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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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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2010_영국 하워스 여행_London에서 Haworth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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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수)
하워스행 기차를 타기 위해 먼저 런던에서 하루 묵어야 했다.
동선을 생각해서 킹즈크로스역 주변 호텔을 예약했는데
편리함과 기능성을 대가로 돈과 스트레스 양면에서 엄청난 비용을 감수했다.
단 하루 잠만 자는 거라면 기차역 접근성이 떨어지더라도
차라리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은 어땠을까 후회스럽기도 하다.
해외 숙소를 선택할 때 내 경우 한국인 민박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하나하나 낯선 세계와의 대결이어야 할 여행의 본질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현지 숙소여야 할 것만 같아서..
그러나 여행의 실제에 있어선 어느 쪽이 낫다 못하다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 온 런던, 아직까지 좋은 기억이 별로 없는 것이
답이 안 보이는 숙소 문제 탓인 듯하다.
아시아나 직항으로 오후 5시경 히드로에 도착,
이번에는 패딩턴역까지 고속 주파한다는
히드로 익스프레스를 이용, 거기서 호텔까지 택시로 와 보았다.
이렇게 부지런을 떨었던 까닭은 이날 저녁
볼쇼이 발레 공연이 로얄 오페라 하우스에서 있대서였다.
런던 하루 체류지만 그 저녁에 뭔가 프로그램 하나를 건지고 싶었다.
와당탕 헐레벌떡 시간 내 공연장 도착까지는 성공적이었으나
취소된 표가 한 장도 없어 허탈하게 돌아서야만 했다.
파리 가르니에 극장 볼쇼이 공연 때 줄 서 있다 기적적으로
표를 구했던 적이 있어 이번에도 요행수를 노렸던 것인데
행운이 매번 오는 것은 아니니까..
서울에서 온라인 예매를 해 둘 걸 그랬나..
하지만 그때는 그때대로 공항도착-도심이동-호텔체크인-공연장소까지의
예상소요시간이 아무래도 촉박해 보여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보다 그만두지 않았던가.
여행은 정말 새로운 것과 충돌하여 끝없이 생성되는 욕망이고,
이 욕망에 따른 선택의 과정이고, 액션이고, 또 그 결과인가 보다.
이것이 단시간에 집약적으로 이루어질 때 발생하는 서스펜스,
바로 이 서스펜스에 중독된 나머지 우리는 또다시 어디론가 떠나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공연을 놓치고 코벤트 가든 근처를 배회하다
깔끔해 보이는 이태리 식당에 들어가 뭘 먹었는데 맛이 없었다.
디저트 메뉴를 보여주길래 세트메뉴에 포함된 줄 알고 시켰더니 별도 차지였고
신용카드기계가 고장났다고 해서 안 그래도 적게 가져온 귀한 현금을
지불하고 나오는 뒷맛이, 총체적으로 안 좋았다.
공항에서부터의 숨가쁜 전격이동작전과 작전실패,
거기서 오는 허탈함, 이것이 첫날의 대체적 소감인 가운데
킹즈크로스역 앞에서 황급히 잡아탄 택시로 코벤트 가든의 공연장까지
평일 저녁 적당히 혼잡하고 적당히 아기자기한
런던 시내 골목골목을 누볐던, 이날의 자동차 유람만은 신선했다.
이날 놓친 공연
로얄 오페라 하우스 주변
7/22(목)
하워스로 가는 기차표를 역에 가서 인수한 후
대영도서관이 바라다 보이는 도로변 스타벅스에서
도서관 오픈 시간을 기다렸다.
지나가는 행인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인 이곳의 음악 선곡은
어째 본토 커피숍이나 식당보다 더 영국적이었다.
브리티시 라이브러리
중정에 들어서면 뭔가를 진지하게, 엄밀히 측정 중인 뉴튼 상이 눈에 띈다.
세계의 유명 도서관이라는 것이 이제는 거대한 낭만적 물신이 아닌가 한다.
대학도서관을 비롯해 서구의 역사 깊은 큰 도서관은
그 자체가 근사한 스펙터클이고 투어의 대상이다.
한편 이즈음 대영도서관의 면학분위기로 말할 것 같으면
천장이 높디 높고 와이파이가 되며 커피향이 그윽한 도서관내 대형카페가
고전적인 열람실을 대신하고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4열종대쯤 되려나 마치 도열해 있는 군대마냥 학생들은 죄다 거기 앉아
커피 한 잔 놓고 분주하게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도서관을 아무에게나 '공짜'로 개방하고 있는 것부터 해서
마침 행사 중인 지도전을 또 ‘공짜’로 구경하고 나왔더니
첫날 한 탕 크게 당한 듯한 런던에 대한 피해의식이 다소 가시는 기분이었다.
이거 뭐 여행이란 게 늘 치사한 손익계산의 연속이다 보니..
권력이고 정치고 동시에 예술이기도 했던 역사 속 진기한 매그니피슨트 맵 전
이날 오후 킹즈크로스역에서 리즈역을 거쳐 키슬리역 도착,
택시로 하워스 메인 스트리트 도착,
예약해 둔 숙소 Weavers에 짐을 풀고 이 집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스테이크 접시 위쪽에 있는 병이 펜티만즈 진저 비어.
알콜 함량이 거의 없는 생강향 청량음료로 양도 적당해 완전 매료되었다.
여행 중 식사때 음료주문시 늘 마땅한 게 없더니
이 동네에서 한 다섯 번은 주문해 마셨던 것 같다.
위버스는 요크셔의 향토 식재료를 이용해 영국 음식을 만드는 작은 시골 식당이지만
여행가이드북에 꽤 자주 언급되는 하워스의 맛집이기도 하다.
저녁때는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 손님도 많이 와서 붐빈다.
올란도 블룸과 똑같이 생긴 청년이 올블랙으로 차려입고
날렵하고도 조신하게 서빙을 하는데 접시를 든 팔뚝에 화끈한 문신이..
위버스 2층 나의 숙소
숙소 문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던 창가 서안
위버스 건물 바로 뒤가 브론테 생가인 브론테 박물관이고
바로 옆은 브론테 자매의 아버지가 목사로 있던 브론테 패리시 교회이다.
이 동네 전체가 브론테 가족의 생활공간이었고
조금만 걸어나가면 브론테 자매의 산책로였던 무어가 펼쳐진다.
한 마디로 이 동네 전체가 브론테 가족의 영적 아우라 속에 있다.
그런 곳에 내가 다시 온 것이다.
저 창가 책상 앞에 앉았더니 그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공상에 잠겨 뭔가를 쓰고 그리던 브론테 자매가 된 기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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