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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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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다시 읽는 피렌체 여행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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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13(수)
아카데미아 미술관으로..
시뇨리아 광장과 미켈란젤로 언덕에 있던 다비드상의 진본이 여기에 있습니다.
통대리석을 깎아 만든 4미터 크기의 거대한 남성누드.
도시국가 피렌체의 자유와 독립을 상징하는 자부심 가득한 조각상으로
적과의 싸움 직전 긴장된 표정이 인상적입니다.
전시실 자체가 이 작품에 맞추어 특별히 설계된 것 같았습니다.
음.. 시선이 어디로 그윽히 가는지요?
이 조각상, 다 좋은데 남성주요부위의 사이즈가
인체 비례상 상대적으로 왜소하다는 지적을 쭉 해왔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남성미의 표본인 다비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거이 차라리 한 장의 나뭇잎으로 가려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그러나 다년간 이 문제를 연구해온 어느 학자에 따르면
골리앗을 상대로 싸우기 직전 다윗의 심리적 공포와 위축이
저렇게 겸손한 사이즈로 표현된 것은 또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겠느냐는..
쓰잘데기없는 말이 가이드북에 있더군요.
뒷모습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이 다비드상보다 감명깊었던 것은
미켈란젤로의 또다른 작품인 성 마태와 4개의 노예상이었습니다.
대리석을 깎다가 만 듯한, 미완성의 거친 통돌에서 발산되는 혁신적인 아우라..
마치 부조와 같은 효과를 내며 삼면의 돌덩이에서 형체가, 생명이,
지금 막 탄생하고 있는 듯한 느낌.. 바야흐로 재료에서 해방되고 있는 개념..
아니, 차라리 재료와 개념 간의 사투가 느껴지는 작품들..
성 마태
미술관을 나와 28번 버스를 타고
피렌체 북쪽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메디치 빌라를 구경하러 갔습니다.
이곳은 얼마나 값비싼 보물을 숨겨놓았길래
꽁꽁 잠가놓은 저택의 문을 손님이 오면 그제서야 열쇠로 열고
방방이 가이드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안뜰 유리지붕을 투과한 태양광 조명 속에
우주의 비밀을 드러내던, 온누리에 환상적인 프레스코..
그러나 사진촬영 금지.
바깥구경이나..
역과 터미널에 오갈 때마다 보던 산타마리아노벨라 교회를
제대로 방문하였습니다. 교회 내부 정중앙에 드리워진 지오토의 Crucifix
원근법 실현과 관계있는 마사초의 벽화 삼위일체
정원건축술에서 그로타가 그러하듯 수도원건축문법에서
유난히 낭만적으로 다가오는 운치있는 장소가 '클로이스터'입니다.
‘둘러싸인 대지’라는 뜻의 이 말은
중세수도원의 네모꼴을 이루는 중정을 가리키며
수도사들의 묵상과 사색, 독서 등과 관계 깊은 생활공간이었습니다.
산타마리아노벨라 교회내 클로이스터에 들어가
그 회랑의 벽에 우첼로가 그린, 녹색기조의 일련의 프레스코화를 보았습니다.
시간의 질곡 속에 문드러지고 빛바래가는
낡은 프레스코의 질감이,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상단, 노아의 방주 장면
목 좀 축이고..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밤.
호텔에서 소개받은 식당엘 갔습니다.
여기서 최후로 미뤄둔 숙제인 향토음식 먹기 실행.
리볼리타와,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라는 이름의
피렌체식 티본 스테이크를 주문하였으나
예상대로 절반 이상 남기고 나왔습니다.
론리한 여행에서 난감한 것 중 하나가 맛기행입니다.
예전에는 용감하게 할 짓 다하고 돌아다녔는데
이번엔 음식과 관련하여 연구도 부족한데다 용기도 안 나더라구요.
십여년전 마르세유 항구에서 배짱좋게 부야베스를 시켜먹던 제가 말이죠..
피자 한 쪽 포장해가지고 호텔에 돌아와 먹고 말거나
안전하게 파스타 한 그릇 주문해서 먹거나 했습니다.
고급식당이 아니라 관광객 대상의 표준화된 음식들이어서 그랬던가,
한국에 있는 이탈리아식당 솜씨가 더 나은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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