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서 2016년으로 이어지는 겨울엔
엄마가 두 차례 입원을 하셨고 그 와중에
경기에서 5년 임기를 마치는 마지막 순간까지
교지 업무에 매달려 있었다
내 교직 경력에서 전무후무한,
역대급으로 최상위권이 포진해 있던 우리 반이
추풍의 낙엽처럼 대부분 입시 실패 후
재수를 결심하며 맞은 졸업식, 도 끝이 나고
새 학교가 결정되던 즈음 급 허탈해진 상태에서
급 기획, 급 실행한 2월 여행이었다
비수기 영국 시골에서의 3박이라 비용이 저렴했고
언제나처럼 내 여행 운은 좋았던 반면
돌아오는 날 마중 나온 남편의,
함께 살면서 참 보기 어려웠던,
그 어두운 표정을 접하며 시작된 마음고생이 있었다
휴가 나온 승민이가 군에서 돌연 보직 변경을 원한다 하여
중대장에게 연락하고 기다리고 한동안 지켜보며
속을 끓이는 과정에서 깊은 근심과 두려움과
우울이 나를 덮친 것이다, 마치 방금 떠나 온 라임레지스의
콥에서 맞은 그 거대한 해일처럼..
왜 하필 여행 중이거나 여행 직전 또는 직후에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문제는 내가,
가족과 관련된 돌발 사건들과 나의 여행 행위를
자주 인과적으로 사고한다는 점이고
여행의 ‘후폭풍’으로 마음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면
이 맥락에서 결코 여행 운이 좋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1년간 이 여행기를 쓰지 않고
내버려 둔 것은 이 때문이다 늘 그렇듯
시간 지나고 나니 대단한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제 사진 앨범을 열고 기억을 더듬어
1년 전의 이맘때 여행을 복기해 본다
이렇게 하니 또 한 번 여행을 하는 효과가 있구나
먼저 여행의 동기가 되어준 텍스트, 이미지들
1. 존 파울즈, 프랑스 중위의 여자
바다 저 멀리
서녘으로 눈길을 던지며,
역풍이 불 때도 순풍이 불 때도,
그녀는 언제나
부푼 가슴을 안고 서 있었다.
그녀의 눈길은 오직 거기만 붙박혀 있었다.
다른 어떤 것도 그녀의 마음을 끌지 못하는 것 같았다.
-토마스 하디, <수수께끼>
2. 제인 오스틴, 설득
젊은이들은 누구나 라임에 가보고 싶어 야단들이었다
-제인 오스틴, 설득 중
3. 영국 해안의 이미지
Benjamin Britten - Four Sea Interludes from "Peter Grimes"
4. 기타
-떠나기 전에 본 영국드라마 <브로드처치> 시즌1,2
라임레지스와, 쥬라기 해안을 공유하는 웨스트베이가 배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