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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부처님오신날 듣는 파르지팔

지난주 금요일 KBS 클래식FM
장일범씨와 함께하는 척 클래식에서
그 자신 전방위 문화콘텐츠의 애호가이면서
뛰어난 스토리텔러로서 언제나 포인트를 집어줄 줄 아는
좋은 선생님이신, 유정우씨의
설명과 선곡을 들은 후 감상을 시작하였다
바그너가 쇼펜하워 철학에 심취한 것,
파르지팔 착상 과정에서 불교 사상을 담은
<승리자>라는 대본을 완성한 것 등의 배경지식을 참조하여
일단 카라얀과 레바인 연주를 듣고 보니
성배와 성창, 성찬식과 성금요일이라는 화려한 소재,
구원 모티브 등의 기독교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파르지팔의 전체 내용은 딱히 기독교적이라 하기가 애매하다
오히려 이교도적인 분위기 속에
불교적 세계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막 인간고(통)
2막 (스스로) 깨달음, 각성
3막 정화와 치유
신이 아닌, '연민(공감)에 의해 각성한 순수한 바보'인
인간 파르지팔이 구원자가 되는 듯한 결말
구르네만츠 기사의 구도자 수행자 이미지
그리고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도 가슴에 와닿는
사바세계의 인간이 겪는
극단의 고통을 상징하는 암포르타스..
부처님오신날 듣기에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다

카라얀 것은 가지고 있는 음반으로
다른 것은 유튜브로 듣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카라얀 음반에 대본집이 있어
내 오페라 감상 역사 중
다시는 이 미친 짓을 안 하리라 했던 결심을 엎고
실로 오랜만에 돋보기를 썼다
귀로는 독일어를 듣는 와중에
눈으로는 대본집의 독일어와 좌측 영어번역을
동시에 대조하며 훑어나가는 이 짓을
각 연주 당 무려 4시간 40분 동안..
물론 막간에 간식 먹고 화장실 다녀오면서 말이다

크나와 바렌보임 연주까지 완주하는 것이 목표인데
특히 크나의 연주를 꼭 듣고 싶은 이유는
유정우씨가 '녹아내리는' 음성이라고 표현한
구르네만츠 역의 베이스바리톤 한스 호터 때문이다
파르지팔 감상자들의 최대 애로사항인,
구르네만츠의 기나긴 읖조림에 어김없이 도래하는
수면의 습격을 과연 호터의 음성이
어느 정도 이겨내게 해 줄 것인가

크나퍼츠부쉬 62년 바이로이트 실황

카라얀 81년 베필

레바인 85년 바이로이트 실황

바렌보임 91년 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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