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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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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시향의 말러 3번 공연에 앞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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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비스콘티 감독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풍월당 감상실의 큰 화면으로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이 작품을 처음 접한 90년대는 내가 말러를 잘 알기 전이었는데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이 작품에 쓰인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에 의해 나 역시 말러 음악에 매혹되기 시작했다.
이 영화와 아다지에토 악장의 결혼은 너무나 신성하고 절대적인 것이어서
이후 이 영화를 떠올릴 때 이 음악 외의 다른 음악에 대한 기억은 전무했었다.
십여 년 세월 말러 음악을 어느 정도 학습한 후 다시 본 이 영화는
그 곡 말고 또 다른 말러 음악 하나를 발견하게 해 주었다.
영화를 보며 두어 번 흐느껴 울었는데 그 한 대목은..
더이상 줌이 아닌, 바로 주인공의 눈 앞에서
줄무늬 수영복 차림의 타지오가 무심한 듯 장난기 어린, 그러나
동시에 지극히 유혹적인 몸짓으로 백사장을 걸어가던 장면이었다.
떨리는 손을 뻗어보지만 소년은 멀어져 가고
충격과 어지러움 속에 주인공은 늘어선 방갈로를 절망적으로 배회한다.
바로 이 장면에, 오, 인간이여! 하며 시작되는,
니체의 텍스트에 곡을 붙인 노래, 즉 말러 교향곡 3번의 4악장이
신비롭고 애도하는 듯한 콘트랄토의 음성으로 흐른다.
12/30(목) 저녁, 시향의 말러 교향곡 3번 공연을 기다리며
말러 교향곡 3번 - 2007. 3. 2에 쓴 글
"교향곡 3번으로 돈을 벌 수는 없을 것 같군!
이 교향곡의 명랑함은 이해하고 파악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니."
- 말러
1.
말러의 교향곡 3번은
교향곡 1, 2번의 연장선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되
상대적으로 좀더 완전하게, 감각적으로 자연을 담은 그릇이라 표현할 수 있다.
음악을 듣다보면 말러가 본업인 지휘활동 사이사이로 창작에 열중했다는 장소,
슈타인바흐라는 고장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잘츠부르크에서 멀지 않은 이 고장은 호수와 산악지대를 끼고 있는
경관이 수려한 휴양지라고 한다.
그곳에 말러가 여름휴가때 머물던 작곡 오두막이 있었다.
실은 말러의 교향곡을 듣고 있으면 특별히 어디라 할 것 없이
독일권의 전원풍경이 그냥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친다.
말년에 스위스 로잔 같은 곳에 살면서 루체른으로 취리히로,
잘츠부르크로 빈으로 프라하로 베를린으로 함부르크로 라이프치히로 등등
열차 타고 음악회 보러 가고.. 그렇게 살아야 할 텐데..
2.
말러 교향곡 3번은 또한 35분짜리 1악장의
그로테스크하고 공격적인 여름의 행진에서부터
꽃과 동물과 밤을 거쳐 인간과 사랑으로 확장되어 가는 제재의
변화무쌍함만큼이나 풍부하고 충동적인 심상으로 넘쳐나는데다
대단히 표제적이며 만화경적이며 신화적이다.
오죽하면 초현실의 낙원에서 날개 달린 말과 반인반수의 요정들이 뛰놀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의 몇 장면들이 눈 앞에 마구 오락가락한다.
한편 악장의 표제적 구성과 전개는 천지창조 과정을 연상케 하며
악곡은 어쩐지 거대한 프로그레시브록에 가까워서 이 작품의 서곡으로
오래 전 주일학교 교사 시절 창세기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들려주던
무디 블루스의 'Procession'이라는 곡을 제안해 보고픈 심정이었다.
3.
나는 말러의 교향곡이 영화음악같다는 느낌도 종종 갖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선 이미 고전음악 커뮤니티에서도 언급들이 있는 모양인데
주로 다음과 같은 구조의 논쟁을 일삼는 두 부류가 관찰되었다.
사례1. 말러가 뭐 그리 대단하냐.. 꼭 영화음악같아가지구선..
(주로 안티 말러팬들이 말러팬들을 자극하는 어법)
사례2. (여기에 말러팬들이 이렇게 핏대를 올린다)
아니, 말러 교향곡을 감히 영화음악 따위에다, 미친 놈들..
둘 다! 정말! 똑같이! 마음에 안 드는 부류다..
정보에 관한 한 절대적인 도움을 받고 있으면서도
내 이래서 고전음악 커뮤니티에 접근하기가 싫어진다.
4.
저 연주는 번스타인의 연주이다.
번스타인이라면 카라얀과 함께 20세기를 살다간
세계적인 지휘자의 표본으로 너무나 유명한 나머지
나 역시 이렇게저렇게 잘 안다고 생각해 온 인물이건만
이 사람이 얼마나 독특했고 얼마나 괴짜였으며
얼마나 증세가 심한 낭만주의자였는지, 그 속살과 내막은 최근에 좀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말러를 굉장히 사랑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의 말러 연주는 의심의 여지 없는 명연과 찬반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연주,
이렇게 두 종류로 나뉘는 듯하나..
종류를 막론하고 죄다 들어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니
그 까닭은 역시 다름아닌 번스타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5.
문득 말러 교향곡들을 놓고 이 연주가 좋을까 저 연주가 좋을까,
어느 거 살까, 하고 고민하는 질문자에게 누군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어차피 다 사게 될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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