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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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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다시 가고 싶은 고장 Haworth 후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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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여름 영국여행 후기 중에서
하워스_황야 2006.8.23
The Moors!
Oh, Those High, Wild, Desolate Moors!
아침에 일어나 산책 나간 브론테 목사관 뒷편의 사택지
꿈에나 볼 듯한 이런 풍경을 열렬하게 카메라에 담으며..
어이구 내가 승민이나 승민아빠를 여기 데려왔으면
그이들 빨리 가자 재촉하는 통에 이 짓 맘껏 못하지.. 싶어
며칠 전 하일랜드 투어 때 잠시 아이생각 집생각에 우울했던 기억이 싸악 가셨습니다.
브론테 웨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는 풋패스.
준비해 온 약도가 있었고 비교적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역시나 타고난 방향치답게 요란하게 헤맨 통에..
즉 잘 정비된 공식적인 산책로 놔두고 어쩌다
진흙과 양들의 배설물을 밟으며 가야하는..
그렇게 가다보니 어느 순간 앞에도 뒤에도 사람 하나 안 보이고
그리하여 더 이상 나아가기도 난감하고 그렇다고 돌아가기도 낭패스러운..
실로 그 동네 목동만이 다닐 법한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 들어서는 바람에
최종 목적지였던 탑 위튼즈는커녕 브론테 폭포까지도 못 가보고
세 시간만에 돌아왔습니다.. 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요..
에밀리 브론테가 소설의 영감을 얻었던 폭풍의 언덕을 직접 밟아보고
헤더로 뒤덮인 황야를 지치도록 보고 왔으니까요.
어디선가 사람 뜯어먹게 생긴 검둥 사냥개가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고
해질녘 제인 에어가 편지 부치러 나갔다
정녕 에드워드 로체스터의 낙마를 목격할 법도 한 그런 장소..
또 쏜필드 저택에서 뛰쳐나간 제인이 세인트 존 일가를 만나기 전
굶주림과 공포 속에 방황하다 아무도 모르게 버려질 법도 한 그런 장소..
아래는 그나마 제정신일 때, 아, 좋구나, 하는 감탄이라도 나오던 때 촬영한 사진들.
이런 곳을 혼자 활보하고 왔다니 참.. 저는 저라는 사람이..
제가 알고 있던 저보다 퍽 용감한, 아니 용감한 정도가 아니라
용맹스러운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아닌게 아니라 작년부터 친구 용현이가 저더러 애니어그램 9번유형이라며
이것이 두뇌형이나 가슴형 뭐 이런 게 아니라
장형, 즉 배짱이 두둑한 유형이라는 말을 했던 이래
애니어그램이 뭔지도 모르는 저는 한동안 엥, 그럴 리가 하고 반발하다가
한사코 이 판단을 신봉하고 있는 친구 말에 영향을 받아
요새 들어선 음 내가 그런가? 하며 긴가민가하던 중이었죠..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엔.. 이와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지만
노화각질 및 피부가려움증으로 찾아간 한의원에서
의사가 저를 소양인으로 본다는 소견을 들었답니다.
어, 저는 그동안 제가 음인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었잖아요 왜..
동면하는 뱀띠라고 우기면서 말이죠..
그런데 양인이라.. 이렇게 혼자 겁 없이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대범함과
호연지기를 보면 그런 것도 같아요, 그쵸?
한편 저는 이것을 혈관에 흐르는 역마살 같은 것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것은 내가.. 외항선 선원으로 평생 오대양육대주 항해하며 사셨던
우리 아버지의 딸, 다시 말해 선장의 딸이기 때문이 아닌가..
그러니까 김동리 소설처럼 이 유전적이고도 운명적인 것으로 사료되는 역마살을
부디 거스르지 말고 순응하여.. 틈만 나면 싸돌아다녀야 할 팔자라는 얘기야 뭐야..
짧고 강렬했던 한나절의 도보여행에서 돌아와
이 동네에서 맛있기로 조사된, 위버스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여기서 드디어 하프 파인트 오브 비터를 주문해 보았습니다.
한기를 녹이느라 런치메뉴에서 따뜻한 양파스프를 시켰는데 정말 진하고 맛있었어요..
너무 맛있어서 그냥 나올 수 없었습니다..
언제 다시 오랴 하고 후식으로 시켜 먹은 요리는 말만 들어도 미치는,
샐러리를 곁들인 웬슬리데일치즈와 애플잼에 발라먹는 오트비스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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