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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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셰이프 오브 워터]를 보고 생각난

[라탈랑트 L'Atalante]_2008.1.29

장 비고의 34년 작품인 이 영화를 이제야 보게 되었다.
라탈랑트라는 이름의 바지선을 타고 항해하며 살아가는
신랑신부의 일상과, 그들의 짧은 이별과 재회를 다룬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로맨틱한 정의들의 보고이다.
상대에 대한 정열과 그리움, 질투와 애욕,
한없는 기쁨과 한없는 절망, 파괴와 광기 등
사랑의 열병에 걸린 자들만이 느끼는, 매우 사소하면서
동시에 존재를 뒤흔드는 감정들이,
또 그런 것들에 대한 뜨거운 찬양이 이 영화에 담겨 있다.
틈만 나면 신랑신부를 놀려주고 훼방놓기 바쁜
함께 항해하는 늙은 선원 쥘은 이 커플을 이렇게 표현한다.
허구헌날 키스하고 있지 않으면 싸우고 있다고.
보는 즉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영화엔
개인용 필름 아카이브의 전당에 올려놓고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많은 아름다운 이미지들이 있다.
시골교회의 결혼식과 행복한 신랑신부..
배가 정박 중인 강가까지 이어지던 기나긴 배웅..
지렛대로 신부를 허공에 들어올려 보트에 태우던
깜짝스럽고 유쾌한 장면부터 시작해서
두 사람이 좁은 선실과 갑판에서 뒹굴고 티격태격하던 장면..
온 우주에 자기들 둘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같은 눈빛으로 바라보던
그들의 다정한 몸짓, 환한 웃음, 토라진 표정..
항해하는 배를 휘감고 있는 신비한 새벽안개, 강물, 바람..
늙은 허풍선이 뱃사람 쥘의 미치광이같은 정신세계,
누더기인형과 병조림된 사람손, 오르골과 고장난 축음기에다
본인의 몸에 새긴 정신사나운 문신들까지
그 괴팍하고 경이로운 잡동사니 수집의 세계..
세상 구경 처음 나간 아기처럼 호기심에 가득차
도시 여기저기를 쏘다니는 신부의 천진한 얼굴..
떠난 신부를 그리워하며 폐인이 돼 가는 신랑이
물속에 얼굴을 담그고 눈을 뜨면 사랑하는 사람이 보인다는
신부의 말을 기억하며 양동이에 얼굴을 처박아도 보고
불쑥 강물에 몸을 던지던 장면..
그리하여 그가 수중에서 흰드레스 차림의 신부를 응시하던,
이후 이미지 역사에 강렬한 영향을 미친 애절한 장면..  
그들이 따로 떨어져 지내는 밤에
서로의 육체를 그리워하며 몸을 비틀던 장면..
무성흑백영화의 풋풋하고 향수어린 흔적이 아직 남아있는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시적이며,
장난스러움과 즉흥적 영감으로 가득한 마술적인 영화였고
나는 특히 90년대초 내 영화적 감수성의 신천지를 열어준
레오 카라의 [퐁 네프의 연인]이 소문대로
이 작품 [라탈랑트]에 나타난 이미지와 스피릿을
얼마나 생생하게 현대에 살려낸 작품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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