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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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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피렌체 여행 5_피에솔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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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일)
피렌체땅에 발 들여놓은지 여섯째날인 이날
저는 가장 행복한 일정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하루 한 개의 감동만으로도 감사한데
이날은 서너 개의 감동이 쏟아졌으니까요.
몸이 적응을 했다는 뜻이겠죠..
대여섯 시간씩 걸어다니느라
발가락은 이미 부르텄지만 말입니다.
꼭 한 달 전인 그 당시 피렌체의 날씨는
이즈음 우리 날씨와 비슷하여 낮기온 30도가 넘는 고온건조한 날씨.
그러나 아침만은 선선하였습니다.
호텔 식당에서 내다본 아침 강물
미술관에서 보내는 아침은
이 여행에서 오전 일정의 패턴이 되었습니다.
맑은 정신으로 발품을 팔며 공부하는 시간.
베키오궁과 비슷하게 생긴 국립 바르젤로 미술관에
첫 손님으로 입장하였습니다.
우피치 미술관이 르네상스 회화 중심이라면 이곳은
르네상스 조각상 중심의 우아하고 운치있는 전시관이었습니다.
삼면이 아치형 주랑으로 둘러싸여 있는 안뜰은 고요했고
주랑 아래 너른 회랑엔 조각상들이 즐비했습니다.
메디치가의 상징인 사자조각상
안뜰을 장식하고 있는 많은 조각상 중 대표선수격인 잠볼로냐의 대양Ocean
아주 힘차고 남성적인 작품입니다.
바울인지 베드로인지의 면상이 재밌는 대포
바르젤로 미술관의 핵심은
1층 미켈란젤로의 방과 2층 도나텔로의 방.
근사한 조각상들이 마음을 마구 사로잡는데
막상 사진촬영이 금지되고 있어 너무나 섭섭했던 곳입니다.
1층 미켈란젤로의 방엔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을 비롯해
16세기 피렌체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얼핏 살바토레 페라가모나 루이 뷔통 같은
이 동네 명품관 디스플레이 원리와도 비슷하게
건물 밖에서 창 너머로 까다로운 포즈의 우아한 대리석 작품들이
살짝 들여다 보이는, 이 조각 전시장의 분위기가 저는 좋았습니다.
이 전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기분과 예술적 변덕이 단숨에 느껴지는 바쿠스입니다.
포도덩굴같은 헤어스타일에 술잔을 든 손, 쑥 내민 배,
맛이 간 동공의 술 취한 주신상. 그 허벅지에
어린 사튀로스가 매달려 있는 모습니다.
미켈란젤로의 브루투스 흉상
빈센초 데 로시의 죽어가는 아도니스
잠볼로냐의 운동감 넘치는 브론즈상 머큐리
2층은 르네상스 초기 조각가인 도나텔로에게 바쳐진 방이었는데
이 방의 분위기를 전달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
블로그에서 끌어온 성 조르지오 사진.
벽감 안에 방패를 들고 서 있는 젊고 늠름한 군인의 모습
도나텔로의, 대리석과 청동 두 종의 다비드상 중엔
청동 다비드상이 인기입니다.
고전주의 이후 알몸을 형상화한 최초의 청동상이라는 이 작품은
마침 의학용 레이저를 사용한 복원작업이 진행중이라
수술대에 올려놓은 듯 뉘여놓았더군요, 그 자체로 볼거리였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성인 버전 다비드상과 달리 이 다비드는
성서상의 캐릭터에 가까운 제 키 정도의 어린 소년의 모습이었고
적을 죽인 다음 유유자적하게 송장을 칼로 저미고 있는
장난기 어린, 보기에 따라선 섬뜩한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도나텔로의 Marzocco.
피렌체 문장인 백합을 든 사자상
이날 오후엔 도미니쿠스 교회인 산 마르코 수도원을 방문하였습니다.
이 성당의 미술관에서 본 안젤리코 수사의 수태고지는
여기 와서 본 수태고지 그림들 가운데 가장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어렵게 도촬한 사진
이쪽 화질이 좀 나은가..
여기서 잠시, 성화를 보러다니며 정리하게 된 용어들
Annunciation 수태고지
Adoration 아기예수경배
Assumption 성모승천
Madonna & Bambino 성모와 아기예수
Crucifix 그리스도 수난상
Deposition 그리스도 십자가강하
수도원 복도 양쪽으로 나 있는 수도승들의 기도실,
그 단칸의 쪽방들을 유일하게 장식하고 있는 것은
기도와 묵상을 자극하기 위한 성화 한 점뿐.
안젤리코 수사와 그 조수들의 작업이라고 합니다.
평화로운 토스카나 풍경과 함께 전통적인 성서의 테마들을 다루고 있는
조촐하고 검박한 프레스코화들을 방방이 들여다 보며
가슴으로 신앙심이 전해져 왔던 곳이었습니다.
수도원을 나선 후
산타마리아노벨라역에서 7번 버스를 타고
피렌체 외곽의 피에솔레Fiesole 라는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이십여분의 버스여행은 마치 남산이나
남한산성 올라가는 자동차길같은 산뜻한 느낌.
피에솔레는 태양이 따갑게 내리쬐는 아름다운 고지대로
여기서 저는 뜻하지 않게 고대로마유적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기형적인 도시설계가 아닐까 싶게 지표면을 꽉 채우고 있는
피렌체의 화려한 건축물들은 다소 폐소증을 유발하는 감이 있어서
어째 여백이 좀 있었으면, 폐허가 그립다.. 이러고 있던 무렵
로마에서만 보던 고대의 폐허가 여기에 펼쳐져 있었던 것입니다.
형태가 보존되어 지금도 여름날 공연무대가 되곤 하는 원형극장과
한때 목욕탕과 제단을 이루었던, 제가 좋아하는 돌무더기 패턴들을
올리브나무와 사이프러스 사이사이로 여한없이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따가운 볕을 피해 양산을 들고 홀려서 돌아다닌 유적지 사진들입니다.
돌과 햇볕과 바람과 초목과 그늘과 고요만 있던..
돌틈에서 돌틈으로 도마뱀 몇 마리만 기어다니던..
올리브나무의 이상을 구현하고 있는 올리브나무들
피에솔레의 성 프란치스코 교회로 올라가는 언덕길, 피렌체 전경, 태양의 파상공격..
교회는 마치 산중 암자와 같이 고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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