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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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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레비 스트로스와 음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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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클의 오래 된 게시물을 찾아보다 발견한 글
<누벨 옵세르바퇴르>의 인터뷰어 디디에 에리봉이 구조주의 인류학의 창시자인 끌로드 레비-스트로스와의 대담을 엮은 <가까이 그리고 멀리서>(송태현 옮김, 강, 2003) 중에서
에리봉 : 언젠가 당신은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레비 스트로스 : 작곡가가 안된다면요! 나는 늘 음악 창작에 매료되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악에 대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고, 음악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음악을 이해한다고 믿기도 하지만, 극소수의 사람만이 창작을 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이런 상황이 다른 분야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우리는 모두 시를 지어본 적이 있잖아요. 조형 미술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기억하죠. “글을 쓸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유년기 때 나는 이 소수에 소속되기를 꿈꾸었습니다. 난 오페라 극장의 비올라 연주자로부터 바이올린 교습을 받았는데, 그의 아내는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나는 이렇게 구성된 우리의 조그만 트리오를 위한 곡들을 작곡했는데, 친절하게도 그들은 내 작품을 연주해 주었습니다. 당시 나는 감히 오페라를 작곡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지요. 서곡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에리봉 : 대단히 루소답군요!
레비 스트로스 : 루소는 오페라를 작곡할 능력이 있었고, 나는 그럴 능력이 없었다는 차이는 있지요.
에리봉 : 음악은 당신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것입니까?
레비 스트로스 :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나는 하루 종일 음악을 듣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하니까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 음악광들은 내가 음악을 배경음악용으로 삼는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상황은 더 복잡한데, 나는 내 작업과 음악 사이의 관계를 비유로밖에 설명할 수 없군요. 나체는 왜 회화에서 그렇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까요? 육체에 내재해 있는 아름다움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겠지요, 나는 그 이유가 다른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델을 두고 작업을 하는 데 익숙해져 무뎌질 대로 무뎌진 화가라도 아름다운 육체를 바라보며 모종의 관능적인 흥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겠지요. 이 약간의 흥분이 화가에게 자극을 주고, 그의 지각을 예민하게 해 주어 더 잘 그리게 해 줍니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간에 예술가는 이러한 은총을 받는 상태를 추구합니다. 나와 음악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음악을 들으면 사유가 더 잘됩니다. 음악이 한 소절 한 소절 흘러나오는 것과 나의 사유가 풀려나가는 것 사이에는 일종의 대위법적인 관계가 성립됩니다. 때로는 양자가 함께 가고, 때로는 양자가 헤어졌다가 나중에 다시 만납니다. 음악 작품을 듣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듣기를 멈춘 적이 얼마나 많은지요! 내 사고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이 일시적인 분리 후에, 내 사고는 또 다시 음악 작품과 관련을 맺습니다. 이는 마치 정신적인 담화가 음악적인 담론과 정신적인 공모를 유지하면서 한 순간 교대하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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