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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마지막 4중주] 메모

1.
크리스토퍼 월큰이 연기한 첼리스트 피터는

폴 토르틀리에를 모델로 한 것일까 정말 똑같다

이 연주자를 알게 된 것은 풍월당에서

정만섭씨 강의 중에 아래 영상물을 보고서였다

고통스러울 정도의 진지함으로, 그 대상이 바흐였든 첼로였든

자신의 음악인생이었든 간에 궁극의 헌신을 보여주는

고독하고도 근사한 연주였다

2.
크리스토퍼 월큰의 죽은 아내 역에

메조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가 깜짝출연하고 있다

집안에 온통 도배된 사진들, 이미지들에서 알 수 있듯이..

병이 든 늙은 음악가가 하염없이 그리워하는 존재로 그려지다가

영화 말미엔 직접 출연하여 노래까지 들려준다

코른골트의 <죽음의 도시> 중 마리에타의 노래

폰 오터도 노래도 너무 아름답다 아름다워 눈물이 난다

3.
영화를 보고 와서 집에 있던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 작품들을 작심하고 들었다

영화에 나온 문제의 14번인 작품번호 131번부터

많이들 좋다고 하는 15번, 즉 작품번호 132번

대푸가(133번)가 끼어 있는 작품번호 130번까지..

그리고 한숨을 쉬며 이번에도 생각했다, 왜 나는 아직까지

이 작품들이 맘 깊이 다가오지 않는 것일까

말러 바그너 아무리 들어봐야 시끄러운 젊은 애들 음악이고

고전음악의 진정으로 심오한 경지는 베토벤 후기 현사라는 말을

한 20년 전부터, 한평생 고전음악 쫌 들었네 하는 주로

올드한 애호가들로부터 들어오면서..

이렇게 어떤 계기가 와 줄 때마다 시도해 보았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던 것.. 뭐가 그리 좋다는 건지..

어이구 내가 저 심오해지고 싶어하는 인간들 허세에 또 낚였지

에라 숙제! 하고 멀찌감치 밀어놓길 몇 차례..

마침 제목부터 '후기 현사'('그' 후기 현사가 아니라 '어떤' 후기 현사인 듯하지만)인,

뭔가 이 베토벤 말년의 음악이 본격적인 모티브로 가동하고 있을 것만 같은

이 영화를 계기로, 이번에야말로 음악을 향해 제대로 점화가 될 수 있을까

기대하고 상영관에 입장했으나 또 미션 실패

물론 영화 속에서 드라마에 의해 힘을 받은 마지막 연주 장면, 즉

끝장을 볼 것처럼 다투어 달려드는 사중주의 종결부는 강렬했지만

집에 돌아와 곡 전체와 대면하여서는 또 딴짓을 하게 되더라는 말씀

다행히 아직 나는 올드하지 않은가 보다..

하지만 계속 미련이 남는 게 관전 포인트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리하여 모든 솔루션은 소비로! 라는 방침? 아래

한동안 망설이고 있던 티켓을 지르기로 한다

오는 9월말, 대푸가를 연주하기로 돼 있는 하겐 쿼텟 내한공연

서늘해지는 그때 다시 한번 도전해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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