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상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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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다시 읽는 피렌체 여행 1
2008. 8/5(화)~8/6(수)

여행중 저는 폰테베키오가 보이는 아르노강변의
데글리 오라피 Degli Orafi 라는 호텔에서 머물렀습니다.
이곳은 영화 [전망 좋은 방]에서
루시 허니처치가 묵은 펜션 Bertolini의 촬영장소로
90년대에 리모델링한 객실 42개짜리 호텔.
미국 관광객과 일본 관광객이 각각
절반 비율로 많이 찾는 곳 같았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루시 일행이 조지 에머슨네랑 바꾼
예의 그 A Room With A View는 파티오까지 딸린,
이 호텔에서 가격이 제일 높게 책정되어 있는 방이고
저는 3층 싱글룸이었습니다.
여행사를 통해 항공편과 한묶음으로 계약하여
할인을 받았다곤 하나 그래도 여행중
가장 경비를 많이 할애한 부분이 이 호텔입니다.
여행할수록 욕심나는 것이 숙소여서 이즈음엔 굶는 한이 있어도
호텔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호텔선택시 신봉하게 된 트립어드바이저닷컴의 별점과 리뷰,
공식홈페이지 http://www.hoteldegliorafi.it 에 나온
호텔의 현관, 즉 건물입구와 거리가 만나는
모퉁이 이미지에 매료되어 결정을 굳혔는데..
후회가 없습니다. 호텔 안에만 죽치고 있어도
피렌체의 공기를 충분히 경험하게 해 줄 만한
기능과 아우라를 겸비한 좋은 호텔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도착한 날 창 밖으로 내다본 풍경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밥 먹고 제일 먼저 간 곳은
대기시간 2시간은 기본에 예약필수라는 우피치 미술관.
관광지에 오면 무조건 찍고와야 하는 필수코스라는 게 있는데
여기가 그런 곳이죠. 어차피 관광 첫날은
그런 숙제들을 해치워야 하는 날인 것이구요,
이 숙제들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여행의 자유가 시작되는 것이구요.
우피치는 호텔에서 1분 거리,
그늘지고 조용한 골목 두 개만 꺾으면 나오는 곳이었습니다.
미술관 개장시간인 8시15분 전에 도착하여 1시간 30분만에 입장.
역시 대기시간 길기로 소문난 다비드상이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비하면
원래가 관청건물이었다는 우피치 미술관은
그래도 주변 공간이 넓고 그늘이 시원한 곳입니다.
열흘 체류 예정이어서 바쁠 게 없는지라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로 대기시간을 때웠습니다.
싸돌아다니다가 호텔로 돌아올 적 매번 이곳을 지나며
도떼기시장처럼 길게 늘어선 행렬을 볼 때마다
일찌감치 숙제를 끝낸 자의 상대적 여유를 느끼곤 했습니다.

우피치 미술관 최고스타는 보티첼리입니다.
이 사람이 성모와 아기예수를 그린 몇몇 작품 속의 천사상은
순정만화 속 미소년의 전형, 타지오의 원형들이더군요.
물론 <비너스의 탄생>, <봄>과 같은 팬시한 그림들도 보았습니다.
<봄>의 우측에서 푸르죽죽한 서풍의 신 제퓌로스에게 떠밀려
입에서 꽃을 토하고 있는 님프의 이미지는 정말이지
이 도시 플로렌스의 마법을 대표하는 이미지인 듯했습니다.

블로그 참조
http://blog.naver.com/gksakfxhd?Redirect=Log&logNo=140034873078

미켈란젤로의 <성가족>은 회화임에도 불구하고
볼륨감 만빵에 윤기가 잘잘 흐르는 눈부신 색채감이
실크 중에서도 최고급 실크같은 그림으로
이것이 어떻게 이런 상태로 보존될 수 있는지가 더 기적같았습니다.


카라바지오 3부작 <메두사> <바쿠스>와..
이삭의 비명이 귀에 들릴 것만 같은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을 보았고..


