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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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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005 로마 제1일-도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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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 출발한 인천-로마 간 KE927편은
비행중 기체진동이 심한 편이었습니다만
마지막 순간 기장의 예술적인 터치다운으로
긴 시간의 멀미가 단박에 해소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착륙지점을 향해 고도를 낮추며..
닥쳐온 석양을 맞이하려는지 유난히 짙푸른 티레니아 해안을
물결에 아랫배가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쓸고 지나갈 때
희롱하는 것같은 왼쪽 날개의 댄스, 그리고 마침내 기체가 땅에 닿을 때,
쿵 소리 하나 안 내고 부드럽게 미끄러지던, 말 그대로 ‘활주’의 느낌.
단체여행 온 가족들이 많았는데 많은 어린이들이
놀이동산의 탈것을 즐기는 것처럼 일제히 환호했고
장시간 과묵하게 곁에 앉아있던 부산에서 온 어린 형제가
와, 이 느낌 그대로였으면! 하고 마침내 소리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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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터미널 간 이동을 위해 스카이버스를 타려고 섰을 때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이민숙 선생님 가족을 만났습니다.
알고보니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거였어요.
남편과 아들과 단란하게 온 모습이 ‘잠시’ 부러웠습니다.
부러움이 ‘잠시’였다는 것은 내가 얼마나 강한 인간인지,
지독한 인간인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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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다빈치 공항은 피우미치노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공항에서 테르미니역까지 연결되는 기차값이
9.50유로였다는 것이 이상하게 여행 내내 안 잊혀졌습니다.
30여분 가는 그 기차내에서 내 좌석은 역방향이었는데
차창 밖으로 도시 외곽에 칠해진 지저분한 그래피티를 휙휙 뒤로 보내며
정말이지 오래 전 시대로,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머신을 탄 듯하다고.. 기분을 결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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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니의 [로마]에서 리미니 출신의 청년 펠리니가
생전 처음 로마에 도착하던 날 테르미니역을 빠져나오던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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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안내소에서 말해준 대로
역사 밖의 버스 터미널에서 64번 버스를 타고
착해보이는 사람한테 얼뜨기같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물어물어
예약한 호텔 근처, 라 짐작되는 정류소, 즉 페르마타에 내렸습니다.
6박7일 동안 바로 그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타고 내리고 하면서
알게 된 것은 그 일대가 나보나 광장과 캄포 데 피오리 근처이며
특별히 라르고 아르젠티나라고 하면 누구나 안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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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버스가 다니는 비교적 큰 메인 도로인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거리의 뒷 구역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산탄드레아 델라 발레 교회와 토스카라는 식당의 사잇길로 들어가
한 50여미터 걸어가면 나오는, 테아트로 디 폼페오 호텔로서
론리플래닛과 디키 로마, 한길사에서 오래 전에 나온 렛츠고 시리즈 이탈리아편
세 종의 가이드북에 공통으로 나와있는, 정말 심사숙고하여 정한 호텔이었답니다.
고대 극장터 위에 지었다는, 그래서 이름도 폼페오 극장이라는
객실20실 이내의 작은 호텔이죠. 로마는 일단 유적이고 폐허니까
폐허를 거닐고 폐허에서 놀고 가능하면 잠도 폐허에서 자야하지 않을까
하는 저의 주제에 들어맞는, 아주 궁합이 맞는 선택 아니었겠어요.
동굴 식당에 차려진 아침 식사, 거기서 마시는 카푸치노가 일품이라는
어느 가이드북의 문장에 유혹되었던 것도 실토해야겠군요.
그렇게 유혹된 상태에서 마시면 정말 맛있다니까요..
숙소 주변 풍경들입니다.
오페라 토스카 첫 부분의 배경이 되었다고
어디서 주워들은 산탄드레아 델라 발레 교회.
교회의 왼쪽 상단에 장식된 천사상
그래서 옆의 리스토란테 이름도 토스카였던가 보죠.
뙤약볕에 온종일 돌아다니다 해질녘 집에 돌아오면서 이 식당을 지날 때면
파라솔 안에 손님들이 가득한데다 하도 좋은 냄새가 나길래
매번 물끄러미 바라만 보다가 어느 날 한 끼를 여기서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이 식당에서 먹은 봉골레 스파게티는 이번 여행 중 먹은
파스타 중 제일 맛있었다고 기억돼요.
7일간 수십 번 들락날락했던 교회 측면의 호텔 진입로 사진들.
전형적인 로마 이면 도로의 모양새로서.. 낡고 더럽지만
오래오래 거기 있어온 육중하고 고요한 이미지들이었습니다.
테아트로 디 폼페오 호텔 외관
하루에도 몇 번 들락날락하던 이 길에서 문득 하늘을 쳐다보면
교회의 잘생긴 쿠폴라 지붕이 보였습니다.
객실에서 교회 종소리를 자주 들었구요.
동굴 속에서의 아침 식사
Hotel Teatro di Pompeo 관련하여 참고했던 사이트
http://www.hotelteatrodipompeo.it/Depliant.html
http://www.romeby.com/teatropompeo/pages/gallery.htm
http://rome-hotels.tripadvisor.com/Hotel_Review-g187791-d208770-Reviews-Teatro_Di_Pompeo-Rome_Lazio.html
여행은 곧 장소에 대한 이미지의 소비이고
여행에 들이는 돈과 시간은 결국 이미지를 사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지에 대한 ‘기억’이 개개인에게 소중한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겠죠.
우리가 사진과 기록에 그토록 심취하는 것도 이 때문이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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