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 름 |
whereto |
 |
| 제 목 |
[re] 부석사 & 사과나무 숲_2005.10.3 게시물 |
|
구구절절이 제가 쓴 글 같은 와중에...
>저를 지탱하던 거대한 무언가가 허물어져감을 느낍니다.
>자식이라는 리트머스, 내지 문제적 시험대를 통과하면서 비로소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정치성에 대한 보다 엄격한 이해,
>혹은 씁쓸한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고 할까요..
제가 치렀던, 혹은 치르고 있는 그 많은,
인생여정에서 치러야하는 '시험' 중에서
가장 형편없는 점수를 받은, 받을 시험이 바로
저 자식이라는 문제적 시험대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지금 치르고 있는, 평생 끝나지 않을' 이 시험에서
내가 형편없는-결코 정답으로 평가되지 않을 답을 적고 있음을
너무나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할까요.
그러나, 계속 틀리게만 적고 있는 이 답 외에
다른 답을 알지도 못하기에,
다른 답을 알려하지 않았던 시간들을 후회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기에 그냥 적을 수밖에 없는 무력감과 좌절감이라고 할까...
이건 더욱이, 틀린 답보다는 맞는 답을 더 많이 내고 살았던
그러한 삶의 방식으로만 경험의 장을 빼곡히 채웠던
모범생 컴플렉스의 소유자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요.
그러기에,
'저를 지탱하던 거대한 무언가'가 허물어져 버린 빈 자리 때문에
요 몇 년 제 삶이 그리도 어수선했던/한 거겠지요.
...재즈 댄스를 배우러 다닌지 이제 1년이 돼갑니다.
그 1년의 시간이란 것이, 지나고 나니,
머리로 받아들이는 습관을 멈추고
몸으로 받아들이고 몸으로 반응하는 훈련의 시간이었음을 알게됩니다.
앞에서 강사가 하는대로 그저 '따르기'만 하는 것이
그리도 어렵더라고요, 처음엔.
자꾸 머리로 정리하고 몸에 명령을 내리려는 습관을 지우면서
이제는 그저 몸으로 반응하는 것에 약간은 익숙해졌다 싶습니다.
제가 살아온 시간이 또한 그렇지 않았나 싶습니다.
머리로 정리하기를 포기하고
몸으로, 그저 '생존'을 위한 가장 간결하고도 기본적인 것만을
수행해온 시간들. 그리하여 이젠 그 '생존'의 과제 앞에
다른 군더더기 같은 것들이 따라붙지 않을 정도의
호흡이 가능해진 시간. 그것이, 말하자면
-아직 오지는 않았으되-물경 '폐경/완경'이라는
신체의 물리적 단계에 다다른 시간의 경과를 증거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그렇게 여기까지 와 본 이후에야, 저는
다시 예전의 '그' 단계를 생각해봅니다.
내 삶이 이토록 어수선하고 텅 빈 것 같은 상실감에 휘말린 건,
어쩌면, 몸으로 반응하기를 생존의 일차과제로 삼기 바로 직전에
물었던 물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그 고색창연하고
'어찌나 강박적이었는지 숨 쉬기도 힘들게했던' 질문들을
더 이상 품지도, 던지지도 않았던 때문 아니겠는가라고.
그래서 아주 종종, 살짝 "어떻게..." 혹은 "살..." 등의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 제게 찾아오기도 합니다.
물론 그 시간의 끝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여전히 모르는 채로 말이죠...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