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음악
- 음악 취향의 압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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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주향
제 목    정명훈 지휘, RCO 내한공연 후기

정명훈 지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2012. 2. 21(화)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오후 8시
- 프로그램
1부 코다이의 갈란타의 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바이올린 재닌 얀센)
2부 바르톡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앵콜곡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

2012.2. 22(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오후 8시
- 프로그램
1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3번(피아노 김선욱)
2부 브람스의 교향곡 2번
앵콜곡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서곡


2년 전에 올린 RCO 공연 후기와 큰 차이 없고
다만 두 가지만 업데이트하면 될 것 같다.
첫째, 또다시 강조하고 싶은 이 오케스트라 음색의
합주시 재료적 신선함과 디테일적인 정치함이다.
공연 보면서 나는 수차례, 경상도 억양으로
얼마 전에 본 [범죄와의 전쟁]의 유행어를 쓰고 싶었다.
'살아있네!'
둘째, 이전 게시물의 5번 소감 항목을 바꿔써야 한다.
즉 이번 공연에선 그때 느끼지 못한
'본능적인 뜨거운 열광'이 마구 솟아났던 것이다. 왜냐..
이번엔 지휘가 정명훈이었으니까.


2010. 11. 16 게시물

마리스 얀손스 지휘, 로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후기
2010. 11. 12(금) 예술의 전당 오후 8시
- 연주곡목
  1부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야나체크의 타라스 불바
  2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4번


1. 오케스트라

로열 콘서트헤보우.
이 오케스트라는 어릴 적 라디오 음악방송에서
암스텔담 콘서트헤보우로 귀에 익은 그 오케스트라이다.
당시 콘서트헤보우의 지휘는 늘 베르나르드 하이팅크였다.
오케스트라의 발전과 진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오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어쨌든 이 오케스트라는 오늘날까지도
유럽 최고라는 베를린 필이나 빈 필 들과 겨루며
좋은 연주 음반들을 내고 있는 것 같다.



2. 지휘자

다소 센티멘털한 이유로, 충동적으로 표를 예매한 후 며칠 간..  
내가 이 공연에서 기대하는 게 무엇인가 생각해 본즉
일단 지휘자 얀손스는 아니었다.
현재 내가 관심있는 지휘자는 1위가 부동의 정명훈,
2, 3위는 늙은 아바도와 젊은 두다멜 정도.
그 외 다른 사람은 명성만 귀에 익을 뿐 잘 모른다.
베네주엘라 엘 시스테마의 혁신사례로 유명해진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유스 같은 예외적 경우가 있지만
실은 지휘자와 (특히 정상급) 오케스트라 실력 간
함수관계에 대해 나는 예나 지금이나 잘 모르겠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그 인과성을 확신하는 논의들에 잘 설득당하지도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서 지휘자는 그저 하나의
스타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정명훈씨가 지휘하지 않는 서울시향 공연 티켓을
사 본적이 없을 뿐더러 앞으로도 살 의향이 없는 나의 예를 보라..



3. 레파토리

이번 공연은 선곡도 그다지 끌리질 않았다.
최정상급 오케스트라가 내한하는데
(이 오케스트라 장기인 듯한) 윌리엄 텔 서곡과
(협연이라곤 하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과 같은
안전한 선곡에 흥분을 느낄 수가 없었다.
세계적 트렌드인 말러나 브루크너, R.슈트라우스 급의
스펙터클한 레파토리가 없으면 일단 심심하고,
하다못해 소품일망정 근현대곡이 들어가 있지 않은 공연 레파토리는
답답하고 따분하고 숨이 막힌다.
나의 이런 심리엔 소위 클래식애호가연하는 부류들의
속물적 요소도 없진 않을 것이다.
다만 내 생각에.. 불협화음과 대결하며,
20세기이후 컨템포러리 넘버들을 소화해 내는 범위나 의욕의 정도야말로
선도적 오케스트라의 진정한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 중 하나,
혹은 오늘날 청중에 대한 애교랄지 서비스 정신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선곡에서부터 그것을 경험할 기회가 차단된다면 이는 유감이다.
그나마 첫날은 둘쨋날보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선곡이었는데
같은 4자성어의 베토벤 서곡 중에서도
늘 에그몬트의 인기에 밀려온 숨은 진주 레오노레 서곡에다
늦가을, 혹은 11월 그 자체인 작곡가 야나체크의
참신한 현대곡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2부 선곡도 괜찮아 5번이나 6번보다 짜임새가 헐거우나 여전히
휘몰아치는 광풍을 기대하게 하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4. 공연

이번 공연은 2005년 베를린 필 내한공연때 느꼈던
황홀한 사운드 체험을 떠올리게 했다.
첫 곡으로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이 연주되는데
어머나, 소리가 완전 비단결에 어찌나 어여쁘고 화사하던지..
베를린 필 공연 당시 첫 곡 하이든 교향곡이 준 짜릿한 감격이 재현되었다.
같은 비단결이되 베를린 필처럼 일사불란하게 통제된 소리는 또 아니고
재료의 맛이 각각 살아있는 샐러드보울처럼
디테일에 있어 파트별, 악기별 개성이 입체적으로 정치하게 조직되는,
기품 넘치는 이 오케스트라의 사운드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사운드라면, 이런 연주라면, 다소 과장해서
지휘자는 그 누가 단상에 서도 대동소이할 듯하고
한 네다섯 시간이나 온종일, 아니 이삼일 계속 들어도
질리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토벤이나 차이코프스키를 전달하기 위해 오케스트라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실로 이 오케스트라의 발광을 위한 배터리로 베토벤과 차이코프스키가,
또는 멘델스존이나 브람스 등이 필요했던 것이구나..
그러니 저 지나치게 안전해 보이는 파퓰러한 레파토리만으로도
제 기량을 뽐낼 자신감이 얘들은 이미 충만했던 것이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휴우.. 이에 비하면 일례로 서울시향은 게임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짜안하게 밀려왔다.
한 마디로 청중들은 귀를 버린 것이다.



5. 소감

나로서는 이같은 명품 체험만으로 이 공연은 제값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전부이다.
감탄과 경탄과 찬탄으로 점철된 황홀한 시간이었지만
본능적인 뜨거운 열광은 솟아나지 않았다.
공연의 감동원리를, 연주의 감동원리를 넘어선 공연‘장’의 감동원리로 정의하며
귀청을 찢고 청중을 내동댕이치는 폭발과 파괴를 흥분제로 삼는 이에게
로열 콘서트헤보우 공연은 너무나 세련되고 너무나 문명화된 예술적 연주의 전범이었다.
내 마음은 벌써 다음 달 정명훈/시향의 말러 3번으로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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