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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2005 로마 제5일-티볼리

로마에서 하루는.. 로마를 떠나
티볼리의 명소 두 곳엘 다녀오고 싶었습니다.
30분이면 가는 곳을 한 나절 우왕좌왕하여 도달하는 실력으로
교외에 나갔다 돌아오는 일이 교통편부터 해서 간단히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투어상품을 알아보았더니 영어로 진행되는 투어가 있더군요.
아쉬운 대로 호텔에 부탁하여 예약을 해 두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투어를 몇 번 해 보았으나
물론 가이드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해 본 적은 없습니다.
최소한 중간중간 어디서 몇 시까지 모이라는 말만
숙지하면 되는데 이것도 늘 쉽지가 않지요..
아니나다를까, 이번에 길을 잃었잖아요, 제가.
저도 일행을 놓치고 그 일행도 저를 버려둔 채 떠난 거예요, 글쎄.
다른 투어그룹 가이드가 식은땀을 흘리며 울먹이는? 저를
가련히 여겨 끝까지 데리고 다녀줘서 살았습니다.
투어회사가 달라도 어차피 투어내용은 똑같으니까요..
나중에 여기저기 돌다가 우리 팀을 만나긴 했는데
인원점검도 안 하고 훌쩍 가버린 그 돋보기 쓴 할아범 가이드의
무성의 무책임에도 화가 났지만 제편에서의 쪽팔림은 그것을 능가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가 곁에 있었으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좌우지간 마음고생을 해서인지 목표했던 장소들이 준 기쁨은 매우 컸습니다.
귀족들이 교외에 건설한 이런 사택의 최대 매력은
자유로운 개성이 드러나는 일종의 야외 컬렉션이라는 점이어서
발랄한 이교적 취미, 괴팍한 수집벽 같은 것을 느끼곤 했습니다.

1. 황제의 별장 - 빌라 아드리아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별장이었다는 이곳은
저명한 예술애호가답게 황제 본인이 여행한 제국 곳곳의
좋고 근사한 것들을 흉내내고 모방해 놓은 것들로 가득한데
특히 저는 가이드북에서 보고서 반했던 그 깨진 조상들과 꿈같이 고요한 운하,
수면을 바라보는 조각상들의 포즈, 오후의 햇살, 그 일대의 정경..
이런 것에 도취되어 사진 찍느라고 정신이 팔렸더랬습니다.
길을 잃은 바로 그곳입니다.

2. 추기경의 별장 - 빌라 데스테

확장 심화된 분수 체험.
로마 시내의 분수들이 조형적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면
이곳 티볼리의 분수들은 운율을 획득하여 비로소 음악이 된 곳이었어요.
솔로로 듀엣으로 트리오로 콰르텟으로 때로는 심포니로
정원을 수놓고 있는 수많은 분수들. 분수의 노래. 분수의 합창.
리스트가 이곳에 와서 빌라 데스테의 분수라는
사랑스런 피아노곡을 만들었던 까닭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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