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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주향

제 목

2010_영국 하워스 여행_Fountains Abbey

7/26(월)

해덕과 야채를 다져 부친 동그랑땡

우리의 생선전과 비슷해 입에 맞았다.

버스를 타고 키슬리역으로

이날은 인근 제일 가는 규모의 중세 수도원 파운틴스 애비를 방문해 보기로 한 날이다.
키슬리역->리즈역->리폰->수도원, 루트는 대략 이러했다.
그러나 그 실상은 고달프고 험난했으니..
리즈역에서 내려 일단 리즈 버스 터미널까지 물어물어 가야만 했고
거기서도 시외로 추정되는 리폰이라는 동네까지
36번 이층버스로 1시간 30분 정도를 가야만 했다.
그나마 리폰에 내리자마자 수도원이 떡하니 눈 앞에 나타나 주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그게 아니었다. 여행자 안내소를 찾아가 문의한 결과 수도원까지 가는 셔틀이 막 떠났고
다음 번 셔틀출발까지는 한 시간이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갑에 현금이 떨어져 가는 중이라 불안한 가운데 택시로 수도원에 도착하고 보니
그 스케일이 올림픽공원만큼이나 광대한 대지에 보존된
내셔널 헤리티지라나 잉글리시 헤리티지라나..
하여간 이 루트가 대중교통으로 오가기는 애시당초 힘든 곳이었음을
내 비로소 깨달았던 것이다.

그렇게 천신만고끝에 도착,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파운틴스 애비.
몇 백 년을 버텨 온 수도원의 위용은 휼륭했고 그 폐허는 로맨틱했으나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는데다 하워스로 돌아갈 일이 걱정되어
수시로 셔틀시간을 확인하며 발걸음이 바빠지고 노심초사하던 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사진들이 더욱 우중충하다.

여름밤 이곳 클로이스터에선 이런저런 공연이 펼쳐진다고 한다.
홈페이지 정보에 의하면 올여름에도 비밀의 화원, 오만과 편견, 템페스트 같은
영국을 대표하는 낭만적인 고전들이 무대에 올려지는 중이었다.
내가 머무는 기간에도 마침 비밀의 화원 상연이 예정돼 있어
한국에서 출발 전 교통편과 동선을 연구한 바 있으나
이 또한 직접 와 보니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리즈역-리폰을 왕복하는 2층버스

리즈 버스 터미널에 내려 역으로 돌아가던 길에
유명숍이 늘어선 번화가에 들러 바클레이 브랜드가 찍힌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꺼내고
아침식사 때 콜린 아저씨께 부탁해 인터넷에서 뽑은 근처 타이 식당엘 찾아갔다.

그나마 세상의 모든 타이 음식은 표준화돼 있어
내가 뭘 먹어야 할지 그게 어떤 맛인지 등등 예측이 가능하다

아시안 푸드로 속을 달래고 한숨을 돌리며
기나긴 하루가 이렇게 마감되는가 했으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여행, 나는 또다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리즈에서 시간을 지체한 탓에
키슬리역에서 하워스로 귀환하는 마지막 버스를 타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인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노파심에 운전기사에게 정류장 이름까지 적어 보여줬건만
알아듣기 힘든 말만 중얼거리더니 이상한 곳에 날 내려준 것이다.
거기서부터 브론테 박물관 이정표를 따라 수상쩍은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가도가도 메인 스트리트는 나오지 않았다.
그 이정표의 끝은 방문객 야외주차장이었다.
말이 주차장이지 후미진 숲속에 덩그러니 깎아놓은 인적 없는 공터였다.
차는 한 대도 없었다.
뭔가에 홀렸는지 눈 앞에 브론테 글자가 들어간 이정표는 계속 나타났다.
이미 해는 지고 으슥한데 어디서 컹컹 개짖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무어와 오솔길이 나타났지만 이 길이 맞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그 순간 구세주처럼 개 데리고 운동 나온 한 남자가 있었다.
다급하게 물어봤더니 브론테 패리시 처치가 바로 요 너머란다.
공포에 질려, 초죽음이 되어 집에 들어왔다.
하워스.. 황혼녘 고스트 타운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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