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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2024 베니스 4박6일 2부

다섯 번째 베니스 방문
그 어느 때보다 계획은 안전하고 보수적이었다
코로나 이후 첫 유럽이라 몸 생각해서
정샘 공연이 있는 페니체 극장 주변만 돌아다니고
성당과 미술관 바포레토를 일체 배제했다
어차피 골목만 돌아다녀도 길을 잃고 헤매는 사태는
늘 벌어지는 것이 베니스이긴 하다만..
그럼에도 크고 작은 변수들로
그 어느 때보다 당혹스러운 여행이 되고 말았다
가장 황당했던 것은 인천발 이스탄불행 비행기가 딜레이되어
연결편 베니스행 비행기를 놓친 것이다
터키항공에서 제공한 공항 근처 호텔에서 1박후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베니스에 도착하기까지
대체 몇 번의 아침을 맞았는지..
초조함과 낭패감 속에 식은땀을 흘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헤매고 다닌 이스탄불 공항은
실로 크고 화려하고 어지럽고 불친절했으나
비교적 마음이 안정된 이튿날 신새벽에 둘러본 공항은
또 새로웠으니.. 갓 만들어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샌드위치 스펙터클과 눈알 쏟아지는 터키쉬 딜라이트에,
터키쉬 모래커피에 시선과 감각을 빼앗겼다
요컨대 애증의 이스탄불 공항이었다
같은 처지로 만 하루 동행한 젊은 여행자 신*영님을 잊을 수 없다
이왕 이래 된 거 이스탄불 공항에서 카이막이나 먹고 갈까요?
하던 극p성향의, 태평함과 해맑음이 위안이 되었다
당연하게도 베니스보다 이스탄불 공항이 자꾸 더 생각난다

변경된 베니스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아침식사

터키항공을 다시 이용하게 될까
모르겠다..
기내식은 맛있었다
후무스 지중해식샐러드 그릭요거트 신선한 치즈
부드러운 닭요리 감자요리 등등

여행 내내 이스탄불 공항의 터키쉬 딜라이트가 눈에 아른거려
귀국편에 로쿰과 바클라바를 사왔다

가장 좋았던 기억은
숙소 방구석에서 vpn 우회하여
스포티비앱으로 본 토트넘 루튼타운전
경기 막바지 85분대 흥민이의 결승골로
가기 전부터 베니스에서 프리미어리그 보는 방법을
골똘히, 세심하게 연구한 보람이 있었다

여행은
무채색의 삶에 잠시 컬러를 입히는 이벤트지만
결국은 집에 돌아오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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