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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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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re] 부석사 & 사과나무 숲_2005.10.3 게시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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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라는 전면적 부정은 아닐 거예요.
지난 몇 년을 다시 살 수 있다 해도 선택은 그리 달라지지 않을 것 같으니..
하지만
언제부턴가 특목고나 연고대(서울대는 저희집에서 금기어) 들어갔다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에 낚이기(즉 진심으로 부러워지기) 시작하고
그러한 부모들이 아이를 어떻게 키웠으며 어떤 학원을 보냈는지 그 내막이
표 내지 않는 선에서?! 그러나 나름 끈질기게 궁금해지기 시작하면서..
청소년기에 들어선 내 자식의 목표부재, 긴장감부재의
무기력한 생활태도와 어중간한 학업성취도를
내가 절대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되지 않더라는 것,
또한 거기에 절대 지성적으로 대처하게 되지 않더라는 것,
그보다는 날이 갈수록 분열적 히스테리와 지속적 초조함으로
대처하게 되더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저는..
저를 지탱하던 거대한 무언가가 허물어져감을 느낍니다.
자식이라는 리트머스, 내지 문제적 시험대를 통과하면서 비로소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정치성에 대한 보다 엄격한 이해,
혹은 씁쓸한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고 할까요..
한국사회에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둘 이상이면 더욱) 사는 사람이
좌파이기는 어렵겠다는 일반론을 받아들인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즈음 저희 부부(저 개인이 아니라, 이제 한 가정 단위로 사고해야 할 듯)는
우리가, 살짝 좌로 인정 받고 싶은 심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년 이상 좋든 싫든 국가적 가치를 수호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
공교육종사자로, 국책은행원으로 살아온 우리 삶의 조건이라든가
거기서 파생되는 우리의 생활관념이랄지, 사회현상에 대한 반응패턴을 검토해 볼 때
계급적으로 좌보다는 우에 속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혹 '좌'라는 것이 시민적 양심 내지 도덕률을 의미한다면
우리에게 중도적 좌 성향이 얼마간 있다고 우길 수는 있겠다,
이 정도로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추운 날 맘 시린 이야기 죄송..
음악 들으러 가요, whereto님.
우리를 구원해 주는 것은 예술밖에 없습니다..
>
>>내 이 아이를 좀더 꽉 잡아놓고 기를 눌러놨어야 하는 건데..
>
>=>전, 이런 기획을 어떻게 구체화시킬 수 있다는 건지
>정말 알 도리가 없습니다. 누군가를 '잡는다'는 거 '누른다'는 게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도 모르니 이건 그냥 패스하고요...
>
>>내 안의 위선적인 좌파를 억누르고, 혹은 부모로서 게으름을 물리치고
>>학군 좋은 데로 이사도 가고 집도 늘려가고 진작 그랬어야 하는 건데..
>>이 아이의 질풍노도가 한풀 꺾인 지금에야
>>이런 후회가 간혹 분열적으로 밀려옵니다.
>
>=>아, 주향님마저 이러시면...
>정말 우울합니다. 왜 저는, 제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은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이렇게 뒤늦은 시점에서야
>불러야하는 사람들이란 말입니까.
>
>허허, 속 좋아봬는 웃음을 지으며,
>"나중에 손자한테는 못 다한 영재교육을 시켜볼테야" 어쩌구
>떠들고는 있지만, 확신도 대안도 없이
>그저 '게으름'에 밀려 방치해 놓은 결과가 어찌 펼쳐지려는지,
>나날이 스릴러고 공포가 아닐 수 없습니다.
>
>그런데, 전 아직도 저 '좌파' 앞에 붙는 '위선적인'의 어울림에
>여전히 심정적 저항이 있는 사람이고,
>그것이 설사 '위선적'이어도 '좌파'와의 어울림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고,
>그 때문에 정말로 진지한 얼굴과 톤으로
>"넌 정말 세상을 몰라. 세상이 얼마나 냉혹하게 돌아가는지.
>하긴 그렇게 모르고 사는 게 좋을 지도 모르지..."라고 말하는
>남편이 낯설어보이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
>아, 그나저나 이런 글을 왜 이토록 추운 날에 올리셨을까요.
>창문을 꼭꼭 닫다못해 마침내 무릎담요까지 등장한 날.
>몸도 시린데, 맘이 더 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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