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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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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벤자민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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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브리튼_2006.3.8
내가 브리튼이라는 작곡가를 알게 된 것은 꽤 이른 시기였다.
중학교때 <KBS 희망음악>을 들으며 기록했던 그 음악노트 시절에야
베토벤 모차르트에 슈베르트 차이콥스키나 좀 알던 때였다.
그러다가 81년도에 건대부고에 입학했는데
그때 장연택 선생님을 음악선생님으로 만났다.
학교 다니며 음악 과목에서 감상 수업이라는 것을
제대로 받아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건대부고는 신설학교로서..
피아노만 덩그러니 하나 놓고 3월 추위에 벌벌 떨게 하는
명목만 음악실이 아니라, 단일한 음악교사가
상주하고 관리하는 음악실이 따로 있었다.
음악실에 올라가면 으레 15분여의 감상 시간이 주어지곤 했는데
그렇게 들은 곡들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 대공,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등이었다.
슈베르트 교향곡은 마침 선생님이 퀴즈로 내신 곡으로서
내가 그 곡의 제목을 맞추었더니
얄궂은 사탕인지 지우개인지를 상품으로 주셨었다.
그러나 당시 들은 곡들 중 속속들이, 철저하게 뇌리에 박힌 곡이라면
역시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만한 게 없다.
왜냐하면 1학년 1학기 내내 음악 수업의 주요 감상 텍스트였던 이 곡을
우리는 열 번 스무 번 반복해서 들었기 때문이다.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 Young Person's Guide To The Orchestra - 는
제목 그대로.. 자라나는 어린이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 편성과 악기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만들어진 교육용 음악이다.
‘퍼셀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라는 부제에 따라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의 차례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군과
각 악기군 안에 속하는 악기가 변주곡으로 소개되고
각 악기의 연주가 시간차로 하나씩 더해지는 푸가에 의해
합주 스케일이 점점 커지다가 나중에는 오케스트라 전체가 웅장하게
헨리 퍼셀의 무슨 작품에서 따온 주요 선율을 연주하며 마치게 되는 곡으로서
당시 우리가 들은 것은 숀 코너리가 근사한 음성으로 나레이션을 해 준 연주였다.
그 수업을 통해 나는.. 이를테면 목관군에서
피콜로 플룻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들을 어렴풋이 식별하게 되었고
내가 플룻보다 오보에를, 오보에보다 클라리넷 소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 같다.
감상 시험 범위였기 때문에 복습과 암기도 필요했는데
방송으로 곡의 한 대목을 들려주고서
‘이런 소리를 내는 악기를 그려보시오’ 라고 한 문제를 틀린 것은
안 잊혀진다. 그 악기가 팀파니인 것은 알겠는데
팀파니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트라이앵글이나 캐스터네츠, 하다못해 실로폰이었어도 그릴 수 있었을 텐데..
대학교에 가서 이 곡을 엘피로 사다가 들었고
교내음악감상실에서 신청곡으로 들어보기도 했고
언북에 발령 받은 다음 클럽활동으로 음악감상반을 맡게 되었을 때
장연택 선생님의 수업을 흉내내어
한 학기 내내 메인 감상 텍스트로 활용해 본 적도 있다.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이, 제목이 시사하는 바대로
단지 교육용이기만 했다면 이런 흥미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 곡이 완결된 하나의 음악 작품으로서도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브리튼이 체택한 헨리 퍼셀의 주제 선율이 아름다운데다가
오케스트라 편성에 대한 교육적 기능을 결합시킨 바리에이션과 푸가가
생동감 넘치는, 한 마디로 현대적 리메이크 감각이 출중한,
박력있는 작품이 바로 이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이었다.
아마도 내게 벤자민 브리튼은 <피터 그라임즈>나
<빌리 버드> <베니스에서의 죽음> <전쟁 레퀴엠> 같은 작품을 남긴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음악가이자
문화예술사 내지 지성사의 영향력있는 코드이기 이전에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의 작곡가로 늘 남게 될 듯하다.
지금 장연택 선생님은 어디 계실까
어딘가에서 이런 음악수업을 계속 하고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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