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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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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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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7.15
[적벽대전]에 대한 나의 감상은, 다소 정적이고 무개성해 보이는
타이틀 신에 대한 시들시들한 감정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지던 전쟁장면부터 순식간에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전쟁의 발단부터 해서 기승전결로 끌고가는,
다시말해 드라마의 능선을 타는 전쟁영화가 이제 버거운 반면
전쟁의 산마루를 막 넘은 직후부터 시작되는, 즉 거두절미하고
클라이막스부터 포문을 열어 주로 말기전의 양상을 담는 이런 식의 전쟁물에
매료돼 있는 내게.. 이 영화의 앞뒤에 배치된 두 개의 전쟁장면은
일필휘지의 호방한 터치에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하는,
그 자체로 양괴이고 산맥으로서.. 양적으로 포만감을,
질적으로 경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 화면들 안에서 움직이는 영웅들은 책갈피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 생생하다.
그들이 표현해 내는 주군에 대한 충성, 용기, 명예로움, 절개와 같은
지극히 단순하고 고결한 감정들, 너무나 비현실적인 나머지
오늘날 먼지앉은 골동품이 돼 버린 그 고대의 미덕들에
자주 눈시울이 뜨끈해지고 가슴이 뭉클해지는 시간이었다.
이 영화의 캐릭터 가운데 비중에 비해 유일하게
공감하기 어려웠던 역은 영화의 사실상 주인공인 양조위의 주유였다.
그 까닭은 이 영화에서의 그가, 어딘지 모르게 부쩍 늙고 야비하고
왜소해 보였던 [색계]때의 이미지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적벽대전]에서 양조위가 관련돼 있는 낭만적인 장면들은
연출 탓도 있겠지만 다소 구태의연해 보였고
그의 장수로서의 면모 또한 어쩐지 약해 보였다.
아마도 젊은 날의 양조위였다면 괜찮았을 것 같고
애초의 캐스팅대로 주윤발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한편 나는 금성무의 제갈량이 배역에 대한 스터디가 가장 정확해 보였고 또 멋스러웠다.
일찍이 장철 영화의 어떤 장면, 어떤 시적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인물로
한 마리 학과 같이 희고 영리하고 고상하고 유머러스했으며 그가 등장하고
그의 시선이 머무는 모든 장면이 어떤 절대미감 속에 지배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근래에 대자본이 동원되어 만들어진 동종의 전쟁스펙터클 가운데 예컨대
[반지의 제왕]이나 [트로이] 같은 작품과 이 작품이 너무 비슷할까 봐
나는 걱정을 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아 다행이었고
무엇보다도 산수경개와 어우러진 전시물량을 잡아내는 구도랄지
전투장면의 설계와 편집 등에서 이 작품이 더 편안하고 설득력 있었다.
이러한 반응은 그저 본능적인 것이어서 이유를 분석하기가 쉽지 않지만
나는 이것이 영화인 오우삼의 동도서기관과 관련있는 게 아닌가 한다.
그는 지금도, 미국으로 건너간 뒤 자신의 영화스승인 장철 감독이
죽기 전에 보낸 편지에서 당부한 다음과 같은 말을 잊지 않고 되새기고 있다고 한다.
서양의 기술로 찍되 동양의 정신을 넣어라.
아, 이 작품의 장쾌한 화면과 화려한 캐스팅 그 어딘가에
장철과 오우삼이 동시에 사랑했던 적룡이 있어주었다면 얼마나 더 근사했을 것인가.
이 뜨거움, 이 흥분을 간직한 채 2부의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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