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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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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다시 읽는 피렌체 여행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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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14(수)
결국 와인이니 농가니 포도밭이니 하는,
토스카나 향토의 속살까지는 접근도 해보지 못하고 이 여행은 끝납니다.
그 대신 떠나는 날까지 집구경 방구경 뜰구경이라는 테마에 집중하여
이 여행의 피날레는 두오모 박물관에 바쳐집니다.
대성당 뒤에 있는 이 박물관은 두오모와 지오토의 종루에 장식되어 있던
조각품들을 옮겨다 전시, 소장하고 있는 곳.
산 조반니 세례당의 동문 부조인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의 진본
놀라운 디테일들
그리고..
제가 굴복하고 만 이 작품 피에타
미켈란젤로는 나이 서른에 더 이상 깎지 못하는 인간의 포즈는 없었을 만큼
달인이 돼 있었다고 합니다. 저 작품은 그가 여든이 다 된 나이에
자기 묘를 장식하고자 깎은 완성, 혹은 미완성작입니다.
고약한 성질 때문에 작품이 마음에 안 든다고 부러뜨리고 던져버린
성모의 손가락, 그리스도의 팔뚝, 이런 손상된 부분들을
제자들이 주워모아다 마저 완성하였다는 얘기가 있군요.
초기작의 영웅적 육신과 비교하면 참으로 데카당한 형태 창조..
저, 사람의 아들 그리스도의, 충격적으로 꺾인 다리를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리스도의 육체 자체는
도저히 시신이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마치 부활의 예고편이나 되듯
너무나 젊고 싱싱해 보입니다. 또한 그 대비는 너무나 드라마틱합니다.
미켈란젤로의 여타 작품들에서도 간혹 그랬지만
저렇듯 극적 프레임 안에 있으면서
부분적으로 거칠게 문드러져 있는 미완의 형상들에선
강렬한 인간 감정의 순간응축이랄까,
우리식으로 망부석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를 부축하고 있는 저 후드 속의 늙은 사내,
우울하고 통한어린 표정의 신앙인 니고데모는
미켈란젤로 자신의 모습이라고들 해요.
도나텔로 만년의 작품인 목상 막달라 마리아도 심금을 울립니다.
육체적 아름다움은 망가지고 오직 진실에 도달하려는
내적 싸움만이 앙상하게 느껴지는 막달라 마리아의 모습
한때 두오모 내부를 장식했을 성가대석용 난간.
하나는 도나텔로, 하나는 루카 델라 로비아의 작품
이 로비아의 성가대석에 아로새겨진 대리석 부조들은..
피렌체 천로역정의 대미와 종점에 걸맞게
저를 숭고한 감정으로 이끌어 주는 듯했습니다.
디테일을 관찰할 수 있도록 방문자 눈높이에 전시된 부조상들은
때로는 노래하는 입으로, 때로는 나팔과 류트로,
힘차게 하나님을 찬양하는 어린이 성가대의 프로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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