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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라임레지스2

2016.2.17(수)

도셋 하우스의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세심하고 다정한 라임레지스 지도

아침 식사 후 이정표 따라 콥을 향해 접근한 이날은 마침
[프랑스 중위의 여인]의 오프닝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하는 최악의 날씨여서
우산이 꺾여 날아갈 정도로 비비람이 험하게 몰아치고 있었다

콥의 고지대에 오르는 순간 현기증이 나면서 균형을 잃을 뻔

겁이 나서 얼른 내려옴

좁은 공간 속에 수집가들의 열정과
애향심이 돋보이던 라임레지스 박물관

라임레지스의 키워드는
쥬라기 해안 지형과 화석
이곳 출신의 화석연구자 매리 애닝
이곳을 방문하고 그 경험을 작품에 반영했던 제인 오스틴
이곳에 살며 이곳을 배경으로 작품을 썼던 존 파울즈

마린극장

악천후를 뚫고 벌벌 떨며 해안 산책을 하느라
십 년은 늙어버린 기분이었지만
때는 아직 정오를 넘기지도 못하고 있었다
긴긴 오후 무엇을 할 것인가
박물관에서 온기를 보충한 후
좀 더 모험을 해보기로 하였다
우체국 앞에 서는 어제 그 버스 X53을 타고
떠나오기 전 보았던 <브로드처치>의 배경
웨스트베이로 가 보았다

이곳은 날씨가 더 엉망이었으며
라임레지스만큼의 방문객도 눈에 띄질 않았다
과연 드라마에서와 같은,
가까운 이웃에 의한 살인이 일어날 법도 한,
지극히 스산한 동네였다
실제로 드라마 속 주요 용의자가 살던 구멍가게가
아래 사진 속에 있다
뼈에 스며드는 한기와 강한 비바람에
한 치 앞을 나아가기가 힘들어
30분 간격으로 커피숍이나 식당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화장실을 해결하고
목표의식을 재정비해야만 했다
그리고 용기를 내야만 했다

물이 차기 시작하는 무거운 신발을 끌며
모래언덕을 기어 올랐을 때
눈 앞에 펼쳐진 해안의 광경은
고생을 보상해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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