한편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는
여성이라면 그 앞에서 심장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그림이었습니다.
실로 여장부다운 유디트의 덩치와 팔뚝,
거기서 조절된 힘에 외과의적 정확함을 실어 가격하는,  
이 그림의 예리하고 면밀한 살인장면을 잊기 어려울 것입니다.


다음 날 팔라티나 미술관에선 바로 이 장면에 이어질 만한
같은 작가의, 하녀와 함께 시체 모가지를 들고 가는
<홀로페르네스 참수 후의 유디트와 하녀>를 보았습니다.

두 그림 안 나올 때 아래 블로그 참조
http://cafe.naver.com/bluemoonhouse.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86

지오반니 벨리니의 <세이크리드 알레고리>라는
미스테리하고 시적인 그림도 기억납니다.


가이드북에서 찍어주는 요점들, 즉 대가들의 작품은
정말 그 작품이 왜 최고인지를 미술관에 와 보면 알게 됩니다.
전시관 디스플레이 전략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 작품이 있는 방에 들어가는 순간 방 전체가 환해짐을 실감하게 돼요.
그 작품이 자기존재를 도처에 알리고 있기 때문이죠.

우피치 미술관 옥상 카페에서 바라본 대성당 쿠폴라와 지오토의 종탑





이제 시뇨리아 광장으로


피렌체의 분수는 로마의 분수에 한참 못 미칩니다.





일종의 야외미술관 기능을 하고 있는 이 광장의
역동적이고도 살벌한 조각상들을 둘러보다보면
[전망 좋은 방]의 루시가 이곳에서 깡패들의 주먹질과 유혈사태를 목격하고
혼절해 버린 에피소드가 참으로 절묘한 설정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뇨리아 광장이 피렌체 공화국의 권위를 드러내는
정치적인 장소였던 것과 관련있겠지만 특히 광장에 접한 주랑인
로지아 델라 시뇨리아에 전시된 조각상들은 죄다
참수, 구타, 강간과 같은 폭력적이고 하드코어한 테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들끓어 그렇지 인적 없는 비수기에
비라도 주룩주룩 내리는 날 여기 오면 오싹할지도..



잠볼로냐의 사빈느 여인의 강간은, 테마와 무관하게 3인의 인체의 얽힘을
예술적으로 트라이해 본 작품이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마치 자기자신의 모가지를 잘라가지고 들고있는 듯한
벤베누토 첼리니의 <메두사의 목을 든 페르세우스>
어느 미술관엔가에 있는 오리지날보다, 광장의 흰 대리석 조각들 사이로
홀로 강렬하게 눈길을 끄는 이 브론즈 카피가 더 멋졌습니다.


대성당과 지오토의 종탑, 그리고 쿠폴라







피렌체의 상징물인 이 건축물들은
너무나 거대해 지표면에서 한 눈에 담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브루넬리스키가 설계했다는 저 붉은 쿠폴라의 돔은
무슨 외계인의 비행접시도 아니고..
저렇게 크고 육중하고 둥근 뚜껑이 복작거리는 도시 한가운데
저 높이에서 건축물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이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곁에 있는 종탑과 더불어
그 언저리에 서 있다보면 초현실적인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는
굉장한 높이와 부피와 양감과 디테일을 가진 압도적인 건축물입니다.

저 돔과 종탑 위에서 바라보는 피렌체의 전망이 좋다죠..
저는 오르다가 심장마비 올까봐, 혹은
함께 오르게 될 타인에게 민폐 끼칠까봐 단념했습니다.
요새 여행시 저의 매뉴얼엔 이런 항목이 있습니다.
집에서 안하던 짓은 하지 말자..
걷기 외에 뛰기는 삼가고 오르기는 봐가며 하자..
나이가 나인지라 모험도 좋지만 안전이 최고.
요컨대 살아돌아가는 것이 최종목표 아니겠습니까..

그 대신 아르노 강을 건너 피렌체의 남산쯤 되는
미켈란젤로 언덕엘 올라가 보았습니다.




언덕 부근 고지대에 자리잡은 산 미니아토 알 몬테 교회와, 인접한 묘지












돌아와서 숙소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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