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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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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드레스덴에서 집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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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15(수) 드레스덴에서 집으로
일본 중장년여성의 혼자유럽여행 패턴을 닮은
지극히 평탄하고 잔잔한 이 여행은
귀국하는 날 종결부에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가 없을,
실로 어마어마한 드라마가..
이날 드레스덴-뮌헨 구간 루프탄자 2125편에 축복을!
탑승하여 앞사람 따라 기내에 들어오던 중
나는 정말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 열 창가쪽 좌석에 아니 정명훈 지휘자가,
어젯밤 이 도시의 공연에서, 그리고
사흘 전 밀라노 무대에서 뵌 지휘자가,
서울에서 천리만리를 내가 팬질하러 온 바로 그 대상이,
같은 비행기에 똬악..
이런 우연이.. 아니 이것은 필연이었던가..
마치 옆집 사는 사람처럼 손을 뻗어 아는척하며 인사를 했고
한참 뒤쪽에 있는 내 자리 착석 후 비행 시간 55분 동안 나는
제이슨 본 뺨치는 분초 단위의 효율적 미션을
기획하느라 가슴이 뛰고 머리가 복잡했다
뮌헨에서 일정상 정선생님이 나와 같은 인천비행기를
타실 가능성은 제로, 그렇다면 반드시 뮌헨 도착 전후로
접근을 시도해?! 사인을 받거나 아니면..
그 뭐냐 인증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이다
아, 이걸 해낼 수 있으려나
이륙 후 앞좌석으로 진출하는 초반공략은 어떨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으나
한 사람이 간신히 오가는 좁은 복도로
승무원이 카트를 밀고 오락가락하는데
진출하다 막히면 뭐라고 해야 할지
저기 지인이 있어 잠깐 할 얘기가 있다고?
화장실 간다고?
그런데 화장실은 앞이 아니라 뒤잖아
착륙 후 각자 갈 길 가버리면 기회는 사라지고 만다
남은 시간 40분.. 30분.. 20분.. 끙끙거리는 사이
곧 착륙한다는 방송이 벌써 나온다
나의 마지막 희망은 착륙후 터미널까지
셔틀 구간이 있으리라는 기대였다
일단 벨트 사인이 꺼지기 전부터 바쁜척하며 일어난다
최대한 진출하여 정샘과의 거리를 좁힌다
이것이 행동프로세스의 일단계여야 한다
결국
나는 붐비는 셔틀버스 안에서 미션을 완료했다
스토커처럼 보일까 염려되어(스토커 맞지만)
최대한 정중하고 짧게 인사를 드리자
정선생님 특유의, 지휘할 때와는 너무너무 다른,
뇌순남스러운 표정과,
음악인으로서의 카리스마를 한참 깎아먹곤 하는
어버버한 한국말로 대응을 해주셨고
다행히 인증샷을 얻을 수 있었다
흥분한 나머지 내 면상의 공개도 마다하지 않겠다
어수룩 어버버 얼떨떨 어리둥절해하시면서도
유명인은 역시 달라, 막상 셀카 모드가 되니
카메라 중앙에 본인 얼굴을 자연스럽게 맞추신다
정선생님은 파리의 집으로 가셨고
나는 전쟁에서 승리한 전사처럼
의기양양하게 집에 돌아왔다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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