내 느낌을 따랐다. 내 평생에 생트빅투아
르처럼 강렬하게 나를 끌어당긴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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