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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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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012 런던올림픽 기념_옛 영화감상문_[타이터스Titu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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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터스Titus] 2006. 7.4 게시물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는
올여름 영국여행시 런던에서 보게 될 세익스피어극이다.
재건된 세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프로그램을 살피던 중
내가 있게 될 시기에 가능한 작품은
<코리올라너스> 아니면 이 <타이터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런던 근교의 세익스피어 고장이라는 스트랏퍼드 어폰 에이번에서도
로얄 세익스피어 극단의 세익스피어극들이 상연되고 있다지만
거기까진 가지 않기로 하였다.
<코리올라너스>와 <타이터스> 중에서 나는 평이 좀 나은 후자를 선택했다.
나라고 왜 <햄릿>이나 <맥베스>같은 유명한 작품을 보고 싶지 않았을까..
운이 닿으면 케네스 브라나나 데릭 자코비같은 배우를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입맛대로 이루어지는 여행은 없는 것 같다.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할 뿐.
나는 런던에 머무는 닷새 동안 두 개의 공연을 예약해 놓았다.
이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와 <한여름밤의 꿈>
결과적으로 이 선택을 행복한 방향으로 합리화하자면..
리젠트 파크 야외극장에서 보게 될 <한여름밤의 꿈>이
숲에서 일어나는 낭만적인 페어리테일이라면
<타이터스>는 폐쇄적인 극장 무대에서 펼쳐질,
타란티노가 와서 보고 울고갈 슬래셔 내지 스플래터물..
한 마디로 참혹한 유혈비극이라는 점이다.
여행중 꽃향기와 피비린내의 절묘한 대비랄지 상호보완적 미학이랄지.
신기하게도 일요일 저녁 채널을 돌리다가 케이블에서
안소니 홉킨스가 주인공 타이터스로 나오는 동명의 영화를 보게 되었다.
세 시간 내내 눈을 뗄 수 없었고
진작 학교도서관에서 빌려놓은 타이터스 번역본을 들여다보며
끙끙거릴 것도 없이 이 영화 한 편으로 근사하게 예습을 마칠 수 있었다.
줄리 테이모어라는 여성 감독이 연출한 듯한 이 영화는..
연극적인 요소와 영화적인 요소가 잘 맞물려 있는 세련된 작품이었다.
장식적인 면에서 데릭 저먼풍의 의도적인 시대섞기..
베루톨루치 초기작(순응자?) 어떤 장면을 연상시키는 로마의 폐허 비주얼..
스탠리 큐브릭풍의 화면설계와 안무 및 블랙유머..
여기에.. 아니나다를까 살점이 튀고 피의 시냇물이 흐르는 잔혹극이었다.
영화를 통해서 본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는
정녕 세익스피어가 흥행 압박 속에 써내려갔지 싶은,
깊이도 사유도 없는, 도덕성 부재의,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이 벌이는 복수와 살육의 향연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로마의 장군 타이터스(안소니 홉킨스)에 의해 포로로 잡혀온
고드족 여왕 타모라(제시카 랭)의 개망나니 아들
카이론(아도니스의 펑크적 환생,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과
디미트리어스에게 강간당한 타이터스의 딸 라비니어가..
두 손과 혀를 잘리운 후 황량한 늪터에 한 그루 나무로 장식되어
헝겊처럼 흐늘거리던 장면이었다.
처참하고 초현실적이며, 시적인 영상이었다.
이에 비하면 타모라가 자기 장남이 참살당한 데 대한 원한으로
타이터스의 두 아들에게 왕의 동생을 죽인 죄를 뒤집어 씌웠을 때
타이터스가 아들들을 구하기 위해 제 손 하나를 잘라내는 장면이랄지,
마침내 우롱당했음을 알고 복수를 맹세한 타이터스가
타모라의 두 아들을 발가벗겨 거꾸로 매달아 놓고 모가지를 그어
뚝뚝 떨어지는 핏물을 양손이 절단된 딸 라비니어로 하여금 쟁반에 받게 하고
이어서 시체를 육포로 떠 고기파이를 만든 다음
황제와 황후를 초대하여 먹이는 장면 같은 것은..
영락없는 한니발 렉터에다.. [요리사, 도둑..] 어쩌구 하는
피터 그리너웨이의 엽기극을 패러디하고 있어 심심했다.
한 달 후 런던 세익스피어 글로브에서 보게 될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
충분히 잔혹해도 좋은데 시적인 임팩트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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