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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25년 4월 베니스_마무리

베니스의 형태

나에게 베니스는 본섬 위주의 베니스 중심부다

즉 관광객들에게 최우선순위인 클래식한 베네치아,

오랜 세월 여행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며

호객 행위를 해 온 그 베네치아이다

베니스 육지나 예컨대 비엔날레 같은 행사엔 관심이 안 생긴다

섬과 운하와 광장과 골목으로 이루어진

독보적으로 유니크한 수상도시

잘 보존된 영화로운 과거의 유산들

이 도시는 한때 잘 나갔던 늙은 배우의 육신을 닮았다

방문자들로 오염되어 점점 탁해지며 냄새 나는 물길은

노배우의 기름때로 두꺼워진 혈관이나 노폐물 같고

오래되어 이끼 끼고 사그라지는 건물들은

메이크업이나 장신구로 가릴 수 없는,

곰팡이 핀 피부와 늘어진 주름살 같다

쓰고 보니 이전에 누군가가 했던 말 같기도 한

이러한 메타포가 거대한 연극무대처럼 다가오는지라

지금 살고 있지만 죽음이 머지않음을 관념으로서가 아닌..

삶과 죽음의 거리를 좀 더 가깝게,

실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베니스인 것 같다

그럼에도 그 장엄함과 당당함이란..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대운하변의 파노라마 뒤로

수많은 골목과 미로와 다리들로 얽힌

도시의 신경계와 속살은 또 얼마나 비밀스럽고 풍부한지..

지루할 틈이 없는 곳이다

숙소에서 준 부활절 빵을 챙기고

기념품으로

딱히 메이드인베니스는 아닌 듯하나..

아페롤 스프리츠를 재현한 사탕을 사 왔다

여행에 도움이 된 것들

첫째

예전보다 더 정확해진 구글맵

둘째

떠나는 날 새벽배송으로 받아 지참한 고속충전 보조배터리

셋째

챗지피티

팩트보다 견해를 구했을 때

반응이 뛰어난 것 같다

팩트 자체는 반드시 크로스체크해야 한다

잠 안 오는 밤 침대에 누워

기내에서 본 영화 두 편의 주인공

브루탈리스트의 아드리안 브로디와

콘클라베의 랄프 파인즈 둘 중에서

왜 랄프 파인즈가 아카데미를 받지 못했는지

물어보거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여행도 좋지만 집은 더 좋다

밀린 뉴스공장과 매불쇼를 보는 중이다

계엄 이후 다급한 마음에 챙겨본 프로그램들

평소엔 안 보다가 위기에 처하니

이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용기와 통찰력이 긴요했다

멀어질 때도 되었는데.. 단단히 중독되었나 보다

한국의 정치현실 자체가 너무나 자극적이라

중독이 안 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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