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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주향

제 목

2010_영국 하워스 여행_Bronte Footpath

7/23(금)
한 시간 간격으로 자다깨다를 되풀이하다
새벽 3시 반경엔 아예 일어나 버렸다.
숙소에 놓여있는 여행브로셔들과 가져온 메모장을 뒤적거리며
여기로 가볼까, 저기로 가볼까, 이런저런 구상을 했다.

아침식사는 8시 30분 다이닝 룸에서

메뉴 중 뭘 고를까 망설이다 이 집은 어찌하나 궁금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주문해 보았다.

다른 곳과 차이가 없었다.

섭씨 15도에서 20도 사이의 선선한, 그러나 살짝 습습한 날씨
하워스 여행자 안내소

메인 스트리트 이름이 West Lane임을 잊지 말자

하워스에서의 첫날 과제는
2006년도에 악천후로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돌아온
브론테 풋패스에 재도전해 보는 것이었다.
루트는 페니스톤 힐-->브론테 폭포(브론테 다리)-->탑 위든스
왕복 예상소요시간 4시간

오전 9시 30분 하워스 여행자 안내소 출발,
대략 11시경 중간 지점인 브론테 폭포와 브론테 다리 도착.
이로서 반 년치 걷기 운동량을 실현하였다.
숨이 차서 폭포는 올라가지도 못하고 다리만 촬영.

이쯤에서 그만 돌아가고픈 생각이 간절했으나 이번에도 포기할 순 없었다.
게다가 이번엔 동행이 있었으니 언제부턴가 내 뒤에 따라오던 노부부가 있었던 것이다.
4년전 빗속에 양의 배설물을 밟으며 하염없이 걸어가다 보니 어느덧 나홀로..
불안과 공포가 엄습하여 더 이상 나아가지도 돌아가지도 못하고,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이 길이 맞기나 한 건지 극도의 낭패감에 사로잡혔던,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같던 딱 그 지점에서 또다시 식은땀을 흘리며 머뭇거리고 있을 때..
이분들이 다가오더니 걱정스러운 듯 내게 건넨 첫 마디가 ‘아 유 오케이?’
이때부터 리즈 근처 웨이크필드에서 오셨다는 이분들 뒤를 내가 따라가기 시작해서
여기 브론테 다리까지 온 것이다. 한숨 돌리고 기운을 내어
브론테 풋패스의 2부순서이며 심화코스인 탑 위든스를 향해 출발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의 배경이라 전해지는 탑 위든스.
멀리서 마치 하나인 듯 보이던 두 그루 나무와 셸터만이 황량하게 버려져 있던 곳.

반환점을 돌아 스탠버리로

탑 위든스까지 갔다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 아름다웠다.
이날따라 이곳에서도 드물다고 할 만큼 선선한 날씨, 청아한 하늘 아래
광활하게 펼쳐진 이름 모를 데일은
마치 제주오름을 연상케 하는 녹색의 완만한 구릉들이었다.
이렇듯 눈부시고 평화로운데 또 너무나 고요한 나머지
오직 풀벌레 소리만 들려오는 시간이었다.

황야에 헤더가 만발하려면 며칠 더 있어야 하겠지만
볕이 좋은 곳엔 그래도 꽤 우거져 있어 다시 찾아온 나를 기쁘게 해 주었다.

드디어 나타난 문명

펍 이름이 폭풍의 언덕

민박집 이름이 히스클리프

펍에 들르신다는 노부부와 작별 후
여기서부터 하워스까지야 누워떡먹기지 하며
발걸음도 경쾌하게 귀로에 들어선지 어언 1시간..
나는 여전히 땡볕에 경사진 차도를 하염없이 오르며 막판헤매기 중이었다.
이 길이 그 길이 아니었던 것이냐 이러면서..
천신만고끝에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예측불허의 긴급상황 도래-->패닉
여행은 늘상 이 패턴이었던 것 같다.

위버스 외관

2층 내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 여행 안내서들

1년치 걷기 운동량을 하루에 실현한 뜻깊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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