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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베르너 헤어초크 여행기, 얼음 속을 걷다

1974년 베르너 헤어초크가,
전후 독일 영화의 정신적 지주인
영화비평가 로테 아이스너가
파리에서 죽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비행기로 한두 시간이면 날아갈 뮌헨-파리 구간을
11월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스무 날 남짓
추위와 비바람 속에 고행하는 수도자처럼 걸어간
기이한 도보여행기
상대가 자연이든 운명이든 어떤 한계에 맞서는,
아귀레나 피츠카랄도 같은
무모한 도전자를 창조한 영화감독만이
저지를 수 있는 여행, 또는 투쟁이 아니었을지..
"이것이 무의미한 행위라면, 차라리
이 무의미함을 남김없이 실천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타르코프스키의 83년작 [향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이 촛불을 들고 화면 양쪽을 오가는 그,
세상 답답한 롱테이크, 그
간절한 기도가 떠오르는 책이었다

이 장면이 촬영된 장소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반뇨빈뇨니라는
작은 온천 마을이다
6년 전 로마에서 토스카나 당일투어 갔을 때 들렀었다
피엔차 발도르차언덕 몬탈치노 반뇨비뇨니
이런 경로였을 것이다
고색이 창연한 마을 중심부에 위치한 온천은
기능은 모르겠지만 형태나 분위기만은
타르코프스키 영화의 저 장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투어가이드가 타르코프스키 영화의 로케이션으로
유명한 곳이라며 사진까지 보여주며 설명했었다
단 중대한 오류가 하나 있었으니
영화 제목이 [희생]이라는 것이었다
요런 건 또 참을 수가 없는지라 [노스탈지아], 또는
[향수]로 고쳐주었는데 수정되었는지 어떤지 모르겠다
온천 촛불 장면에 이어지는 피날레의 로케이션은
시에나 인근의 산 갈가노 수도원이다
여행 당시 꿈꾸었으나 거기까지 가 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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