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음악
- 음악 취향의 압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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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주향
제 목    [re] 셰익스피어 인 러브 프로그램

엠마 커크비 공연이 있던 월요일, 극심한 월요병에 시달렸습니다.
통상 점심식사를 마치고 날 즈음 마음이 밝아지곤 하는데
이 날은 퇴근시간이 다 돼 갈수록 지속적으로 처참한 기분이었습니다.
하루 4시간 수업이 잡혀있는 화수목을 코 앞에 두고 있는데다
새로 담임을 맡은 학급이 2학년 여학생반인데
주말 전후로 몇 가지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을 뿐더러
근본적으로 학생들을 대면하는 일 자체가 하루하루 공포스럽게 느껴지면서
이 날은 내가 이 직장을 그만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습관적으로가 아니라 진지하게 해봤을 정도입니다.
공연장인 엘지아트센터까지 가보기는 했으나 도저히 한가하게
음악을 듣고 있을 자신이 없어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지난 주에 이어 며칠째 아이 저녁밥을 직접 챙겨주지 못하고 있었고
집에 먹을 게 다 떨어져 주문배달을 해야했고
아버지 이장문제로 여기저기 알아보고 확인받는 일들이 남아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예약해놓은 공연을 취소하면서까지
돌봐야 할 일들도 아니면서 한편으로 시급하게 느껴졌습니다.
당일 공연취소가 안 되어 환불을 받지 못했군요.
결국 생돈을 날리고 집으로 돌아온 이 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자잘한 일상적 숙제들을 하나하나 해 나가다 보니
그제서야 마음이 좀 가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4월의 봄날 월요일 저녁에 잡힌 공연이면 월요병조차 극복하게 해 줄
작은 기다림이고 행복이 되어줄 줄 알았더니 오히려
월요병을 가중시키는 부담이 되었나 봅니다.
작년 12월 안네 소피 폰 오터 공연때도 그랬지만
문화도 예술도 몸과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어떤 것이라는 생각을, 체력과 정신력이 약해진 요새 절실히 하게 됩니다.
사람 만나는 게 싫고 전화 받기도 전화 하기도 싫고
학교와 집, 즉 학교일과 집안일 말고는 어디 나가는 것도 싫은 이 증세..
어떻게 극복하나요.. 아니면 이렇게 나이들어가는 것인가요..
웨얼투님이 말씀하신 그 영화는 무슨 영화이며..
이 달엔 박찬욱 감독의 신작도 개봉한다고 하던데..
그 전에 제 자신과 약속한 타르코프스키 영화들은 볼 수나 있을는지..
놀토 앞둔 금요일인 오늘 그나마 기운이 나서 이래 근황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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