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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뜨거웠던 8월의 음악생활을 접으며

8월 29일(목), 30일(금) 양일간에 있었던
정명훈 지휘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9번
그 두 차례 공연의 압도감을 수습하며
마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초토화된 벌판마냥
마구마구 허전하고 쓸쓸해지는 그 자리를,
8월의 마지막 날인 어제 장한나의 앱솔루트클래식으로 달랬다
드보르작 교향곡 9번과 레스피기 로마의 축제
젊고 담대하고 열정적인 지휘자와 연주자들,
모처럼 선선해진 저녁 무렵 쩌렁쩌렁한 사운드에
풀냄새를 한껏 맡을 수 있었던 분당 중앙공원 야외공연장

타지역에서 접이의자 챙겨 놀러 간 남편과 나에게
특히 놀라웠던 것은, 한국의 발트뷔네랄지 탱글우드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이 공연장의 시설과 분위기도 그렇거니와
아무리 무료공연이라지만 토요일 저녁 무한도전을 볼 시간에
이곳을 선택한 이 지역 주민들이었다
대부분 어린이와 노인과 강아지를 동반하고
돗자리와 간식거리를 들고나온 가족 단위로 잔디밭을 꽉 채웠는데
관람 분위기가 어쩜 그리 자연스럽고도 진지하던지..

예당에서의 지난 이틀 간
내가 마치 서울시향 단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초집중하느라 영혼을 다 내준 것 같았는데
이곳에 와서 회복이 되는 느낌이었다
연주와 녹음에 방해가 될까 옆사람에게 미안해질까
노심초사하며 기침과 호흡을 참지 않아도 되고
기분 내키면 악장 간 박수를 맘껏 쳐도 되고
공연 중 아이스아메리카노와 쿠키로 주전부리를 해도 되며
옆사람과 소근소근 떠들어도 되는,
금기와 속박에서 잠시 풀려난,
오랜만에 편안하고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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