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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2014년 1월의 베니스_05

마지막날까지 베니스 아쿠아 알타의 장관을

제대로 체험하고 온 여행이었다

물에 잠긴 산마르코 광장

아침에만 이러하고 오후가 되면서 차차 물이 빠진다

카페 플로리안의 '카사노바의 아침'

옆자리에서 한국말이 들려온다

단체여행객을 데리고 피렌체인지 밀라노인지에서 방금 넘어온

남녀 가이드 둘이었다

마침 베니스의 이 물난리를 예측하지 못한 듯 생쥐 몰골이었고

옆방에 있는 고객들의 거센 불만을 무마하며

폭발 직전의 얼굴로 책임소재를 놓고 현지가이드와 다투고 있었다

코레르 박물관 내 무라노 글라스

카 레초니코

개인 자가용 보트 주차장

대체 이런 걸 왜 찍고 있는 걸까..

이제

서로를 견디는 인내력이 한계에 이르고

이 도시가 지겨워지는 시간이 온다

간신히 찾아간 식당이 브레이크타임이거나

예약없이 손님 안 받는다며 문전박대할 때쯤이면

멍이 들어 흉하게 부어오른 발목에 크림을 발라가며

비닐장화까지 사 신고 우중충한 운하와 수로를 하염없이 걸어다닌

이 여행의 목표가 애초 무엇이었는지 도대체 모르겠고

어서 돌아가고 싶어지는 때가 온다

그러나 이 변덕스러움은 단지 추위와 일시적인 배고픔 탓이었을까

기분이 나빠져 눈에 보이는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은 파스타..

치곤 맛이 괜찮았던

호텔 부근 아이스크림 맛집

귀국 전날

이 가게에서 우리 앞에 앉아있던 한국인 여행객 두 명도 기억난다

부산 사투리 쓰던, 승민이 또래의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이었다

그들이 자리를 뜬 지 얼마 안 돼

의자에 비싸보이는 카메라를 놓고 갔음을 알아챘다

주인에게 그것을 맡기면서 그 애들이 찾으러 오면 꼭 건네주라고 당부해 놓고

한 삼십여 분 지났을 때

헐레벌떡 다시 돌아온 그 청년들

산마르코까지 가서야 카메라가 없어졌음을 알았다고..

챙겨줘서 고맙다고 90도로 머리 숙여 여러 번 인사하고 떠나갔던,

꼭 승민이만큼이나

어지간히 정신줄 놓고 다니는 아이들 아닌가

자꾸 한국어가 들려오고 아이 생각이 나고 엄마도 걱정되니

어서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만 몰려왔다

여행지로 떠날 때만은 트래블러가 되고싶었으나

이번에도 결국 투어리스트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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