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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주향

제 목

여행기 3 - 모로코 (1)

스페인 최남단 알헤시라스에서 모로코의 탕헤르로.

알헤시라스 항구에 드리운 먹구름과 출항하자마자 지나쳐 간 지브롤터 섬(바로 아래 세 번째 사진)의 전반적인 채광이 예고해 주듯 모로코로 가던 이 날은 풍랑이 거센 날이었습니다. 초저녁에 출발하여 자정이 다 된 시간에 도착했구요. 예정 시간보다 초과한 세 시간 이상의 험한 뱃길이었습니다.

여행초기 신체 정신적 부적응 상태에서 이 모로코행은 모두에게 부담을 안겨주었나 봅니다. 일행 모두 누렇게 뜬 얼굴에 은근한 멀미를 앓았고 시간을 견디기 위해 모여서 떠들거나 자거나 카드놀이를 하거나 에스프레소를 마시거나 했습니다. 워낙 부대껴서 뒷날 이 모로코 일정에 대해 의견들이 많이 갈렸지만 저는 페리 타고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넘어가는 이 대목이야말로 일정의 하일라이트라 여겨왔고 내내 꿈꿔 왔던 것이기에 이의가 없습니다. 때맞추어 퍼펙트 스톰 속의 타이타닉 모드여서 서스펜스 지수는 최고였으며, 도착 후 사흘 간의 우중충하기 짝이 없는 모로코 현지 투어도 그 나름대로 제겐 우수어린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바다 한가운데선 해 떨어지자마자 칠흑같은 밤이 오더군요. 항구는 멀고 등대도 없습니다.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갑판으로 이어진 문을 여는 순간 단번에 습격하는 차디찬 대양의 발톱. 몸이 튕겨나갈 만큼 사나운 바닷바람이 불고 있었고 파도가 코 앞까지 솟아올랐고 배가, 배가 기우뚱거리고 있었습니다. 정말 무서웠습니다. 소리들은 더욱 무서웠습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풍랑이 이렇게 사나운데 그 옛날 윤심덕이는 현해탄에 빠져 죽었다니..

동양의 여행객들이 음악까지 흘러주는 안전한 실내를 독차지하고 퍼져 있는 동안 갑판 위에 나와 생짜로 풍랑의 리듬을 타고 있는 무리들은 유럽에서 건너온 듯한 청년 배낭객들이었습니다. 두터운 스키복으로 무장한 채 담요를 깔고 두런두런 앉아 캔맥주를 마시고 있거나 캠코더와 카메라를 조작하고 있더군요. 나이 스물 갓 넘어 뵈는 앳된 젊은이들이었습니다.

탕헤르에서 투숙한 메르큐르 호텔 앞 전망과 새벽 공기.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별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탕헤르에서 페즈로 가는 길의 휴게소 및 차창 밖 풍경.
이런 걸 왜 찍느냐고 주변에서들 말렸습니다.

페즈의 메디나(구시가지). 방향을 알 수 없는 미로 속 우중순례.
나귀의 질퍽한 똥을 계속 밟고 다녔습니다. 냄새는 물론 천지에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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