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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바흐: 천상의 음악 완독

존 엘리엇 가디너가 쓴 9백 쪽이 넘는 이 책을 다 읽었다
일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았으니 가능한 독서다
직장에 나갔으면 낑낑대며 가지고만 다니다가
결국엔 서가에 꽂아놓고 구경만 하게 될 운명의 책이었다
바흐는 오르가니스트이고 작곡가였지만 무엇보다도
예배와 축일을 위한 교회음악을 만들고 성가대를 훈련시키는
루터파 교회음악감독으로 신분상 시의회에 소속된 공직자였던 것 같다
성 토마스 교회 칸토르로 창작의 전성기를 보낸 라이프치히 시절
그의 생활 루틴과 생활 감각은 시교육청 소속으로 삼십 년
학교 공간에서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의 삶을 살았던 나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가디너의 비유처럼 바흐의 생활은 어떤 면에서
현대의 풋볼매니저, 즉 축구감독과 같은 생활이었을 수 있다
주말에 있는 정규 리그 경기와 주중 유럽대항전 준비는
매주 일요 예배와 사이사이 돌아오는 사순절 부활절 삼위일체축일
크리스마스와 같은 각종 교회 축일 준비에 유사하게 대응한다
크리스마스 즈음 바흐가 소화하곤 했을 살인적인 일정은
박싱데이 즈음 프리미어리그 감독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시교육청 소속 교사와 구단 소속 축구감독처럼
상급자의 지시 체계 속에 봉급을 받으며
가끔씩 충돌하고 대체로 체념하며
공장에서 제품 찍어내듯 음악을 만들고 예배에 올렸을
숨가쁜 일정, 그 안에서 탄생한 예술.. 을 그려본다
그리고 책에서 주로 다룬 성악 위주의 바흐 곡들을 들어본다
책의 핵심부에 서술된 두 개의 수난곡과 B단조 미사에 집중하면서
틈틈이 20분 남짓의 수많은 칸타타들을 들어본다
강력한 스트럭처
그것을 구성하는 역동적인 대위(수평)와 화성(수직)
그 안에 담긴 신앙의 확신

저자인 존 엘리엇 가디너가
바로크 음악 전문가이며 지휘자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뛰어난 학자임은 이번에 알았다
음악을 넘어선 인문학적 식견과 인간 바흐에 대한 접근 방식에
독서 내내 어쩜 이리 신뢰가 가던지
정작 음악 텍스트의 선택에 있어서는 이상하게도
가디너 연주보다 칼 리히터와 필립 헤레베헤,
톤 코프만 연주로 가게 되지만 말이다.. 예전부터 그랬다
아래는 평생 독일권을 벗어나지 않았던 바흐의,
생애 중 이동한 지역이 표시된 간략한 연표이다
인물 평전에서 책 말미의 연표가 왜 중요한지 그동안
잘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이번엔 연표를 자주 들여다 보았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1685~1750)
아이제나흐 1685~
오르트루프 1695~
뤼네부르크 1700~
바이마르1 1703~
아른슈타트 1703~
뮐하우젠   1707~
바이마르2 1708~
쾨텐         1717~
라이프치히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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