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음악
- 음악 취향의 압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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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공연 후기

2009. 5. 10(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지휘: 파비오 루이지
- 연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1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부를레스케
                             (피아노 엠마누엘 엑스)

- 휴식 -

2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베를린 필이나 빈 필이 독일권 오케스트라이기 이전에
범세계적 오케스트라라는 광대한 범주로 다가오는 반면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라 하면 오백 년 역사의
고색창연한 독일적 색채로 먼저 다가오는 오케스트라이다.
19세기말 20세기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이 연주단체의 명성에 걸맞게 이번 내한공연의
이틀째 레파토리는 온전히 슈트라우스 작품에 바쳐졌다.
이날 여는 곡은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객석의 심장을 향해 곧바로 직선을 긋고 육박해 들어오는
활기차고 자신감 넘치는 연주 속에 호빵맨에 나오는 세균맨이나
엘프 같은 짓궂은 장난꾸러기 캐릭터들이 떠오르면서
중세 독일민담의 책갈피 속으로 신나게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이날 연주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엠마누엘 엑스가 피아노 협연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부를레스케>라는, 난생 처음 듣는 곡이었다.
부를레스케Burleske라.. 이 악곡 형태를 내가 처음 알게 된 것은
클래식음악이 아니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오고
마이크 피기스가 감독한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그 분위기 짙은 근사한 오에스티 앨범에서였다.
부를레스케라는 이름의 바로 그 트랙이 좋아서 많이 들었는데
늘상 벌레스크라고 읽곤 했다.
프리재즈 스타일 같기도 하고 카프리치오나 스케르초에 가까운
즉흥성과 창조성이 느껴지는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악곡 형태..
아니나다를까, 슈트라우스의 이 작품은 예측불허의
아방가르드한 연주로 나를 사로잡고 말았다.
피아노와 팀파니의 낯설고 신선한 조합으로
주제를 풀어나가는 흥미진진한 대화적 연주하며
리스트의 낭만적 악상을 환기하는 멜로디라인 위에
전체적으로 20세기 영화음악이나 재즈 등을 예감하며
고전과 컨템포러리가 시간을 초월하여 역동적으로 교섭하는,
대단히 매혹적인 작품이었다.
2부 순서는 니체의 동명의 저서를 음악화한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풀포스의 관현악으로 두드려대는
저 유명한 팡파르에서 한 세월 골동품같이 세종문화회관의 벽감에 갇혀있던
파이프오르간이 머리 위에서 장엄하게 진동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스탠리 큐브릭의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잘 알려진 오프닝,
유인원이 던진 뼈다귀가 허공을 가르며 장면이 바뀌던 그 대목을
이 팡파르를 들으며 연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쉽게도 이 작품을 접하기 전 유일하게 알고 있는 부분이 이 팡파르 부분이었다면
감상 후에도 여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팡파르 부분으로 제한된다.
그렇다고 하여 어떤 추상적 개념들을 음악언어로 형상화해 나가는 듯한
이 작품의 나머지 연주를 즐기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확실한 것은 이 곡이 니체의 사상에 대한 어떤 음악논리적 명시를 통해
감상자를 대상으로 하는 철학적 교육이 이루어지는 그런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표제를 통한 감상자 나름의 연역적 해석이 가능할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시간예술인 음악을 그런 식으로 듣는 것이
자연스럽게 생각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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